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 반발에도 조직개편안 밀어붙이는 KBS

구성원 반발에도 조직개편안 밀어붙이는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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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KBS본부 “임기가 석 달 남은 낙하산 사장의 업적 만들기” 비판
KBS 방송기술인협회 “수정안, 문제점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경악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KBS 사측이 구성원들의 계속된 반대에도 불구하고 업무에 대한 몰이해가 낳은 단순 인원 통폐합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조직개편안을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KBS는 9월 9일 긴급 안건으로 직제개편안을 제출했고, KBS 이사회는 11일 임시 이사회에서 해당 내용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최근 KBS는 ‘1실 6본부 3센터 46국’인 조직을 ‘1실 4본부 6센터 36국’으로 개편하려고 추진했으나 구성원뿐 아니라 KBS 이사회 여권 이사들마저 절차적‧내용적 문제제기를 하자 지난 8월 마지막 정기 이사회에서 조직개편안 상정 철회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불과 열흘 만에 해당 안건을 다시 올렸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9월 10일 성명을 통해 “사측이 9일 경영 회의에서 조직개악안을 의결한 뒤 임시 이사회 긴급 의결 안건으로 기습 부의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그야말로 꼼수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조직개편안의 큰 틀이 공개된 지 두 달가량 지났고, 이를 확인한 구성원들의 반발은 더욱 거센 상황이다. 더구나 사측 스스로 철회했던 조직개편안”이라며 “제12기 이사회가 구성원들의 의견수렴이 부족했다고 지적하자 수정안을 마련하는 시늉을 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하나도 고쳐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사측이 처음 제시한 조직 개편안에서 가장 큰 문제는 방송기술 분야였다. 현재는 기술본부 아래 △기술관리국 △미디어인프라국 △방송네트워크국 △미디어기술연구소가 있고, 제작기술센터 아래 △TV기술국 △보도기술국 △중계기술국 △라디오기술국이 있다. 하지만 개편 후에는 방송인프라본부 아래 ▲인프라전략국 ▲송신플랫폼국 ▲제작기술1국 ▲제작기술2국으로 조직 자체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이 때문에 방송기술인협회를 중심으로 가장 큰 반발이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내놓은 수정안 역시 기존안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KBS 방송기술인협회는 “이번 수정안은 기존 엉터리 개악안에 기술 국장 자리 하나를 추가한 것 외에는 구성원들이 반대했던 문제점들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이렇게 다시 그대로 시도할 거면, 수정의견은 왜 물었으며, 사내 단체들을 포함한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말을 왜 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KBS 방송기술인협회는 “구성원들이 휴식 시간과 휴가마저 반납하면서 이 개편안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 뒤 “만약 사측이 이 개편안을 강행한다면, 기술인협회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들과 함께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KBS 방송기술인협회는 사측의 일방적인 조직개편안에 대해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스포츠 중계 현장에서 방송 시스템을 꾸리고 운영하던 인력들이 감성 충만한 오디오 중심의 라디오 방송을 운영하면 효율이 올라가느냐? 포스트프로덕션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조직 확대를 제안해도 모자랄 판에 이를 줄이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번 조직개편안은 권력의 사유화이며, 임기 말 경영진의 무책임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KBS 방송기술인협회가 7월 21일부터 23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KBS 방송기술인 99%가 이 조직개편안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하는 이유는 △효율성 검토 없는 통폐합(27.4%) △경영진의 기술 업무 이해 부족(25.9%) △일방적 밀실 추진(20.3%) △기술 조직에 대한 폄훼(17.3%) △조직 축소, 경쟁력 하락(9.1%) 순이었다. KBS 이사회에서 이번 조직개편안을 가결할 경우 예상되는 미래로는 △기술 전문성 하락(29.5%) △업무 효율성 저하(23.8%) △조직 축소 및 사기 저하(20.6%) △인력 관리 문제로 행정 업무 증가(13.5%) △기술 교육 및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 감소(12.6%) 등을 꼽았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아무리 고민해 봐도 이사회도, 구성원들도 반대하는 개악안을 밀어붙이는 이유라곤 임기가 석 달 남은 낙하산 사장의 업적을 만들기 위한 것 외에는 떠오르지 않는다”면서 “경고에도 불구하고 낙하산 박민 사장이 조직개악안의 상정, 의결을 강행한다면, KBS본부는 조직개악안에 반대하는 모든 구성원들과 연대해 낙하산 박민과 그의 거수기 역할을 하는 이사회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