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9일로 예정된 대선은 향후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지도자를 뽑는 자리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그러나 12월은 대선만 있는 것이 아니다. 12월 31일은 아날로그 방송종료 및 디지털 전환이 시작되는 원년으로서 우리 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은 미디어 패러다임 혁명이 시작되는 달이기도 하다.
이에 본지에서는 박근혜-문재인 두 대선 후보의 공약 중 미디어 분야를 자세하게 살피는 한편, 미디어 플랫폼 공약에 대한 두 후보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하자는 취지로 해당 특집을 준비했다. 두 후보는 MBC 사태, 방송사 사장 선임 등 미디어 정치적 분야와 더불어 시청권 확대 및 기타 미디어 플랫폼에 대해서는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을까? 그 두 번째 분석의 대상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다.
ICT 기조는 박근혜 후보보다 ‘강하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도와 국정 운영을 했던 인사다. 동시에 현 정부의 ICT 역량 붕괴 현상을 가장 걱정하고 있으며 그런 관점에서 ICT 대연합의 기조에 가장 격렬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다만, 일부에서 제기하는 ‘옛 정보통신부로의 부활 가능성’에 대해서는 발작적으로 거부증상을 보이고 있다. 그 외 자세한 세부 사항은 박근혜 후보가 ICT 대연을 대하는 반응과 비슷하다. 또 ICT 발전을 위해 일자리 창출을 이루어내겠다는 복안도 같다.
언론 자유 및 독립 보장은 전향적
문재인 대선 후보의 언론 자유 및 보장 공약은 야권 후보답게 상당히 전향적이다. 특히 공적인 미디어 외에도 SNS 및 기타 표현의 자유 측면에 있어 문재인 후보는 현재 정부가 자행하는 언론 장악에 철저히 반대하는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또 현 정부의 언론 장악 및 탄압과 사찰 피해자에 대한 원상회복 및 피해 보상을 약속한 부분은 관계자들로부터 크게 환영받는 분위기다. 여기에 방송법 개정을 통한 방송사 사장 및 이사 선임 시 추천위원회를 의무화하고 결격사유를 보다 구체화하는 방안도 추진하는 한편, 이사회 특별다수제 도입을 약속한 부분은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신용섭 전 방통위원이 선임된 EBS를 대상으로 해당 방송사를 국가기간 교육방송으로 위상을 강화하고 전체 재원 중 공공재원의 비율을 확대하겠다는 부분은 사교육비 절감 및 그에 따른 가계 지출 감소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치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문 후보의 관련 공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문 후보는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도 행정심의를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그 권한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시민 미디어를 위해
문 후보는 모든 미디어 정책을 이용자 중심으로 추진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시민 미디어의 확장성을 더욱 신장시키는 한편, 안철수 캠프에서 등장했던 풀뿌리 미디어 정책이 문 후보의 미디어 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또 여기에는 모바일 인터넷 활성화와 통신비 절감, 주민등록번호 보호 및 개인정보보호 감독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미디어 플랫폼 고민? 딱히 없다
디지털 전환 정국을 맞아 미디어 플랫폼 패러다임을 두고 각 진영의 싸움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문 후보가 강조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결론은 ‘없다’이다. 문 후보는 시민 미디어를 위해 미디어의 확장성을 포함한 지역 기반 ‘공공 풀뿌리 미디어’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미디어 플랫폼의 생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단지 ‘미디어 접근성을 쉽게 만들기 위한’ 원론적인 내용만 주장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 쉬운 예가 바로 디지털 방송의 수신환경을 개선하고 유료 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한 대목이다. 현재 디지털 전환 정국에서 충돌하는 두 개의 가치가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즉, 미디어 공공성 차원에서 지상파 직접수신율을 끌어올리는 방안과 이미 구축된 유료 방송 인프라를 통한 쉬운 디지털 전환에 대한 절대적 가치를 구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오로지 ‘시청권을 보장하기 위해’ 유료 방송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겠다는 방통위와 비슷한 모양새다. 여기에 하나 더 더하자면, 문 후보는 전 세계에서 유료 방송 디지털 전환을 위한 지원법은 존재 자체를 찾기 힘들다는 점과, 클리어쾀 TV 및 기타 저소득층 CPS 면제 논란으로 비화되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들의 상황을 냉정하게 살피지 못했다.
유료 방송 플랫폼의 투명성
한 가지, 이런 추상적인 미디어 플랫폼 약속 외에도 문 후보가 방통위가 추진하는 IPTV 지원 정책의 불공정성을 제기한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동일 서비스에 대한 차별규제 논란을 정면으로 문제 삼은 부분인 동시에 유료 미디어 플랫폼을 둘러싼 논란의 한 지점을 짚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논쟁은 전체 미디어 플랫폼 논쟁에 있어 일부분에 불과하다. 즉, 종합하자면 문 후보는 디지털 전환 정국에 있어 시청자의 시청권을 보장하려는 방안에는 전적으로 찬성하지만, 그 수단으로서 지상파 무료 서비스와 유료 방송 지원 모두 동원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너무 원론적인 논리인데다 실현 가능성도 적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물론, 문 후보는 유료 방송 사업자의 방송회계기준을 개선해 수익배분의 투명성을 제고시키고 유료 방송의 공적 책무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안도 발표했는데, 이는 유료 방송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시청권 보장을 위해 지상파 플랫폼과 유료 방송 플랫폼을 총동원하고, 유료 방송의 공적인 기능을 강화해 부작용을 막겠다는 복안은 그 자체로 위험한 발상이다.
대선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안철수 후보의 사퇴로 이제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향한 여-야의 질주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문 후보에게 공공의 인프라 성격이 강한 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진일보한 성찰을 요구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