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주파수 포기한 일본, 무료 보편 UHDTV 포기

방송 주파수 포기한 일본, 무료 보편 UHDTV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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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HDTV 및 뉴미디어 발전에 활용되어야 하는 700MHz 대역 주파수를 성급하게 통신에 할당한 일본이 결국 울상을 지었다. 무료 보편의 뉴미디어 서비스를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시대적 가치를 포기당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유료방송 중심의 UHDTV 발전 로드맵을 수립해야 하는 지경에 몰렸기 때문이다. 일본은 미국과 더불어 주요 세계 방송 선진국 중 700MHz 대역 주파수를 거의 유일하게 통신에 할당한 국가다. 당장 세계 UHDTV 발전을 선도하며 확고한 시장 지배자적 위치를 점유하려던 일본의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

   
 

김충식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방통위 관계자들은 지난 9월 9일부터 11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요시자키 마사히로 총무성 국제담당 총무심의관 등 총무성 실무자 6명과 면담하고 돌아왔다. 이에 9월 26일 방통위는 “일본은 현재 UHDTV 방송에 사용할 주파수가 없어 지상파 주파수를 활용해 UHD 방송을 할 계획이 없고, 위성/케이블TV/IPTV로만 UHDTV 방송을 수신하도록 할 계획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 일본 TV는 위성 튜너를 내장하고 있고, 전체 가구의 약 30%가 유료인 NHK 위성방송을 시청하고 있으며 각 민영방송이 소유한 위성채널의 가시청 범위까지 합하면 60% 내외의 가구가 위성방송 수신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직접수신비율과 교차하는 구간은 존재하지만, 위성 튜너 내장 등 위성방송을 대비한 수신환경이 특화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많은 전문가들은 주파수 조정 없이 위성만으로도 UHDTV 방송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이는 최근 대한민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직수방안, 즉 TV에 직접수신 안테나를 내장하거나 함께 팔도록 하는 방안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일본은 정부 예산으로 UHDTV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4K 시험방송에 돌입하고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4K 본방송 및 8K 시험방송을, 이어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8K 본 방송 송출을 계획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발전 로드맵에는 유료방송만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은 왜 지상파 방송을 중심으로 하는 UHDTV 발전 로드맵을 수립하지 못하고 돈을 내야지 시청할 수 있는 유료방송 중심의 UHDTV 발전만 추진하는 것일까. 이는 일본의 성급한 주파수 할당 정책 때문이다. 현재 일본은 700MHz 대역 주파수의 상당 부분을 통신에 할당한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718~748MHz 대역인 30MHz폭과 773~803 대역인 30MHz폭이 통신할당 구역이다. 무려 60MHz폭이 통신에 할당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런 이유로 일본은 뉴미디어 기술의 정수로 꼽히는 UHDTV 발전에 있어 지상파 플랫폼을 활용할 엄두도 못내는 것이다. 성급한 통신 주파수의 할당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에서도 나타난다. 미국은 최근 지엽적으로 UHDTV 발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막상 주파수가 부족해 제대로 된 UHDTV 발전에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에 방송 선진국인 유럽은 상대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유럽은 700MHz 대역 주파수를 방송에 할당한다는 스탠스를 유지하며 통신에는 1.2와 1.8GHz 대역 주파수를 할당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실제로 영국 BBC의 경우 ‘오프콤’의 강력한 지원 아래 HD 채널을 적극적으로 늘리며 통신용 주파수도 방송용으로 활용하는 분위기다. 또 WRC-12에서는 700MHz 대역 주파수를 통신에 활용하고자 요구했던 일부 아프리카와 중동의 의견을 유럽이 반대한 사례도 있다. 자연스럽게 UHDTV 발전의 미래도 안정적인 발전 모델로 구축되는 중이다.

   
 

결론적으로 미국과 일본은 주파수 부족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으로 지상파 UHDTV 발전에는 손을 놓아버렸다. 동시에 일본은 추후 세계 UHDTV 시장 경쟁에서 심각한 패널티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HD 방송이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기술발전으로 궁극적인 무료 보편의 가치를 구현한 것과 마찬가지로, UHDTV 방송도 종국에는 광범위한 무료 보편의 틀 안에서 논의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유료방송 중심의 UHDTV 전략을 수립한 일본은 세계 경쟁에서도 유럽에 밀릴 것이 자명해 보인다. 물론 일본정부는 UHDTV 전송에 있어 위성방송과 케이블 방송이 상대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부분에도 일정 정도의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부분을 차치한다고 해도 UHDTV 기술이 무료 보편의 가치 아래서 추구되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절대적 기회비용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도 일본 만큼이나 암울하다. 어쩌면 더 심각하다. 미국과 일본이 주파수 불균형으로 지상파 중심의 UHDTV 발전을 추구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대한민국은 디지털 전환 이후 방송에 할당되는 주파수 자체가 미국과 일본에 비해서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상파 중심의 UHDTV 발전을 선도하는 대한민국 지상파 방송의 노력을 무시하고 유료방송 중심의 UHDTV 발전을 통해 굳이 ‘먼 길’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디지털 전송방식 결정부터 미국와 일본을 따라가던 대한민국이 주파수 불균형으로 인해 유료방송 중심의 UHDTV 발전 모델도 그대로 답습하려는 것아니냐”는 불안이 고개를 드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