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사제작국 기자와 PD 8월 3일부터 ‘제작 중단’ 돌입

MBC 시사제작국 기자와 PD 8월 3일부터 ‘제작 중단’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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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PD수첩> PD들에 이어 <시사매거진2580> 기자 등 시사제작국 소속 기자와 PD들이 제작 거부에 동참하면서 MBC 내부의 노사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MBC 시사제작국 기자와 PD들은 8월 2일 성명을 통해 “제작 중단을 시작한 <PD수첩> 제작진의 뜻에 함께 한다”며 “8월 3일부터 MBC 시사제작국 기자와 PD들은 제작 중단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앞서 <PD수첩> 제작진은 8월 1일로 예정된 방송을 위해 ‘한상균을 향한 두 개의 시선’이라는 기획안을 제출했다. 제작진은 “최근 대법원에서 실형 확정 판결을 받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이야기를 고리로 삼아, 한국 사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취재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조창호 시사제작국장과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은 이 아이템에 대한 취재를 막았다. 방송심의규정 제9조 4항을 근거로 내세웠다. ‘방송은 당해 사업자 또는 그 종사자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대해 일방의 주장을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를 오도해서는 안 된다.’ 노조에 가입돼 있는 PD들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문제에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기 때문에 취재를 불허한다는 것이다.

<PD수첩> 제작진들은 “정말 심의규정 9조 4항을 지키고자 한다면, <PD수첩> 제작진의 방송을 막을 것이 아니라 MBC 경영진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보도해온 MBC 뉴스의 행태부터 비판하는 것이 맞다”며 “7월 21일 18시부터 ‘제작 중단’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PD수첩>, <시사매거진 2580>, <경제 매거진>, <생방송 오늘 아침> 등 MBC의 시사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기자와 PD들도 힘을 보탰다. 이들은 7월 26일 성명을 발표해 “제작 중단에 들어간 <PD수첩>과 함께 시사제작국 구성원 전체의 투쟁을 전개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시사제작국 기자와 PD는 “<PD수첩>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사제작국에서 제작하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에서 아이템 검열, 인터뷰이 검열 등이 행해져 왔다”고 고백했다.

사측은 제작 거부 중단을 촉구했다. <PD수첩> 이영백 PD에겐 2개월 대기발령을 통보했다. 사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대법원 판결을 뒤집을 명백한 팩트 제시도 없었고 취재할 충분한 시간도 없는 상황에서 자신들이 소속된 언론노조의 상급단체인 민노총 위원장에 대해 동정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방송을 한다는 것은 방송 규정 위반일 뿐만 아니라 누가 보더라도 상식에 어긋난다”며 <PD수첩>의 기획안 전문을 공개했다.

<PD수첩> 제작진은 “사측의 주장대로면 민주노총 사업장의 사용자 역시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결국 MBC는 민주노총에 관해서 아무것도 취재·보도할 수 없다는 터무니없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며 “사측의 주장은 한마디로 ‘MBC에서 민주노총과 노동 관련 이슈를 제작하려면 언론노조에서 탈퇴하라’는 압박과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결국 <PD수첩> 이영백‧조윤미 PD는 7월 28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MBC 사장 김장겸, 편성제작본부장 김도인, 시사제작국장 조창호 등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부당노동행위)죄로 의율하는 고발장을 접수했다.

MBC 시사제작국 기자와 PD들은 MBC가 공정 방송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제작을 중단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MBC 프로그램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온 시사제작국장 조창호와 편성제작본부장 김도인, 사장 김장겸의 검열은 <PD수첩>과 <시사매거진 2580>뿐만 아니라 <생방송 오늘아침>, <생방송 오늘저녁>, <경제매거진 M>에도 만연했다”며 “세월호, 4대강, 국정원은 금기어였고, 언론사가 반드시 지켜야할 공정성이라는 가치는 사치가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시사제작국 기자와 PD들이 제작 중단에 들어갔지만 <PD수첩>을 제외한 다른 프로그램의 추가 결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MBC 관계자는 “다른 프로그램은 외주나 비정규직 인력이 많이 투입돼 있어 제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