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가 저소득층 지원을 외면한다고?

[칼럼] 지상파가 저소득층 지원을 외면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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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장실 의원이 준비하고 있는 ‘유료 방송 디지털 전환 특별법’과 함께 방송통신위원회의 ‘클리어쾀 업계 자율화’ 논란이 현재의 전국 디지털 전환을 ‘시계제로’ 상태로 만들고 있다. 이는 디지털 전환의 수단을 선택함에 있어 ‘간단하지만 부작용이 심한 방법’과 ‘어렵지만 부작용이 거의 없는 방법’을 고르는 문제에서 기인한다.

   
 

그런데 최근 클리어쾀 논의와 더불어 갑작스럽게 ‘저소득층 재송신료 면제’ 이슈가 급격하게 부상하고 있다. 이는 김장실 의원의 법안에도 명시되어 있는 부분인데 한 마디로 저소득층에의 재송신료를 면제하여 복지적 차원에서의 지원을 실시하자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일단 이 부분에 대해서 지상파 방송사는 반대하고 있다.

그러자 유료 방송, 특히 케이블 측은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는 저소득층의 재송신료 면제를 반대하고 있다. 이는 곧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반대하는 것이며 교육 및 의료, 금융 등 일반 사회적 관점에서 저소득층에게 지원되는 모든 공공의 의무를 저버리고 있는 것이다” 이어 이들은 “케이블은 저렴한 디지털 상품과 클리어쾀 TV 보급을 통한 저소득층 지원 방안을 노력하고 있다”며 은근히 지상파에 비교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과연 이 말이 맞는 말일까.

우선 첫 번째로 ‘지상파 방송사가 저소득층의 재송신료 면제를 반대하는 것이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것과 같은가’라는 의문이다. 케이블 측은 ‘저소득층 재송신료 면제=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이라고 주장하며 자연스럽게 저소득층 재송신료 면제를 거부하는 지상파 방송사에게 공공의 이익을 포기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기본 전제부터 틀렸다. 저작권법에서 보호하고 있는 ‘동시중계방송권(저작권법 제85조)’에 따라 재송신료는 지상파와 케이블방송 양 사업자가 자율적인 협상을 통해 결정할 문제로, 저소득층 재송신료 면제 여부는 협상 과정에서 조율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상파는 이미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에 대한 수신료를 면제하고 있으며 공시청설비 개선사업을 추진하는 등 무료보편적 방송 확산을 통해 저소득층 지원을 해오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단지 사업적 이득을 위해 대도시를 중심으로 방송 사업을 진행하며 겉으로는 난시청 해소에 일조했다고 주장하는 MSO와는 차원이 다른 저소득층 지원이라는 것이다.

   
 

또 만약 저소득층에 대한 요금 혜택 부여에 법제화가 불가피하다면 방송법에 의거, 수신료가 면제된 것과 같이 유료방송의 요금감면 또는 면제에 대한 법제화를 우선적으로 검토하여야 함에도, 요금체계는 약관변경과 방통위 승인사항(방통위공고 제2012-119호)으로 남겨두고 지상파의 경제적 손해를 전제한 재송신료 면제를 이번 김장실 의원이 발의를 준비하는 법안에 명문화한 것은 이미 그 자체로 ‘논리가 무너졌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자, 이 자체로도 이미 케이블 측이 주장하는 논리는 무너졌다. 동시에 그 속내도 더 확실해지는 분위기다. 지상파가 저소득층에 대한 재송신료 면제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지금의 지상파가 공공성을 포기했다고 주장하는 케이블 측의 의견은 사실상 ‘재송신료 협상’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단순한 발판이라는 것도 명확해진 것이다. 정당한 저작권법에 의거해 당연히 지상파 방송에 납부해야 하는 재송신료를, 어떻게든 거부해 보려는 케이블 측의 꼼수가 결국 이 같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동시에 케이블을 포함한 유료 방송 전반에 대한 지원을 담은 김장실 의원의 법안이 클리어쾀 논란과 함께 ‘전 국민 유료 방송 로드맵’을 야기시킨다는 이유로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이라는, 다분히 감정에 호소하는 패러다임을 들고 나왔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한편, 이러한 저소득층 재송신료 면제 이슈 외에도 클리어쾀 활성화 및 김장실 의원 법안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클리어쾀 TV는 디지털 전환 이후 DTV 구매자 모두를 잠재적 케이블 가입자로 만들어 타 방송사업자에 대한 명백한 차별과 함께 국민의 기본권인 매체선택권을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 사항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일단 케이블 업체 내부에서는 ‘재송신료 이익’을 위해 야합하는 분위기지만 그 외 유료 방송들은 격렬히 반대하는 모양새다.

또 유료방송 디지털전환 특별법안 자체에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해당 법안이 그 적용 대상을 유료 방송 사업자 또는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 사업자로 규정하고 있으나 IPTV와 위성방송사업자는 이미 디지털 방송을 제공하고 있어 실제로는 케이블 방송사에 편향된 법안이라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순손익 현황(2008년 1,592억 원, 2009년 2,834억 원, 2010년 3,462억 원 출처- 방송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케이블 방송은 3년간 전년대비 50%씩 증가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사기업의 영역에 특별법으로 진흥책을 별도 마련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도 해당 법안이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자신문]의 기사 한 부분을 인용해 이를 상황에 맞게 고쳐보고자 한다. [전자신문]은 사설이라는 이름으로 ‘지상파 방송, 공익 추구 앞장서야’라는 제목 아래 ‘소액에 불과한 저소득층 재송신료조차 빼앗기지 않으려 하는 모습은 지상파 방송사 스스로의 체면 또한 구길 수 있는 과욕이다’라는 기사를 작성했다. 재미있다. 저소득층 지원을 재송신료 면제로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의료 및 통신 영역의 예까지 들이댄 것일까. 저소득층 지원은 지상파가 합리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부족한 부분은 디지털 전환 정국에서 더 보완해 나가면 그뿐인 것을. 재송신료 문제 한 번 쉽게 풀어보려다 속내 마저 들키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