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First에 Fact First를 버린 언론사

[칼럼] AI First에 Fact First를 버린 언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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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성환 박사,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겸임교수] 산업 분야에 두루 AI가 접목되면서 AI First 흐름이 지배적이다. 신문사, 방송사에서도 전문가 고유 영역이던 기획, 기사 작성 등에 생성형 AI를 활용하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심각한 현상은 Fact First(사실 우선주의)를 버린 언론사다. 1846년 창립부터 Fact First를 강조한 AP 통신사의 저널리즘 전통을 무시하고, 허위 정보 생산 기지로 전락한 쓰레기 언론사가 너무 많다. AI가 작성한 기사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는 언론사도 많다 보니, 언론의 신뢰성 전체가 추락하는 모양새다.

지난 5월 미국의 시카고 선타임스와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가 게재한 ‘2025년 여름 추천 도서’ 15권 중 실제 존재하는 책은 5권 뿐이었다는 기사가 우리를 놀라게 한다. AI는 실제 존재하는 작가의 책인 것처럼 추천했지만, 실제로 그런 소설은 세상에 나온 적이 없다. 이처럼 존재하지 않는 명백한 가짜 책 10권을 추천하는 내용이 어떤 확인 절차도 없이 게재되었다. 이 문제가 뉴욕타임스 보도로 알려지면서, 뒤늦게 섹션 담당 기자는 AI 클로드를 활용해 만든 기사라는 사실을 시인했다. 언론의 독립성, 공정성, 투명성, 윤리, 저널리즘 따위는 없는 사기다.

뉴스 영상으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채널
출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4 한국, 한국언론진흥재단, 이현우외 2인

AI가 작성한 가짜 기사 문제는 처음이 아니다. 전문 분야별로 다양하다. 2023년 11월 29일 BBC 뉴스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ports Illustrated)의 AI 기사를 보도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프로필 사진과 이름으로 기사를 쓴, AI가 만들어 낸 가짜 기자 사건이다. 내부 직원도 “저널리즘의 기본 기준을 위반했다”고 비판할 정도였다. 2022년에는 AI가 금융 서비스에 관한 기사 77건을 작성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유명한 미국 IT매체 씨넷에서 벌어진 일이다. AI 작성 기사임을 밝히지도 않았고, 내용의 사실관계가 오류로 확인되어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인 뉴스가 될 수 있었다.

저널리즘 윤리를 위반한 허위 정보를 대량으로 생산한다면 어떻게 될까? 콘텐츠 팜에 해당하는 AI 생성 뉴스 웹사이트는 얼마나 존재할까? 챗 GPT와 퍼플렉시티 AI를 통해서 조사해 보았다. NewsGuard라는 뉴스 사이트 평가회사에서는 ‘iBusiness Day’, ‘Ireland Top News’, ‘Daily Time Update’ 등과 같이, 인간 편집자 없이 AI로 뉴스 기사를 대량 생산하는 사이트가 1,271개라고 알려준다. 이러한 AI 기반 웹사이트에서 생성된 콘텐츠는 정치, 기술, 엔터테인먼트 및 여행을 포함한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정치 지도자 및 유명인의 죽음에 대한 충격적인 거짓 주장을 하기도 한다. 또한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가짜 기자 인물까지 도입한 대형 AI 뉴스 생산 사이트도 있다고 한다. 이런 신뢰성 우려에 대해 대표적인 공영방송인 영국의 BBC가 검증에 나섰다. BBC는 2025년 2월 초에 AI 챗봇의 뉴스 요약 정확도를 평가한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이 실험은 45명의 기자를 투입해서 ‘100개의 BBC 뉴스 기사’를 AI 챗봇(OpenAI ChatGPT, Microsoft Copilot, Google Gemini, Perplexity)에 제공하고, 요약한 내용을 BBC 기자들이 검토하는 방식이었다. 실험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51%의 응답에서 중대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BBC 콘텐츠를 인용하면서도 사실 오류를 보인 경우는 19%, 제공한 BBC 기사 내 인용문이 수정 혹은 누락된 비율이 13%였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BBC는 AI 기업들에게 뉴스 요약의 투명성과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협업과 더 나은 검증 메커니즘 도입을 요청한 바 있다.

미국의 팩트 체크 사이트
출처: https://www.politifact.com/truth-o-meter/

일반 소비자가 가짜 뉴스를 골라내는 현실적인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먼저 기사 내용이 일정한 패턴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극단적이거나 자극적인 제목으로 클릭을 유혹하는 경우, 인용에 출처가 없는 경우, 노출을 고려하여 같은 문장을 반복하거나 논리 비약이 심한 경우 등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다음은 도메인 이름을 확인해서 공신력 있는 언론인지 확인하거나 미리 구독 중인 언론사 정보를 우선해서 읽는 방법도 있겠다. 물론 공식 언론사와 유사한 도메인으로 속이는 경우도 빈번하니 이 또한 경계해야 한다. 충격적인 기사일수록 교차 검증이 필수다. 다음으로 팩트체크 가능한 사이트를 기억해서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에서 운영하는 SNU factcheck (https://factcheck.snu.ac.kr/) 사이트가 있으나 현재는 서비스가 무기한 중단된 상태이다. 각 언론사의 팩트체크 기사 이용도 가능하다. 물론 팩트체크에도 AI를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쏟아지는 모든 기사를 온라인에서 즉각 정확히 팩트체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잘 알려진 외국 사이트로는 Snopes (https://www.snopes.com/fact-check/), PolitiFact (https://www.politifact.com/truth-o-meter/) 등이 있다.

온라인 허위 정보에 대한 우려(47개국 중 공동 16위)
출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4 한국, 한국언론진흥재단, 이현우외 2인

소셜 중심의 콘텐츠 소비 방식으로 더 빠르게 뉴스를 만날 수 있지만, 그만큼 검증없이 가짜 뉴스를 전달하기도 딱 좋은 시대다. 속도보다는 투명하고 정확한 뉴스를 전하는 신뢰의 언론이 필요하다. 그래서 언론인들이 AI를 활용할 때는 BBC 뉴스 및 시사 부문 CEO인 Deborah Turness가 던진 경고를 기억하자. “AI 기업들이 사실 왜곡의 불씨를 안고 논다.” 더불어 소비자는 자나 깨나, 콘텐츠 팜이 대량 생산하는 매혹적인 기사를 걸러내는 마인드 필터로 검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