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때리기’에 “사과 먼저”, “언론 겁박 중단” ...

‘MBC 때리기’에 “사과 먼저”, “언론 겁박 중단”
윤 대통령 비속어 보도 놓고 여야 공방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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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보도와 관련해 여야 공방이 이어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MBC를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고, 더불어민주당은 언론 겁박을 즉각 중단하고 사죄부터 하라고 촉구했다. 기자들과 시민사회단체도 가세했다. 대통령실 출입 영상기자단은 “정당한 취재와 보도에 대한 왜곡을 멈춰 달라”고 말했고, MBC 기자회는 “좌표 찍기와 도 넘은 인신공격을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진실하고 솔직하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MBC는 윤 대통령이 9월 22일 미국 뉴욕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주최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치고 이동하면서 참모진에게 말하는 영상을 내보내며 ‘(미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자막을 달았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라고 말한 것이며, 미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를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이와 관련된 나머지 얘기들은 먼저 진상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MBC의 보도를 조작 방송이라고 비난하며 정언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9월 26일 “윤 대통령의 순방기간 중 발언이 그 어떤 언론보다 빠르게 30분 전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 입에서 나왔다”며 “관련 영상은 방송은커녕 어느 언론에서도 기사화되지 않은 것으로 ‘영상을 온라인에서 봤다’는 박 원내대표의 해명은 오히려 정언유착을 뒷받침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MBC의 보도를 ‘매국 허위방송’이라고 비난했다.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통상적으로 미국은 의회이지, 국회라고 하지 않는다. 이런 상식적인 사실을 억지로 조작하려다 대형 사고를 친 것”이라며 “이번 MBC의 방송 조작 사건은 단순히 대통령 폄하나 비난을 넘어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시키고 있어 이 오보에 대한 책임을 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엄중히 물을 것임을 경고하는 바”이라고 말했다. 이어 MBC를 상대로 고발,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신청,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민원 신청, 엠바고 유출에 대한 조치 요구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은 “대통령의 욕설 파문은 발언을 한 대통령의 책임이지 이를 보도한 언론의 책임이 될 수 없다”며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눈과 귀를 틀어막으려 한다면 국민은 결코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언론 겁박을 즉각 중단하고 부적절한 욕설에 대한 사죄부터 하라”고 강조했다.

MBC도 바로 입장문을 통해 정언유착 의혹은 ‘음모론’이라고 일축했다. MBC는 “윤 대통령의 발언 영상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 온라인에 퍼졌기 때문에 박 원내대표가 MBC 보도 이전에 충분히 관련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며 “MBC는 대통령실의 엠바고가 해제된 이후 관련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고 밝혔다.

MBC 기자회 역시 성명을 통해 좌표 찍기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MBC 기자회는 “어떻게든 현 상황을 모면하고자 하는 ‘희생양 만들기’와 함께, 기다렸다는 듯 MBC를 향한 총공세에 나선 그들의 행태에 우리 기자들은 분노한다”며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들, 눈 밝은 자들 앞에선 헛된 시도일 뿐. 무엇이 ‘사실과 다른 보도’라는 것인지, 누가 거짓을 말하고 있는지, 그 판단은 국민의 몫”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출입 영상기자단은 “정당한 취재에 대한 왜곡을 멈춰 달라”며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해당 발언이 취재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왜곡도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밝힌다”며 “문제가 된 비속어 발언은 영상 기자가 대통령이 퇴장하는 모습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안보실장 등과 함께 퇴장하며 해당 발언을 했기 때문에 담기게 된 것이고, 시끄러운 현장이라 당시 이런 발언이 있는 것을 취재한 영상 기자들도 처음엔 모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경위로 영상이 돌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국회 기자들과 보좌관들 사이에서 해당 영상을 캡처한 화면이 공유됐고, 엠바고 해제 2시간 전 이미 해당 영상은 한국으로 송출돼 풀단에 속한 방송사 관계자라면 누구나 영상에 접근할 수 있었다”며 “당시 현장에서는 다른 일정 등으로 바쁜 상황이라 해당 영상을 편집해 공유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해당 영상은 풀 취재단이 찍은 영상이라고 재차 확인해 주었음에도 이후 브리핑에서 ‘짜깁기와 왜곡’이라고 발언해, 해당 영상을 취재한 영상 기자들은 매우 참담한 심정을 느꼈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사과가 먼저”라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어떤 사람을 욕하여 이르는 말인 ‘새끼’가 한국 대통령 입에서 나왔는데 왜 사과하지 않는가”라며 “그 ‘새끼들’이 미국 국(의)회를 일컬었든 한국 민주당을 가리켰든 욕한 걸 인정하고 용서를 빌어야 옳다”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한국 대통령인 바에야 아무 날 아무 시에 허투루 쓰면 곤란하지 않은가. 욕설은 두말할 것 없겠고. 하니 진실하고 솔직하게 사과부터 하는 게 한국 대통령과 나라 위상을 더 낮은 곳으로 떨어뜨리지 않을 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