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인이 사는법> “구구팔팔 이삼사”

<기술인이 사는법> “구구팔팔 이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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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팔팔 이삼사”

 



처음으로 테니스를 접한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학교 운동장 옆 숲속에 테니스코트에서 게임하는 모습을 보고, 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그 당시에는 테니스라는 운동이 매우 고급 운동 일뿐 만 아니라 전용 운동화를 준비하고 테니스라켓을 구입하는 것이 고등학생으로서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냥 부럽게 오다가다 보기만 하였다.

그러다가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니 고등학교 때 공부하느라고 못논 것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놀다보니 테니스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고 또 대학원에 진학하고 나니 이제는 공부하느라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또 배우지를 못하였다.

그 후 졸업을 하고 직장을 다닌 후 몇 년 만에 갑자기 몸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나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테니스가 다시 떠올랐다. 그때가 만 서른 되던 해던가? 아무튼 늦게 시작했지만 오랜만에 다시 만난 연인 같은 생각으로 이 운동에 푹 빠지게 되었다.

처음부터 게임을 하고 싶지만 꾹 참고 주위의 권유대로 몇 달간 레슨을 받고 처음 시합을 하던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 공을 넘기는 순간의 긴장감과 재미란… 거기에다가 더해지는 승부욕에 처음에는 점심식사시간까지 아껴가며 코트에서 레슨과 연습을 번갈아 하였다.

주말에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가리지 않고 나가다보니 집에 있는 아이들과 아내에게 이제 생각해보면 미안함과 함께 고마운 마음이 든다. 너무 철없이 내 재미에만 빠져 사는 가장을 이해해주고 따라준 가족들에게…

테니스라는 운동을 20년이 넘게 해보니 나름대로 요령을 알아서 어디에서도 같이 어울리는 데에 어려움은 없지만 아직도 심적으로는 부족하고 더 배워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운동과 달리 이 운동에는 파트너가 있어서 파트너와의 교감과 호흡이 또 다른 실력의 변수가 되니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지는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정말 테니스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하는 마음이고 지금도 주말이면 어김없이 코트로 나간다. 테니스라는 운동이 배우기가 쉽지 않고 체력적으로도 많이 격하기는 하지만 기본기를 먼저 배우고 꾸준히 기술을 연마하다보면 기술적 요령과, 체력적 안배를 통해서 나이 들어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는 점이 자꾸 간과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특히 우리 기술인들같이 업무강도가 세고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운동이라고…

다만 다른 모든 일이 그렇듯 초기에 싫증을 내고 그만두거나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체력에 맞게 기술을 연마하다보면 반드시 그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덧붙여 자기의 여건에 맞는 동호회를 발굴하여 적극적으로 참여하다보면 실력향상은 물론이고 직장에서의 편협한 인간관계에서 벗어나 인생에서의 또 다른 폭넓은 대인관계도 맺을 수 있어 적어도 일석삼조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리고 재미있는 게임후의 땀을 씻을 수 있는 상쾌한 사우나와 입맛이 당기는 회식이나 음식은 이에 더해지는 보너스라 할 수 있다.

요즈음은 웰빙 만큼이나 웰다잉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시대이다.

아직 죽음을 생각하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이나 그에 대한 올바른 대비는 지금부터라도 빠르지 않고 잘사는 것 만큼 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웰빙의 끝은 웰다잉이어야 하니까…

늙어서 주위사람들이나 가족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건강한 삶과 건강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꾸준히 자기건강은 자기가 책임지고 지켜나가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테니스인 들은 오늘도 멋진 승부를 위해 건강한 땀을 흘리고 즐거운 식사를 같이하며 외친다.

우리 모두 구구팔팔 이삼사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