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정상화 멀지 않았다…후보자 3인 정책설명회 생중계

MBC 정상화 멀지 않았다…후보자 3인 정책설명회 생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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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MBC 신임 사장 최종 후보자 3인의 정책설명회가 12월 1일 오전 11시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열렸다.

인터넷 생중계로 진행된 이번 정책설명회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설립 이후 처음 시도된 것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우호 전 MBC 논설위원실장, 임흥식 전 MBC 논설위원, 최승호 뉴스타파 PD(가나다 순)는 구체적인 정책안이 담긴 프레젠테이션(PT)으로 이 같은 호응에 화답했다. PT는 사전 제비뽑기에 따라 이우호 전 논설위원실장, 최승호 PD, 임흥식 전 논설위원 순으로 진행됐다.

이우호 전 논설위원실장 “망가진 MBC 바로 세우겠다”
이우호 전 논설위원실장은 25년 전 이야기로 PT를 시작했다. 이 논설위원실장은 “25년 전에도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한 내부 투쟁이 있었다. 그 후로 20년이 지났지만 131명의 방송인들은 화면에서 사라졌고, 2년 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뒤엔 어이없는 리포트가 나갔다”며 MBC의 수난사를 언급했다.

이 전 논설위원실장은 ▲조직 ‘바로 세우기’ ▲자율성‧공정성 확립 ▲아래로부터의 혁신을 통해 MBC의 토대를 다시 만들겠다고 밝혔다. 먼저 △해고자 복직과 강제 전보 사원 원직 복직 △300여 시용 경력 사원들에 대한 인사 원칙 확립 등을 통해 조직을 정비하고, 내부 구성원과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이 참여하는 ‘MBC 바로 세우기 위원회(가칭)’를 통해 철저한 진상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또 자율성과 공정성을 확립하기 위해 △보도 편성책임자 임명 동의제 도입 △부당한 지시에 대한 ‘저항권’ 명문화 △공정방송협회의 등 단체협약 강화를 시행하고, 다양한 ‘Cheer-up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 논설위원실장은 “그동안 MBC 구성원들이 입은 내적 상처는 다 헤아릴 수가 없다”며 “내부 구성원들이 힘을 내고 다시 일어서야만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청자를 위한 콘텐츠 정책을 발표하면서는 <뉴스데스크> 앵커 ‘열린 오디션’ 도입, <뉴스데스크> Spin-off 세대별 맞춤 버전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다. 팝콘 플랫폼 정책도 눈에 띄었다. 한 콘텐츠를 팝콘을 튀기듯 여러 플랫폼에 동시에 퍼트리는 ‘팝콘 플랫폼 정책’은 공영방송다운 MCN 시스템 도입으로 시작된다. 이 전 논설위원실장은 “김민식 PD나 양윤경 기자 등 MBC 소속 기자나 PD에 대도서관 같은 ‘셀러브리티’를 더 확보해 ‘1민 미디어’ 채널을 론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전 논설위원실장은 마지막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외주사 사생 규범 명문화 등을 제시했다. 그는 “막내작가의 시간당 임금이 3,880원이라고 해 깜짝 놀랐다”며 “앞으로 프리랜서, 작가 등의 처우도 들여다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승호 PD “잃어버린 신뢰 회복이 최우선”
“언론이 질문을 못 하게 하면 나라가 망한다.” 두 번째 주자로 나선 최승호 PD는 자신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한 말로 PT를 시작했다. 최 PD는 “만나면 좋은 친구였던 MBC가 지금은 만나기 싫은 친구, 괴물 같은 존재가 됐다”며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해서, 비즈니스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시민을 진심으로 섬기는 정신이 보도뿐 아니라 시사, 예능 프로그램 전반에 실려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먼저 백화점식 뉴스를 탈피하겠다고 발표했다. 최 PD는 “기계적 중립성 뒤에 숨지 않을 것”이라며 “정보를 확인하고, 분석해서, 비판할 수 있는 뉴스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탐사 보도 부활 △드라마‧예능 시즌제 도입 △다양한 실험 가능한 단막극 부활 △파일럿 프로그램 활성화 등을 통해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최 PD는 △본부장 책임제 폐지 △국장 책임제 복원-제작 자율성 회복 △임명 동의제 등 구성원 의사 반영 △상향평가제 실시 등으로 조직 문화를 재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계열사 사장 선임 절차 투명화 △자사 출신 사장 선임 확대 등을 통해 지역 계열사를 바로 잡고, △표준 계약서 도입 △비정규직 대표와 정기적 현안 협의 등을 통해 창작자들과 상생의 관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최 PD는 “한 가지 약속을 하겠다”며 “사장을 마치면 저널리스트로 돌아가 정치권을 기웃거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임흥식 전 논설위원 “MBC의 주인은 시민”
임흥식 전 논설위원은 “MBC의 주인은 시민”이라고 말한 뒤 PT를 시작했다. 임 전 논설위원은 △해고자 즉각 복직 △경영진 등 전원교체 원칙 △채용 과정 철저 검증 △‘트로이컷’ 등 의혹 재조사 △잘못된 과거사 기록으로 남김 등을 통해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또 △능력에 따른 인사 △편성위원회‧임명 동의제 도입 △편집회의 등 공개 방안 마련 △인재 확보‧육성에 전력해 ‘일 중심의 MBC’가 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MBC의 주인은 시민’이라는 PT 주제에 맞게 △시청자위원회 확대 개편 △‘방송 독립’ 특별위원회 설치 등으로 권력으로부터 독립을 지켜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임 전 논설위원은 마지막으로 “공영방송은 서로 다른 인식의 차이를 좁히는 다리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 다리의 견고함은 신뢰할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짓고, 신뢰는 오직 진실이라는 토양에서 자란다”고 강조했다.

생중계로 진행된 정책설명회를 지켜본 직장인 박현아(34)씨는 “정책설명회에 나선 후보자 모두 해직자 복직과 국민들로부터의 신뢰 회복을 이야기했다”며 “사장 후보자들이 직접 PT 자료를 만든 것도, PT에 나선 것도 신선했지만 내용을 듣고 나니 더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설명회를 보니 앞으로 밝은 MBC의 미래가 보였다”며 “누가 되던지 처음 생각한대로만 밀고 나가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