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오징어 게임’이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등 에미상 6관왕을 달성했다.
9월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이하 에미상)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은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게스트상, 시각효과상, 스턴트퍼포먼스상, 디자인상을 수상하며 역사를 썼다.
‘에미상’은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시상식으로 ‘방송계의 아카데미’로 불린다. TV예술·과학아카데미(ATAS)가 주관하는 프라임타임 에미상은 황금시간대인 프라임타임 시간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매년 9월에 시상한다. ABC, CBS, NBC, FOX 등 미국 4대 지상파 방송국이 매년 돌아가면서 생방송을 진행한다. 앞서 지난 5일 기술진과 스태프를 대상으로 열린 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상에서는 이유미가 게스트상을 수상했으며, 그 외 시각효과상, 스턴트퍼포먼스상, 디자인상 등을 받았다. 관행상 영어로 제작된 드라마에만 수상 자격이 주어졌으나, ‘오징어 게임’이 이러한 관행을 깨고 아시아 최초로 후보에 올랐으며, 6관상 달성이라는 또 하나의 기록을 세웠다.
‘오징어 게임’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 ‘석세션’의 마크 미로드, ‘세브란스: 단절’ 벤 스틸러 등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TV시리즈 부문 감독상을 수상했다. 황 감독은 “‘오징어 게임’으로 제가 역사를 썼다고 하는데, 우리 모두가 같이 역사를 쓴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시즌2로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이어 남우주연상 트로피는 배우 이정재 씨에게 돌아갔다. 이 씨는 감사의 마음을 전한 뒤 “현실적인 문제들을 탄탄한 극본과 멋진 연출로 스크린에 창의적으로 옮긴 황동혁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강조한 뒤 “대한민국에서 보고 계실 국민 여러분과 친구, 가족 그리고 소중한 팬들과 이 기쁨을 나누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온 국민과 함께 축하한다”며 축전을 보냈다. 황 감독에게는 “불평등과 기회의 상실이라는 현대사회의 난제에 대한 치밀한 접근과 통찰이 세계인의 큰 공감을 얻었다”고 했으며, 배우 이 씨에게는 “이 배우님의 뛰어난 연기가 캐릭터와 보는 이의 마음을 하나로 만들었다. 앞으로도 세계에 감동을 주는 좋은 작품으로 활발하게 활동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야도 한목소리로 축하의 뜻을 전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비영어 드라마 최초로 에미상 주요 부분을 수상한 ‘오징어 게임’은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평가받아 한국 문화산업의 새 이정표를 썼다”며 “문화콘텐츠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역시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에 한류 문화를 알리고 인정받은 계기를 만들었다”며 “민주당은 세계 속 문화의 강물을 만든 한류가 더 큰 바다를 향해 갈 수 있도록 문화 강국 대한민국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오징어 게임’의 수상과 함께 일각에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콘텐츠 생산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오징어 게임’ 역시 약 300억 원을 투자해 1조 원 넘는 수익을 거두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한국 제작사와 감독, 배우들의 추가 수입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징어 게임’의 IP가 넷플릭스에 귀속됐기 때문이다. 이에 충무로 대표 감독들은 8월 말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천만영화 감독들 마침내 국회로: 정당한 보상을 논하다’ 토론회 자리에서 “짧게는 1~2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작업을 하는데 계약 조항에 따라 모든 권한을 제작자에게 넘긴다”면서 저작권법 개정과 같은 문제부터 개선돼야 건전한 창작 활동이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저작권법 100조 1항은 영상 제작자가 저작권을 취득한 경우 특약이 없는 한 영상물 이용에 필요한 권리는 제작자가 양도받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민주당에서는 ‘영상물 제작을 위해 저작권을 양도한 영상물의 저작자는 영상물 최종공급자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저작권법 개정안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