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중인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현지시간 7월 26일 FCC(미국연방통신위원회)에서 제시카 로젠위슬 상임위원을 비롯한 고위인사들을 면담했다. 그리고 이 위원장은 면담이 종료된 후 기자들과 만나 “UHDTV 국내 도입에 서두르지 않겠다”는 요지의 발언을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위원장은 FCC의 고위인사들과 미국의 방송정책을 청취하는 한편, 뉴미디어 발전 및 기타 다양한 방송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류했다. 동시에 이 위원장은 “UHDTV 도입을 무작정 서두르면 국민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물론 신기술이 국민에게 편리함과 경제적 이익을 주면 도입한다는 것이 원칙이지만 UHDTV 국내 도입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상당한 후폭풍을 가져올 전망이다. 우선 UHDTV 기술은 세계를 선도하는 방송기술의 핵심축이다. 그런 이유로 국내 지상파 방송사는 1차 실험방송을 훌륭하게 마치는 한편, 현재 2차 실험방송을 통해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위원장의 발언은 국내 지상파 중심의 UHDTV 발전에 역행하는 셈이다.
게다가 이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의 사정만 청취한 편협한 의식이라는 비판도 있다. 면담을 진행한 로젠위슬 FCC 상임위원이 “미국도 UHDTV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나 최근 디지털 방송 전환 비용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가져다줬다”면서 “UHDTV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라고 말한 직후 이 위원장의 ‘UHDTV 국내도입은 시기상조“ 발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UHDTV 기술은 디스플레이 측면에서 이미 대한민국의 제조사를 중심으로 하는 막강한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으며 앞에서 언급한 대로 지상파 중심의 UHDTV 활성화 로드맵도 착실하게 동력을 얻고 있다. 세계 UHDTV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 중 대한민국도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뜻이다. 요약하자면, 대한민국이 UHDTV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올라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미국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고 비슷한 행보를 걷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뜻이다. 심지어 미국은 UHDTV에 있어 그리 훌륭한 발전모델을 갖고 있는 나라가 아니다. 특히 최근 FCC는 주파수 배분에 있어 방송용 주파수를 대부분 통신에 밀어줌에 따라 막상 UHDTV에 활용할 주파수가 부족하자, 부랴부랴 유럽식 UHDTV를 차용해 실험방송을 실시하는 처지다.
또 이 위원장이 “3DTV 기술이 영화 ‘아바타‘로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TV에서는 콘텐츠 부족으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면서 콘텐츠 부족을 UHDTV 도입의 걸림돌로 지적한 부분도 문제다. 물론 3DTV가 예상만큼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온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3DTV가 완벽히 몰락의 길을 걷는 것도 아니다. 현재 3DTV 기술은 각 방송사에서 포터블, 경량화를 기치로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으며 그러한 노력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차치한다고 해도 콘텐츠 부족은 정부의 막강한 지원을 바탕으로 하는 지상파 방송의 노력으로 충분히 채울 수 있다. 올해 초 CES 2013에서 국내 제조사와 지상파 방송사의 합작으로 훌륭한 UHDTV 발전상을 보여준 사례가 있다. 그런데 이 위원장이 이러한 부분을 무시하고 단순한 콘텐츠 부족을 이유로 대한민국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UHDTV 기술 도입을 늦춘다면, 이는 국가적인 손실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중론이다.
대한민국은 디지털 전송 방식을 결정하며 효율이 낮은 미국식 전송 방식을 채택한 뼈아픈 역사가 있다. 이 때의 잘못된 결정은 진정한 디지털 TV 시대를 가로막는 치명적인 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지금도 헤매고 있다. 국토의 70%가 산악지형임에도 불구하고 700MHz 대역 주파수를 대부분 통신에 할당하는 한편, 고작 방송에 할당된 228MHz폭으로 새로운 뉴미디어의 시대를 선도해야 하는 처지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악전고투 끝에 UHDTV 기술 선도화를 이끌어 냈음에도 불구하고 방통위의 수장은 국민의 편익을 이유로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늦추자는 발언을 하고 있다.
동시에 많은 전문가들은 “국민의 편익을 위해서라면 천신만고 끝에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구축한 새로운 기술에 더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할 것”이라고 전하는 한편, “만약 진정한 국민의 편익을 고려한다면, 무료 보편의 지상파 방송사의 UHDTV 역량을 신장시키는 쪽으로 정부부처의 정책결정이 내려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2004년 디지털 전송방식을 무조건적으로 미국식으로 정할때처럼, UHDTV에 있어 세계의 조류에 한창 떨어진 미국의 사례를 맹목적으로 신봉하기 보다는 우리가 앞장서서 UHDTV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한편, 미래창조과학부는 최근 케이블 사업자들과 공동으로 UHDTV 송출식을 가지며 유료 방송의 UHDTV 방송을 천명했으며, 위성방송사도 다양한 기술개발을 통해 해당 기술 플랫폼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는 명확히 대비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