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기업과 미디어 기술

[칼럼] 빅테크 기업과 미디어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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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성환 박사, EBS 수석연구위원]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시대라고 한다. 다가오는 메타버스 시대에는 더욱 그럴 것이다. 가상공간으로 영역이 확대되면서, 생활과 비즈니스에도 큰 변혁이 예상된다. 인터넷 혁명, 소셜 미디어 혁명 이후의 거대한 물결이다. 이런 변화를 이끄는 중심에는 빅테크 기업이 있다. 미디어 세상의 판도도 이들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텔레비전과 라디오라는 방송 매체가 정보의 핵심 전달 통로였던 시대를 보내면서 미디어의 힘을 잘 알고 있다. 미디어 권력이 소셜 미디어로 이동하면서, 방송 서비스 혁신의 시간표도 앞당겨진다. 변혁기는 곧 새로운 기회인 동시에, 생존의 위기이다. 빅테크 기업은 새로운 세상의 생존 동력을 준비하고 있고, 우리는 그들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혁신의 아이콘인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아이폰’으로 미디어 지형 바꾸었다면, 메타버스 시대의 선구자는 누가 될까? 오늘은 주요 빅테크 기업이 던져주는 시사점을 잡아보자.

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 빨, 주, 노, 초, 파, 남, 보 일곱 색깔 무지개를 만들어 낸다. 미디어 기술을 빛에, 빅테크 기업을 프리즘에 비유해서 생각해보자. 기술이 기업을 만나면서 무지개처럼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슬며시 인류의 삶을 변화시킨다. 필자는 미디어 관점에서 기업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한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 비즈니스에 적극적인 기업군(A 유형)과 그렇지 않은 기업군(B 유형)이다. A 기업군으로는 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페이스북(메타) 등이 돋보인다. 아쉽게도 한국에서 글로벌 A 기업군을 찾기에는 아직 이르다. 네이버·카카오 등이 A형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으나, 아직 힘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 LG, SK, 현대 등은 아직도 중심축이 하드웨어에 쏠려있어서 아쉽다. 컴퓨터 기술로 시대를 향유하던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침체기를 거쳐 A 그룹으로 합류하고 있다. 기존 OS(운영 체계)의 틀에 갇혀 모바일 시대에 약세였던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즈니스는 AI 기술을 터닝 포인트로 빅테크 강자로 부상 중이다. 이러한 현상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 판도 변화의 신호탄이다. 동시에 미디어 서비스 개발의 방향타를 보여주기도 한다.

빅테크 기업은 미디어 기업에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을까? 지금 마이크로소프트의 주력 서비스는 메타버스와 인공지능 기술 기반이다. CES 2022의 기조연설에서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모든 기업이 서로 협력할 수 있고,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물리적 세상과 디지털 세상 사이를 자유롭게 넘어 다닐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3차원 렌더링 소프트웨어를 적용한 화상회의 시스템인 팀즈(Teams)를 확대하며 기업형 메타버스 환경을 만들고 있다. 또한, 협력사인 엑센추어의 ‘알트스페이스’라는 3차원 서비스를 업무에 적용해 ‘N층(Nth floor)’이라는 가상공간에서 직무 교육, 프레젠테이션, 파티 등을 지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차기 화상회의 서비스인 ‘메쉬 포 팀즈(Mesh for Teams)’에서는 어떤 깜짝 기능이 공개될지 기대된다.

MS Office 제품군과 ‘팀즈’가 통합되고, 클라우드 기반 인공지능을 통해서 웹, 데스크톱 및 모바일 환경의 업무가 편해지면 뭐가 달라질까? 한마디로 하이브리드 환경에서 콘텐츠 제작이 가능해 메타버스 시대를 앞당기게 될 것이다. 방송계에도 온라인 편집, 클라우드 확대, 근무 형태 변화,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 다변화라는 물결이 요동칠 것이다.

‘엔비디아’의 변신은 더욱 놀랍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전문 회사의 명성을 ‘AI 회사’로 변신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애플처럼 ‘종합 컴퓨팅 회사’를 꿈꾸며 하드웨어의 강점에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을 결합한다. 3차원 그래픽 기술과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메타버스 제조 소프트웨어인 ‘옴니버스’가 그 사례다. 자율주행차의 이동 경로를 최적화하는 개발자 도구인 ‘리옵트’의 효율성 향상도 같은 맥락이다. ‘비디오 게임’ 시장에 진출해 올린 매출을 더 크고, 유용한 기술 개발 자금으로 투입하고 있다. 콘텐츠 시장에도 ‘메타버스 게임’이라는 온·오프라인 버스를 도입해서 서비스하라고 알려준다.

혁신의 애플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기본은 아이폰·아이패드·워치 시리즈로 마니아 중심의 ‘애플 생태계’ 구축을 견고히 하는 것이다. 자체 설계한 CPU·GPU·머신 러닝 칩을 장착한 A15 바이오닉 6코어 CPU를 발표하며 하드웨어 기업의 건재함을 자랑한다. 하드웨어 친화적인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날개를 가다듬고 있다는 의미다. 애플은 비즈니스의 중심축을 콘텐츠 투자와 ‘구독 서비스’로 이동했다. 애플 뮤직, 애플 TV+라는 콘텐츠 서비스에 이어서 피트니스+는 전 세계 홈 트레이닝 시장을 겨냥한다. 애플 워치 시리즈와 연동한 애플의 ‘홈트’ 진출을 구독 경제 관점에서 지켜볼 일이다. 콘텐츠 ‘구독 경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처럼 주요 빅테크 기업은 기술을 고객 중심 서비스로 정성스럽게 토핑하고 있다. 미디어 기업으로 성공하고 싶다면 ‘미디어 시장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던 애플의 CEO 팀쿡의 말을 기억하자. “애플이 하는 모든 일의 중심에는 고객이 있고, 우리는 이를 위해 계속해서 혁신한다.”, “우리는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사람들이 매일 위대한 일들을 하도록 돕는다.” 빅테크 기업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미디어 기술은 최고의 고객 서비스를 위한 빛나는 도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