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화의 디지털 세상 보기>신문이 몰려온다 – 방송 겸영의 꿈

<이종화의 디지털 세상 보기>신문이 몰려온다 – 방송 겸영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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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화의 디지털 세상 보기>

신문이 몰려온다방송 겸영의 꿈

 

  지난 호에서는 IPTV의 핵심서비스인 TV포털 서비스를 장악하기 위한 통신사업자와 인터넷사업자 등의 움직임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이번 호에서는 또 다른 강자를 꿈꾸는 신문사업자의 동향에 대해 살펴본다.

  IPTV방송특별법 제정에 따라 통신사업자나 인터넷포털의 IPTV 진입이 가시화된 이후, 미디어 판도의 또 다른 변화를 몰고 올 신문의 방송 겸영, 이른바 ‘신방겸영’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주무장관인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뉴미디어시대에 언제까지 겸영을 막을 수 있겠느냐"며 허용 입장을 밝혔었고, 총선 전에는 "주요 신문사가 방송까지 하는 것에 반대가 있어 이런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한발 물러서는 듯했지만 올해 정기국회에 관련 법안을 상정할 뜻을 밝혔다. 이전 정부와는 사뭇 다른 미디어 정책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신방겸영에 대한 논란은 미국에서도 뜨겁다. 작년 말 FCC가 미국 내 상위 20개 미디어 시장에서의 신방겸영 규제 완화 방안을 32로 가결한 이후, 민주공화 양당간 공방이 치열하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신문이 재정의 위기를 맞게 되었고 따라서 규제 완화가 필요하며 미디어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 미칠 것이라면서 FCC가 허용 배경을 밝혔지만, 민주당은 그런 결정을 무효화하는 결의안을 4월 초 상원에 제출하였으며, 대선예비주자인 힐러리와 오바마도 동조하고 나섰다. 또한 미국시민자유연맹도 소외계층을 대변할 미디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미디어 합병이 증가하면 같은 의견이 중복되어 다양한 의견을 담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상무부 장관은 FCC의 결정은 낡은 미디어 소유규제의 틀을 현대화하는 것이며, 사업기회를 막으면 재정위기가 심화되기 때문에 만일 무효화 결의안이 통과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미국에서의 논란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따라서 논의 전개 과정이 주목되는 것이다. 특히 현 정부의 사업규제 완화방침 속에 신방겸영이 포함되면서 미디어 경쟁이 다자간 구도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이다. , 통신사업자, 인터넷사업자 중심의 현재의 IPTV 사업 구도에 신문사업자의 참여 가능성이 열려 시장 쟁탈전이 더욱 치열해 질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그림과 같은 인터넷 뉴스 사이트의 동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림은 대형포털, 주요 신문, 지상파TV 뉴스사이트 중 각기 3위까지 해당하는 사이트의 최근 2년간 순방문자수의 변화를 보여준다. 부동의 1위는 네이버의 뉴스사이트이며, 2위는 종합일간지사이트인 중앙일보의 조인스, 3위는 조선일보의 조선닷컴과 네이트가 경쟁하고 있고 지상파방송사의 인터넷뉴스는 그보다 한참 아래에 있다. 페이지뷰에 있어서는 그 차이가 훨씬 더 벌어지며, 이 두 통계수치가 모두 상당기간 지속되고 있어 앞으로도 뒤집어질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인다. 이렇게 네이버가 독주하고 있는 것은 인터넷포털로서의 장악력이 뉴스포털로서의 우위로까지 이어진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바로 2, 3위를 달리고 있는 조인스와 조선닷컴, 이른바 주요 일간지의 인터넷사이트이다. 작년부터 확실한 2, 3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미디어 융합 국면에서의 그들의 가치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들의 미래를 위해 대단히 유익한 일이라 생각된다.

  다시 말해 방통융합이라는 경계서비스의 규제완화에 이어 자연스럽게 신방겸영이라는 규제완화가 진행될 것임을 예측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의 토대라 할 수 있는 인터넷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꾸준히 선행 투자를 해왔음을 추측케 한다. 방통융합과 신방겸영에 대한 미디어 및 통신 기업들의 탐색전이 가열된다는 소식과 함께 그들 기업이 자신들의 사업을 도와줄 ‘보완재’를 찾는다고 하니 시기도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중앙일보의 경우 자회사인 중앙방송이 타임워너와 각각 100억원 씩을 투자하여 카툰네트워크를 설립하는 등, 지난 수십년 간 콘텐츠 공급역량을 강화해 왔고 IPTV 사업에 지분참여를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뒤질새라 조선일보도 신방겸영이 미디어산업 경쟁력강화 차원에서 꼭 필요하며 기회가 오면 케이블 PP도 인수할 의향도 있고 지상파 겸영도 모색하겠다는 뉴스가 전해진다. 신방겸영을 위한 구체적인 단계로 들어섰다고 해야 할 것이다.

  신방겸영이 가능해지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몇 해 전 주요 일간지들은 자전거까지 덤으로 주면서 구독자 확보전을 치열하게 벌이기도 했다. 신방겸영이 가능해지면 종이신문으로부터 새로운 사업으로의 탈출구가 마련되기 때문에 자전거에 이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예를 들면 나날이 싸지게 될 LCD TV 등 벽걸이TV가 자전거 대신 구독자에게 제공될지도 모를 일이다. 자신들의 신문을 인터넷이 연결된 벽걸이TV를 통해 실시간으로 뿌리면서 배급체계를 온라인화하면서, 한편으로 그 TV를 통해 겸영하는 방송을 같이 시청토록 유인하면서 광고도 보여주고 물건도 판매하는 그런 비즈니스를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신문광고보다 우월한 방송광고의 파이가 자연스럽고 쉽게 쪼개지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위에 예를 든 두 신문사가 개별적으로 또는 신문사 연합으로 이미 확보한 인터넷 사용자들은 물론 구독자 모두를 충성도 높은 시청자로 확보하면서 뉴스종합포털을 통한 TV포털 서비스에 뛰어든다면 그에 따른 피해는 누가 가장 많이 볼 게 될까?

  통신사업자, 인터넷 사업자에 이어 신문사업자들이 방송의 영역으로 어깨동무하면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방송사업자들이 방송 그 자체에만 집중하다가, 미디어 소비자의 선택과 미래의 변화를 주도하지 못하고 늦은 걸음으로 뒤따라가는 것조차 어렵게 되지 않을까 염려되는 것이다.

 

(이종화, KBS 방송기술연구소,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