지상파 재송신 중단, 오만의 산물이다.

<사설> 지상파 재송신 중단, 오만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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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는 21세기 봉이 김선달인가

우리나라에서 희대의 사기꾼으로 유명한 인물은 누가 있을까. 최근 언론에 회자되는 몇몇 다단계 업자들이나 주가조작범 등 다양한 인물이 있겠지만 단군 이래 가장 ‘기발한 사기꾼’으로 꼽히는 인물로는 아마 대동강 물을 팔아 잇속을 챙긴 봉이 김선달이 아닐까 한다.

여기에서 그의 역사적 실제논란은 차치하고서라도, 봉이 김선달은 나라의 재산이자 자연의 산물인 대동강 물을 파는 수법으로 밑천하나 없이 ‘사기 장사’를 했던 인물로 아주 유명하다. 그런데, 21세기에 대한민국 미디어 환경에 난데없이 ‘봉이 김선달’이 나타났다. 그는 어느 정도 낭만을 가지고 있던 조선시대 봉이 김선달과는 달리 아주 영악하고 사악한데다 심지어 돈도 많으며, 또한 자신이 사기를 쳐놓고 피해자인척 하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고 자기가 가진 돈을 풀어 여론전을 펼치는데도 능하다. 바로 케이블 SO들이다.

 

 

SO, 왜 피해자인척 하는가

SO들은 지난 1월 16일 오후 3시부터 전격적으로 SD, HD KBS2 지상파 화면을 끊어버렸다. 재송신료 협상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송출 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인데 ‘블랙아웃’이 되어버린 화면 자막고지가 예술이다. ‘KBS2의 요구로 방송이 중단되고 있습니다.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문의 – KBS2’

자막고지만 보면 마치 KBS2가 방송을 못 보도록 송출을 중단한 것 같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이 협상이 잘 안되니 송출을 중단한 것은 SO들이다. 바로 자신들의 손으로 송출중단을 감행한 것이다. 그런데 이유야 어찌되었건 자신들의 손으로 송출 중단을 감행한 그들이 어떻게 저런 자막고지를 할 수 있을까. 그냥 솔직하게 ‘재전송료를 낮춰달라고 했는데 안 들어주니 우리는 방송 못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맞다. 그런데도 SO들은 자막을 통해 어설픈 피해자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주장한다. “지상파 방송이 스스로 유료화되려고 한다.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으며 가장 유료화에 앞장 선 KBS 먼저 끊고 그 다음은 MBC, SBS다”

자막고지를 통해 힘 없는 피해자인척 온갖 궁상을 다 떨면서도 자기들이 정한 규칙대로 차례차례 송출 중단을 감행하겠다는 것은 이중적인 행태다.

 

 

오만한 SO, 생각없는 방통위

재송신 중단 사태가 시작된지 만 하루만에 다행히 협상은 타결되었지만 한 편으로는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대동강 물을 무단으로 팔아 장사한 봉이 김선달은 탓하면서, 왜 지상파가 공 들여 만든 콘텐츠를 무단으로 파는 SO는 탓하지 않는가. 둘은 남의 물건으로 자신의 잇속을 챙겼다는 점에서 상당히 닮아있는데 말이다. 그러나 옛날 봉이 김선달은 최소한 그게 죄가 되는지는 알고 있었다.

동시에 이런 의문도 고개를 든다. SO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시청자의 시청권을 막무가내로 박탈할 수도 있음을 이번 사태로 만천하에 보여주었다. 이런 그들에게 과연 ‘방송’이라는 막대한 책무를 맡길 수 있을까. 또 방통위는 재송신을 둘러싼 극한의 대립이 계속되는 시간에도 위원장이 군부대에 방문을 가는, 아주 절정의 여유로움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방통위에 올바른 정책적 로드맵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제 재송신 중단 협상의 이슈는 CPS, 이른바 재전송료에 쏠리고 있다. 동시에 숨죽이고 상황을 지켜보던 IPTV측도 상품을 더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군침을 흘리고 있다. 오만한 SO도, 생각없는 방통위에게도, 이번 CPS 정책이 마지막 검증대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굳이 민주주의까지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주무부처인 방통위는 최소한의 합리적인 경제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