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철 KBS 사장 “수신료 분리징수 철회하면 사퇴하겠다”

[종합] 김의철 KBS 사장 “수신료 분리징수 철회하면 사퇴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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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KBS “공영방송 근간 훼손” 유감
여야 반응 엇갈려…“분리징수는 마지막 양심” vs “돈줄 쥐고 공영방송 협박”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징수를 권고한 가운데 김의철 KBS 사장이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를 철회하면 사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대통령실은 6월 5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수신료 분리징수를 권고했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30여 년 간 유지해온 수신료와 전기요금의 통합징수 방식에 대한 국민 불편 호소와 변화 요구를 반영해 분리징수를 위한 관계 법령 개정 및 그에 따른 후속 조치 이행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며 “국민 참여 토론 과정에서 방송의 공정성 및 콘텐츠 경쟁력, 방만 경영 등의 문제가 지적됐고, 수신료 폐지 의견이 제기된 만큼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영방송 위상과 공적 책임 이행 방안을 마련할 것도 권고안에 담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에 KBS는 유감의 뜻을 밝히며 “수신료 분리징수는 공영방송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KBS는 “수신료 통합징수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공영방송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 징수 방식”이라며 “분리징수보단 공영방송의 역할 변화와 재원 체계 전반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만일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내가 문제라면 사장직을 내려놓겠다. 대통령실은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를 즉각 철회해달라. 철회되는 즉시 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KBS의 편파방송을 언급하며 여러 차례 김 사장의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7일에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KBS 내에서 김 사장 퇴진을 주장하고 있는 KBS 노동조합과 이영풍 기자를 방문한 뒤 현장성명서를 통해 “김 사장 체제에서도 편파‧왜곡‧조작 방송은 끝나지 않고 더 노골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며 “KBS의 지속적인 행태에 국민 여론은 수신료 분리징수 압도적 찬성이라는 결과로 귀결됐고, 국민 명령에 응답하기 위해 법 개정과 후속 조치를 권고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이후 진행된 질의 답변 과정에서도 “사장도 물러가지 않고, 부사장도 물러가지 않고, 보도본부의 모든 본부장‧직원들이 민노총으로 채워진 마당에서는 어떤 방안도 있을 수 없다”며 “분리징수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수신료 분리징수를 권고하며 지난 3월 9일부터 한 달 동안 수신료 징수 방식을 국민 참여 토론에 부친 결과 총 투표수 5만 8251표 중 약 97%에 해당하는 5만 6,226표가 분리징수에 찬성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해당 국민 참여 토론은 중복 투표 가능 등 신뢰성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회는 “국민 제안 투표 시스템에서 동일인의 중복 투표가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공영방송 재원에 대한 정책적 고려 없이 객관성을 상실한 졸속적인 여론재판식 조사로 수신료 개편을 밀어붙이려 한다면 윤석열 정권 내내 지속하고 있는 언론 장악을 위한 수순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기자회견을 열고 “한 편의 여론 조작극”이라며 “조작된 여론으로 수신료를 폐지하자는 식이면 지지율 30% 대통령은 무슨 근거로 통치를 하느냐.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김 사장 역시 이 부분을 지적하며 “부정확하고 불충분한 여론 수렴으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어져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2022년 수신료 징수 비용을 제외하고 순수신료는 6,200억 원 정도다. 분리 징수 시 1000억 원 대로 급감해 KBS의 다양한 공적 책무를 이행할 수 없는 상황으로 직결돼 국민들께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며 “수많은 불합리와 막대한 피해를 감안해서라도 수신료 분리징수를 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KBS가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조직이라는 국민들의 비판이 적지 않다는 점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런 고정관념과는 다르게 낮은 비용과 적은 인력으로 세계 유수 공영방송사와 대등하게 경쟁하며 공적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KBS는 단순히 TV 화면으로만 보여지는 일개 방송사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문화 창달, 국민 복리 증진에 이바지하도록 법에 의해 다양한 책무와 권한이 부여된 사회적 제도”라면서 “이러한 KBS의 근간은 와해시킬 수 있는 사항이 단지 인기투표와 같은 추천수와 댓글들을 근거로 결정된다는 것은 결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한 번의 의견 청취로 공영방송 재원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정부 차원의 권고 결정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마지막으로 “수신료가 어떤 의미인지, 또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다”며 “이번 사안을 계기로 국민 지적과 질책에 깊이 고개 숙여 사과드리며 뼈를 깎는 성찰과 혁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고개 숙였다.

이날 김 사장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도 요청했다. 또한 유관 부처를 향해서는 “방송법에 명시된 수신료 징수의 실질적인 주체는 KBS”라며 “수신료 징수 방식에 대한 논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방통위, 산업부, KBS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을 정식으로 제안한다”고 말했다.

한편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에 대한 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김근태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8일 논평을 통해 “분리징수는 KBS가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양심”이라고 말했다. 김 부대변인은 “KBS 경영진은 김 사장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사즉생 각오의 전사적 대응’을 예고했지만 더 이상 통합징수를 주장할 국민적 명분이 없다”며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자신의 직을 가지고 협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간의 책임을 통감하고 조건없이 물러나는 것이 도리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대통령실이 돈줄을 쥐고 공영방송을 협박하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반발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공영방송이 권력과 금력에 흔들리지 않고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으로부터 수신료를 받아 운영하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과 언론탄압을 용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강 대변인은 “민주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공영방송을 대통령의 손아귀가 아닌 국민의 품에 돌려놓겠다”면서 “수신료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산정하는 수신료 위원회를 신설해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수신료를 책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