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학계‧업계 “지상파 UHD 방송 정책 재검토해야” 한목소리

정치권‧학계‧업계 “지상파 UHD 방송 정책 재검토해야”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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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 교수 “정수기 쓴다고 해서 수돗물 공급 안 하느냐. UHD 전환 필요해”
심영섭 교수 “현재 UHD 정책은 인센티브 없이 의무만 부과한 상황”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2017년 5월 31일 세계 최초로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이 도입됐다. 꿈의 화질, 입체 음향, 양방향 서비스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 장밋빛 미래를 꿈꿨으나 8년이 지난 지금 남은 것은 화질뿐이다. 심지어 지상파 직접 수신으로 지상파 UHD 방송을 시청하는 가구는 1%도 안 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정치권과 학계, 방송업계에서는 지상파 UHD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훈기 국회의원과 미디어오늘은 2월 24일 오전 9시 30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바람직한 UHD 정책 개편 방안 마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의원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UHD가 도입될 때만 해도 방송 산업이 부흥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는데 8년이 지난 지금 방송사들은 UHD에 부담을 가지고 있고 지역방송의 계획에도 차질이 있다”며 “이런 상황인데도 아무도 UHD를 수면 위에 올리지 않아 자리를 마련했다. 이 정책을 가지고 갈 것인지 폐지할 것인지 수면 위에서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경환 상지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해서 실패한 것이냐”며 “HD 전환 때도 똑같았다”고 현 상황에 쓴소리를 던졌다. 김 교수는 “정수기를 쓴다고 해서 수돗물 공급을 안 하느냐”고 따져 물은 뒤 “직접수신율을 이야기하는데 수돗물을 먹는 사람이 없다고 해서 수돗물을 공급 안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똑같다. 고정 TV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자율주행차 등 TV 수신 서비스 폭을 넓힌다면 UHD 전환이 가질 수 있는 메리트가 있다”면서 “지상파 UHD 방송이 있기 때문에 유료방송을 비롯해 방송 산업 전체가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전사도 UHDTV를 팔고 있고 해외 모든 나라도 UHD 방송을 제공하고 있다. 기술적 방향성은 정해져 있다”며 “UHD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발제를 맡은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지상파 UHD 방송 정책을 ‘대왕고래’에 비유했다. 심 교수는 “석유매장량은 있지만 시추와 정유 등 비용 때문에 효용이 없는 것처럼 UHD도 미래상용자원이지만 현 상황에서 공적 지원을 할지 시장 경쟁에 맡길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현재 정부의 UHD 정책은 기술과 프로그램 투자를 하는 방송 사업자에게 줄 수 있는 인센티브 없이 의무만 부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토론에 나선 임중곤 UHD KOREA 사무총장은 지상파 방송사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 임 사무총장은 “2017년 지상파 UHD 방송 도입 전후로 지상파 경영 환경이 급격히 악화돼 지난 7년간 KBS와 EBS의 영업손실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지상파 UHD 방송 정책의 목표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삼모 SBS TV기술팀 부장은 “미디어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데 지상파 UHD 정책을 변경한 지도 5년이 지났다”며 “저 아래에 쌓인 과제들은 이미 그 타이밍을 놓쳐버린 것이 아닌지 우려될 정도”라고 탄식했다. 조 부장은 “새로운 정책 방안은 단순 화질만 개선하는데 방점을 둬 서는 안 된다”며 미국의 ‘NextGen TV’를 하나의 사례로 제시했다.

NextGen TV는 미국의 차세대 방송 표준 ATSC 3.0을 기반으로 한 방송으로 UHD 방송과 맥을 같이 한다. 기존 무선 주파수(RF) 방식에 인터넷 프로토콜(IP)을 더해 4K UHD 방송, 5G 연동 서비스가 가능하고 재난방송에서도 탁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조 부장은 “미국에선 지상파망도 통신망의 일부라고 보고 있다. 다만 재난방송 등 조금 더 공익적인 내용을 전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모든 게 다 제도에 묶여 있다”면서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다 하더라도 제도적으로 막혀 있다면 적절한 타이밍을 놓쳐 사라지게 되는 현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2015년~2017년 지상파 UHD 방송 도입 논의가 있고, 도입됐을 때에 비하면 지금은 UHD에 대한 관심도, 연구도, 홍보도 확실히 부족한 상황인 것 같다”며 “결국은 UHD가 필요한가라는 문제의식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 소장은 지상파 UHD 방송의 목적을 크게 방송 산업 선도 등 산업적 측면과 시청자 편익으로 나눈 뒤 “전 세계적으로 TV 종말 시대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미국 같은 경우 시장에 맡겨놓고 지원책이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선입견을 가졌는데 미국만 봐도 중앙 및 지방 정부 차원에서 실시간 방송을 지원하는 기금과 정책이 있더라. 세금 감면 등 세제 혜택도 있고, 커뮤니티 서비스 보조금, 지역방송 지원금 등 다양한 기금들이 있다”면서 “(정부에서) 지원에 좀 방점을 찍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시청자 인식 개선도 필요한데 이건 방송사의 몫”이라며 “UHD로 제공될 수 있는 장점 또는 이익들을 시청자에게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자로 함께 한 강필구 방송통신위원회 지상파방송정책과 과장은 “미국은 최근 ATSC 3.0을 중심으로 한 차세대 지상파방송을 추진하고 있고, 프랑스도 지난 올림픽 때 DVB-T2로 부분적 UHD 방송을 했다”면서 전 세계적인 UHD 방송 추세에 대해 이야기한 뒤 “OTT 발전 등으로 지상파 직수율이 낮아졌고 방송 산업 성장이 낮아지면서 방송사들이 인프라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UHD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면서 “방통위도 정책 연구를 실시해 방송사랑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지역망 등 지상파 UHD 방송 정책 개선 방안을 검토해 향후 실효성을 고려해 UHD 정책 개선 방안을 적극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