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이상호 전 MBC 기자를 해고한 것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제13민사부(박인식 부장판사)는 이상호 전 MBC 기자가 MBC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MBC는 해고를 무효로 하고, 올해 1월 16일부터 복직일까지 원고에게 월 4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18일 이 전 기자는 MBC 사측이 김재철 사장의 지시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 인터뷰를 비밀리에 추진해 방송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MBC 사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으나 이후 관련 내용은 사실이라고 밝혀졌다.
이에 MBC 사측은 MBC C&I에 파견돼 있던 이 전 기자를 보도국으로 복직시킨 뒤 같은 달 28일 안광한 부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 전 기자에 대한 해고 징계를 결정했다. 이후 인사위원회 결정에 대한 김재철 사장의 최종 결정이 늦춰지면서 많은 추측들이 나돌았지만 결국 사측은 ‘명예훼손과 품위유지 위반’을 이유로 해고를 통보했다.
해고가 통보된 직후 이 전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김재철의 종업원이 아닌 국민의 기자가 되겠다”며 “김재철 사장한테 기자직을 구걸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잘못된 징계 사유에 대해선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하기에 재심을 신청하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가 피고의 명예를 훼손해 징계사유가 되더라도 그 내용이 진실하다고 볼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으면 이를 이유로 근로자를 징계해고까지 하는 것은 재량권을 일탈한 것”이라고 판단한 뒤 “MBC가 해고 사유로 삼은 이씨의 트위터 이용 및 고발뉴스 출연이 그 자체로는 해고에 이를 만큼 중대한 징계사유로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재판부의 판결에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극히 상식적인 결과”라며 “MBC 사측은 법원의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상호 기자를 즉각 복직시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언론노조는 “정권이 바뀌고, MBC를 유린하며 미친 칼춤을 추던 김재철 사장도 물러났지만 해직 언론인들은 아직도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정치와 자본으로부터 자유와 독립이라는 언론의 원칙과 상식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일터에서 쫓겨난 해직 언론인들의 복직이 언론정상화의 첫 단추”라고 주장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상호 전 MBC 기자의 해고무효판결이 해직 언론인 복직에 긍정적인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직 언론인들의 복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안팎으로 커지고 있는 시점에 재판부가 해고무효판결을 내림으로써 해직 언론인들의 복직 시점이 조금 더 앞당겨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섞인 관측이다.
이에 대해 한 언론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도 해직 언론인 문제 해결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만큼 문제가 곧 해결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단정할 수는 없다. 그동안 지켜봤듯이 정부와 국회가 언론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인지 아직까지도 알 수 없다”면서 “언론노조와 시민사회단체가 총력 투쟁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도 언론 정상화에 대한 진심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