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최상목, 수신료 통합징수법 거부권 행사

[종합]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최상목, 수신료 통합징수법 거부권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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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분리 징수와 통합 징수 중 선택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할 것”
KBS “유감”, “통합 징수돼도 현장의 혼란은 거의 없을 것”
EBS “안타깝다”, “재의결 단계에서 원안대로 처리되길 희망”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수신료 통합징수를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해 12월 26일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를 통과한 방송법 개정안은 지난 1월 10일 정부로 이관됐다. 15일 이내로 정부의 거부권 행사가 없을 경우, 수신료 통합징수 내용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은 자연스럽게 공포되는 수순을 밟는다.

하지만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이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는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다.

소문이 현실이 됐다. 김 직무대행은 2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수신료 통합징수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 직무대행은 “정상적인 체제라면 법안을 충분히 논의해 방통위 입장을 결정할 수 있겠지만, 현재 방통위가 1인 구조하에 있어 심의 의결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한 뒤 수신료 통합징수에 대해 “방송법 시행령에서 규정하는 징수 방식을 법률로 상향한 것이나 이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고 분리고지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제도가 변경된다면 이미 분리고지 중인 1480여만 가구에 일대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 권한대행 역시 김 직무대행이 주장한 발언의 연장선에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최 권한대행은 “수신료를 효과적으로 징수하고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해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를 실현하고자 하는 입법 취지는 정부도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지난해 7월 시행돼 이미 1500만 가구에서 분리 납부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결합징수를 강제하게 된다면 국민들의 선택권을 저해하고 소중한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공영방송이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민들께서 분리 징수와 통합 징수 중 선택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KBS와 EBS는 각각 “유감이다”,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KBS는 거부권 행사 직후 입장문을 통해 “수신료를 통합 징수하는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이 행사된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뒤 “수신료 통합 징수가 시행되더라도 현장의 혼란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분리 징수에 따른 시청자 불편과 혼란이 해소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KBS는 “향후 국회에서 이어질 법안 재논의 과정을 겸허하면서도 엄중한 책임감을 갖고 지켜볼 것”이라며 “수신료의 가치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BS도 “수신료 통합 징수의 방송법 개정안이 즉시 공포되지 못해 안타깝다”며 “EBS는 국회로 다시 넘어간 방송법 개정안이 재의결 단계에서 원안대로 처리되길 강력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EBS는 “수신료는 공영방송의 존립과 안정적 운영을 위한 필수 재원인데 징수 논의에 발목잡혀 수신료 현실화 등 제도 개선 논의로 나아가지 못해 더욱 안타깝다”면서 “글로벌 OTT 시대, 국내 공영방송이 본 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우리사회 각계, 각층의 관심과 지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노조는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 징수는 윤석열이 ‘공영방송을 보지 않는 사람도 수신료를 내야 하는가’라는 말 한마디로 시작해, 그가 추천한 방송통신위원회 2인의 표결로 시행됐다”며 “공영방송 수신료 결합 징수를 거부한 최상목은 윤석열의 꼭두각시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최 부총리가 윤석열의 내란을 수습하고자 했다면 당연히 수신료 통합 징수를 통해 국민 불편 해소와 공영방송 재원 안정을 추구하는 법률 개정안을 공포해야 했는데 그는 ‘과오납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황당한 변명 속에 거부권을 행사했다”면서 최 대행을 포함한 국무위원을 향해 “내란을 저지른 수장에 대한 충성은 헌정 질서와 언론의 자유를 회복하려는 국민의 열망을 꺾을 수 없다. 무정부 상태를 바라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거부권 행사를 포기하라”고 경고했다.

또한 국민의힘을 향해선 “수신료 통합 징수는 내란의 우두머리가 망쳐 놓은 공영방송 제도의 안정성, 언론 자유의 보장, 방송의 정치적 독립 강화를 위한 출발점”이라며 “윤석열과 패거리를 이뤄 국민의 입을 틀어막고 공영방송을 장악하는 수단으로 오용한 수신료 분리 징수 분탕질을 중단하고 법안 통과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