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파업 재개 선언

MBC 파업 재개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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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MBC 노동조합이 결국 재파업을 결의했다. 170일 동안 이어진 파업이 잠정적으로 중단된 7월부터 무려 4달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변한 것이 별로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MBC 노조는 5일 서울 여의도 방송센터에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재파업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파업 시점과 방법은 노조 집행부가 결정한다. 이에 노조는 "지난 170일 동안 이어진 파업을 잠정중단할 당시부터 김재철 사장의 해임이 불가능해진다고 생각되면 다시 파업을 재개한다고 밝혔다"며 "오는 8일 김 사장의 해임안 처리 추이를 살펴보고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결정을 주의깊게 지켜보겠다"고 전했다. 사실상 파업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동시에 노조의 이러한 움직임은 김재철 사장 해임안이 상정되는 방송문화진흥회의 8일 회의와 청문회가 예정된 국회 환노위의 12일 상황을 살피며 나름의 압박용 카드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노조의 이러한 배수진이 제대로 먹혀들어갈지 지금으로서는 의문이다.

   
 

사실 파업이 종료된 7월, MBC 파업의 원흉이라 지목받는 김재철 사장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는 국회 차원의 청문회 가능성까지 열어두며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170여 일이나 이어진 파업 사태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가 거세게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여야는 파행을 빚던 국회 원구성을 합의하며 동시에 국회 차원의 김재철 사장 청문회를 시사하는 문구를 삽입했다.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큰 고비’를 넘긴 여당은 돌연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국회 차원의 김재철 사장 청문회를 거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동시에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한 때 국회 차원이 아니라면 국정감사 기간에 맞추어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차원에서의 청문회를 열자는 목소리는 있었지만, 이마저도 여당의 반대에 직면한 것이다. 여기에는 여당의 시간 끌기 작전이 주효했으며 야당의 정책 타이밍 실수도 한몫했다는 평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차원의 청문회 가능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부터 청문회는 아니었다. 국감 증인 출석을 비롯해 야당이 다양한 각도로 시도한 ‘김재철 사장 유도작전’이 ‘해외 출장’이라는 명목으로 빈번히 막히자 여야는 잠정 합의안을 도출해냈고, 이에 전격적으로 환노위 차원의 청문회가 성사된 것이다. 또 시기에 맞추어 MBC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정수장학회 문제가 대선 정국의 이슈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어렵게 성사된 환노위 차원의 김재철 사장 청문회도 불안요소가 산적해 있다. 앞서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야당 추천 이사가 제출한 사장 해임안이 빈번히 좌초되면서, 이는 역으로 김 사장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지적을 받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재의 미묘한 대선정국의 특성상 여야가 단순한 정치공학적 원리로 김재철 사장 퇴진에 접근할 경우 사안은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 단적인 예가 2일 환노위에서 야당 위원들이 김재철 사장의 불출석 소식을 듣고 잠정안대로 ‘김재철 청문회’를 의결하자 집단으로 퇴장해버린 여당 의원들의 행동에서 드러난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번 MBC 노조의 파업 재개 선언을 두고 "8일 논의될 방문진의 김재철 사장 해임안이 거의 가능성이 없는 만큼, 12일 열리는 국회 환노위에 압박을 가하기 위해 노조가 파업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준비하는 것 같다"며 "방문진은 물론, 국회 환노위와 김재철 사장 본인도 이번 노조의 파업 재개를 단순한 압박 카드로 이해한다면 큰 오산이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이들은 "5일 파업 재개를 결의했을때 몇몇 대의원들은 노조원에 대한 사측의 치졸한 보복을 우려했다고 한다. 이는 역으로 물러날 수 없는 마지막 싸움을 결의했다는 뜻"이라며 "MBC 민영화의 어설픈 정책 추진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8일 방문진과 12일 환노위의 움직임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고 진단했다.

동시에 일각에서는 이번 노조의 파업 재개를 두고 "어차피 환노위에서 해당 사안이 처리되는것 자체가 MBC 파업을 공정방송의 차원이 아니라 노-사 관계의 패러다임 안에서 논의를 하고 싶어하는 여당과 김 사장의 노림수에 말려든 것”이라는 전제하에 “8일 방문진 회의 결과를 살피며 정수장학회가 가지고 있는 파급력을 극적으로 끌어올린 다음 예정된 청문회에 김재철 사장을 효과적으로 불러내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생각하기 쉬운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이다”고 전했다.

한편 KBS의 상황도 심상치않다. KBS 사장 선임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현재의 대립구도가 임계점을 넘는 분위기다. 당장 양대 방송사 동시 파업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