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정책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공익’”

“주파수 정책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공익’”

605

   
 

“주파수 배분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공익’이다. 과거부터 주파수는 자원의 희소성 때문에 누가 좀 더 공익에 맞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주파수 이용권을 제공해왔다. 최근 들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시장기반의 전파관리제도 도입이 확산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파수를 공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지상파 디지털 전환의 후속조치인 채널재배치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700MHz 대역 주파수 정책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700MHz 대역 주파수 활용은 원론으로 돌아가 공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2일 오후 1시 30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정보통신정책학회‧한국방송학회‧한국통신학회 공동주최로 개최된 ‘주파수 정책 합리성 제고를 위한 방송통신 3학회 공동 심포지엄’에서 김광호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주파수 재배치 작업이 끝나지 않은 700MHz 대역 주파수를 놓고 누구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할당할 것인지 등 논란이 일고 있는데 논의의 기본은 ‘주파수가 공익적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700MHz 대역 즉 698~806MHz(폭 108MHz) 대역은 전파 도달 거리가 길고, 혼선이나 잡음이 적어 ‘황금 주파수’ 대역으로 불린다. 지상파 방송은 과거 아날로그 방송 시절 54~806MHz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했는데 디지털 전환 이후 470~698MHz 대역만 사용하게 됨으로써 700MHz 대역의 활용방안을 두고 방송과 통신 진영이 팽팽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앞서 지난 2012년 1월 20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모바일 광개토플랜’을 의결하면서 108MHz 폭 중 728~748MHz 대역과 783~803MHz 대역 등 40MHz 폭을 우선 이동통신용으로 배정하고 나머지 대역을 추후에 다시 확정키로 했으나 법적 효력을 가지는 고시로 발표되지 않아 700MHz 대역의 활용방안은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김 교수를 비롯한 방송학계에서는 전파법의 목적 자체가 ‘공공복리의 증진’에 있는 만큼 무료 보편적 서비스 구현이라는 지상파 방송의 기본적 책무 측면에서 주파수 정책이 검토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 교수는 △채널재배치 이후 난시청 환경 개선 △기본적인 정보접근권 보장 △차세대 방송서비스의 활성화 등을 위해선 지금의 방송용 주파수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산악지형이 넓게 분포되어 있고, 고층빌딩의 밀집도가 높아 인위적 난시청 지역이 넓을 수밖에 없는데 이런 음영 지역을 해소하고 디지털 TV 시청권을 보장하기 위해선 700MHz 대역 주파수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또 유럽식 전송방식보다 효율이 떨어지는 미국식 전송방식인 MFN 방식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 DTV 주파수 대역(228MHz)은 유럽(265MHz), 일본(240MHz)보다 좁으며 심지어 지형적 환경이 열악함에도 미국(300MHz)보다 작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에선 지상파 방송이 차세대 방송으로 각광받고 있는 UHDTV 산업에 제대로 참여할 수 없고, 지상파 방송의 참여 없이는 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미국의 예를 들며 “미국 방송사들의 경우, 통신기술의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방송 주파수를 반납한 후에야 차세대 방송기술인 3DTV‧UHDTV 등을 제공할 주파수가 모자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필수 주파수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700MHz 대역 주파수를 매각한다면 나중에 공익 실현이 포기될 수도 있고, 또 그를 위해 다시 사회가 주파수를 재구매해야 한다면 어느 경우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숙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도 이에 공감하며 “시청자의 입장에서 직접수신으로 UHDTV를 보고 싶고, 주파수 경매로 인한 비용이 국민에게 전가되는 것도 원치 않는다”면서 700MHz 대역이 방송 대역으로 확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선 700MHz 대역을 이동통신용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김용규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파수 경매로 인한 비용 전가 부분은 추후에 시정할 수 있는 부분이고, 3DTV‧UHDTV를 위해 주파수를 활용하는 해외 사례는 없다.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이동통신용으로 활용했을 때 사회후생효과가 더 크다”며 반박했다.

이에 김 교수는 “영국 등 유럽에서도 700MHz 대역 활용 정책이 확정된 바가 없기 때문에 해외 사례가 없다는 지적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도 “해외 사례를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는데 우리나라 단말이 경쟁력이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독자적 기술이나 방식을 개발하고 표준을 내는 방법도 있지 않느냐”며 조금 더 다양한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파수 할당 정책의 효율성을 논하는 자리인데 돈이 없는 사업자를 배제하고, 신규 사업자의 참여가 어려운 정책이 과연 효율적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한 김 교수는 바로 이어 “경제학 관점에서 원가가 상승하면 요금도 당연히 상승하는데 주파수 경매를 한다고 해서 이동통신 요금이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고 의문을 표했다.

   
 

마지막으로 토론자로 참석한 최동환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은 “기본적으로 공익적 차원에서 국민을 위한 보편적 서비스의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주파수 정책이 검토돼야 한다”며 “모든 국민들의 별도의 비용과 수고 없이 고화질 3DTV‧UHDTV 등 고품질 실감방송을 가정에서 즐길 수 있는 동시에 고품질 한류 콘텐츠 제작의 밑거름을 위해선 700MHz 대역 주파수가 지상파 방송용으로 활용돼야 한다”면서 시청자 복지는 지상파 방송이 국민과 함께 지켜가야 할 소중한 가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