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유료 방송 로드맵 구축이라는 비판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유료방송 디지털 전환 활성화 특별법’이 결국 그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김장실 의원실은 지난 28일 해당 법안을 정식으로 발의했다고 밝히며 추후 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서 심의를 통과하면 정식으로 공포된다고 전했다. 공동 발의 의원은 길정우, 김을동, 남경필, 박대출, 이만우, 이에리사, 이완영, 이우현, 주호영 의원이다.
그러나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해당 법안 자체가 유료 방송, 특히 케이블 업체에 대한 일방적인 특혜를 담고 있어 격렬한 반발이 예상된다. 가뜩이나 지상파 의무재송신 확대 방안 및 지상파-유료 방송의 재송신료 협상이 파열음을 내고 있는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와 국회가 유료 방송, 특히 케이블에 대한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우선 최종 발의된 법안의 내용 중 저소득층 재송신료 면제 조항을 권고사항으로 변경한 내용이다. 이 부분에서는 전향적인 자세가 읽힌다. 당초 김장실 의원실은 저소득층 재송신료 면제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마련했으며, 동시에 유료 방송 측은 이에 반대하는 지상파 방송사에 대해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에 인색한 모습을 보인다고 강하게 압박해 왔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 측은 저소득층 재송신료 면제는 저소득층 지원의 근본적인 ‘테마’가 될 수 없다고 밝히며 전혀 다른 실질적인 지원으로 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역으로 유료 방송이 지상파와의 재송신료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기 위해 저소득층 재송신료 면제라는 카드를 빼들었다고 비판했다. 저소득층 지원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이 있고 또 그 방법은 지상파 방송사 위주로 충실하게 실행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체계적인 저소득층 지원에는 관심도 없던 유료 방송이 자신들의 이권이 걸린 재송신료 문제에 있어서 ‘피해를 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재송신료 면제의 사례’를 이끌어 내려던 전략을 지상파 방송사가 확실하게 간파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가 충분히 받아들여져 법안 발의 전 해당 법안 중 저소득층 재송신료 면제 항목은 방통위가 지상파 방송사에 저소득층 재송신료 대가 감면을 ‘권고할 수 있다’로 변경됐다.
하지만 해당 법안이 클리어쾀 TV 활성화를 원안 그대로 가져간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클리어쾀 TV는 1차적인 시청권 보장은 가능하게 만들어 주지만 디지털 방송 시대의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전혀 사용할 수 없을뿐더러 디지털 하향 평준화를 일으킬 공산이 큰 미디어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당 기술은 케이블에만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그런 이유로 많은 전문가들은 케이블이 아날로그 가입자 1,100만을 온전히 케이블로 존속시키려는 전략적 판단하에 클리어쾀 TV를 주장하고 있다는 의심을 해왔다. 이에 대해 김장실 의원실과 케이블은 “클리어쾀 TV는 저소득층을 위한 미디어 플랫폼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해왔다.
그러나 저소득층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하지만 그 범위가 정말 유료 방송, 특히 케이블이 주장하는 것처럼 50만 정도의 선에서 그칠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으며 채널의 숫자 및 킬러 콘텐츠의 유무도 확실하지 않다. 게다가 미국의 경우 클리어쾀 TV로 인해 콘텐츠 저가화 현상이라는 엄청난 부작용이 발생한 사례도 있어 과연 클리어쾀 TV 활성화 정책이 옳은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그런 이유로 클리어쾀 TV는 IPTV를 보유한 통신사의 반대로 인해 TTA 기술정합도 통과하지 못했으며 더 나아가 그 실질적인 효능에 대해서도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법안 발의에 앞서 김장실 의원실이 한 차례 토론을 열고 각계의 의견수렴을 했지만, 최소한 클리어쾀 TV에 대한 부분은 변한 것이 없어보인다. 현재 클리어쾀 TV는 방통위가 업계 자율화로 승인한 상태다.
한편 특별법은 이 외에도 유료 방송에 대한 디지털 전환용 투·융자 확대 및 저소득층 유료 방송 가입자에게 디지털 전환 지원,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유료 방송 디지털 전환 사용 추진 등 상당히 위험한 내용들을 많이 담고 있어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세계 최초 ‘유료 방송 디지털 전환 지원법’의 탄생을 두고 많은 전문가들이 격론을 벌이는 이유다. 동시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새삼 지난 여름 양휘부 케이블TV협회 회장의 “정부는 2015년까지 3조 원의 유료 방송 디지털 전환 지원을 해야한다”는 발언도 회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