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픽 전쟁, 방송이 생존하기 위한 방향은 무엇일까?

[기고] 트래픽 전쟁, 방송이 생존하기 위한 방향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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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월간 방송과기술』 2022년 6월호에 실린 원고입니다.>

[방송기술저널=최홍규 EBS 정책기획부 연구위원 / 미디어학 박사] 캐나다에 본사를 두고 있는 ‘Sandvine’이라는 기업에서는 매년 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웹·모바일 서비스의 트래픽(traffic)을 발표한다. 이번 글에서는 올해 초인 2022년 1월에 발표된 보고서의 자료들을 토대로 하여 방송이 비즈니스 관점에서 생존할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정보 = 동영상,
방송 프로그램도 하나의 동영상 아이템이라는 인식이 필요
트래픽은 서버에 전송되는 정보의 총량을 의미하기 때문에, 웹과 모바일 서비스 이용의 측면에서 보면 트래픽은 그 자체로 영향력을 의미하는 지표다. 그럼 영향력이 가장 큰 서비스는?

전 세계 서비스 카테고리별 트래픽 점유율(좌), 서비스 단위로서 앱의 트래픽 점유율(우)
전 세계 서비스 카테고리별 트래픽 점유율(좌), 서비스 단위로서 앱의 트래픽 점유율(우)

단연, 동영상이다.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의 점유율을 살펴볼 때, 동영상 제공 서비스의 점유율은 53.72%로 압도적이다. 서비스 단위로서 앱의 트래픽 점유율을 봐도 유튜브(14.61%), 넷플릭스(9.39%), 페이스북 비디오(4.20%), 틱톡(4%) 등 동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들이 상위권에 랭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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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그룹사 단위의 트래픽 점유율
서비스 그룹사 단위의 트래픽 점유율

서비스 그룹사의 단위로 묶어 봐도 구글이 단연 1위이고 이어서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순이다. 상위권에 랭크된 그룹사는 모두 동영상 서비스와 직간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이다. 인터넷 등장 이후에 성장한 빅테크 기업들은 동영상을 하나의 정보 단위로 제공하는 시대에서도 관련 서비스를 육성하며 우위를 점하고 있다.

즉, 이제 정보는 곧 동영상이다. 동영상이 곧 정보이기도 하다.

이 말이 당연하고 쉬운 말 같지만, 방송영역에서는 동영상을 하나의 정보 단위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직도 방송 현장에서는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오랜 시간을 숙고하고 기획하여 세상에 내놓은 하나의 작품’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런 인식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인식에만 매몰되어서는 방송 프로그램을 확산할 수 있는 유인이 현저히 떨어진다.

동영상을 곧 정보로 인식할 경우, 동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이미 그 확산을 염두에 두고 데이터 아카이빙, 소셜 큐레이션, 이용자 매개 등의 기획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방송 프로그램을 하나의 작품으로 인식하는 순간, 어떻게 하면 자사의 플랫폼에서 방송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을까. 혹은 어떻게 순간적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을까에만 집중하기 쉽다. 그래서 트래픽으로 서비스의 영향력이 판명되는 시대에서 방송이 생존하려면, 방송 프로그램을 하나의 동영상 아이템이자 정보 단위로 이해하려는 인식이 먼저 필요하다. 물론, 기존 전파방송에만 매몰되어 있는 방송현장에서 이렇게 인식을 전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보의 개인화,
개인에게 어떤 리소스를 줄 수 있을지 생각해야.
앞서 필자가 주장했던 것처럼 ‘동영상은 곧 정보’라는 인식에 다다랐다면, 그다음으로는 개인에게 어떤 리소스를 제공할지 이를 생각해봐야 한다. 서비스 단위로서 앱의 트래픽 다운스트림과 업스트림 순위를 살펴보면, 이용자들은 주로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하며, 그 동영상을 개인의 표현·정보이용·정보공유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모바일 앱의 트래픽을 통해서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서비스 단위로서 앱의 트래픽 다운스트림(좌)과 업스트림(우)
서비스 단위로서 앱의 트래픽 다운스트림(좌)과 업스트림(우)

동영상으로 정보를 향유하고, 그 정보들을 통해. 개인들은 자신만의 정보를 만들어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프로토콜을 통해 공유한다. 오늘날 이용자는 자신만의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동영상을 활용하기 때문에, 정보의 생산 주체로서 이용자가 더욱 명확하고 적극적으로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거대한 플랫폼을 통해 공유되는 동영상은 이용자의 정보생산을 돕는 수단일 뿐인 것이다.

모바일 서비스 단위로서 앱 서비스의 트래픽 다운스트림(좌)과 업스트림(우)
모바일 서비스 단위로서 앱 서비스의 트래픽 다운스트림(좌)과 업스트림(우)

트래픽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 현황을 통해 방송영역이 깨달아야 할 것은 명확하다. 방송 프로그램이 이용자에게 어떤 리소스를 제공할지, 이에 대한 나름의 컨셉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방송 프로그램이 시청자에게 전달되는 순간 시청자가 어떠한 것을 느끼고 깨닫는지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시청자가 콘텐츠 생산자로서 어떻게 방송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을지 이를 미리 머릿속에 그려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동영상이 곧 정보다.’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과도 연결된다. 방송 프로그램이 정보의 형태로 언제든 공유되고 재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다면, 이제는 그 공유와 재활용의 주체가 되는 이용자의 생각을 미리 판단하여 어떻게 더 가치 있는 리소스로서 방송 프로그램이 활용될 수 있을지가 고려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방송 프로그램은 더 이상 시청자를 깨닫게만 하는 도구가 아니다. 시청자가 콘텐츠 생산 주체로 거듭나도록 돕는 콘텐츠 리소스의 기능을 할 수 있어야 더 가치 있는 방송 프로그램이 된다.

 

소통과 연결,
어떻게 ‘소셜’을 반영할 수 있을지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동영상, 게임, 소셜, 메시징, 기업 컨퍼런스 등 5개 카테고리별 앱 서비스에 대한 트래픽은 아래와 같다. 앱 서비스 순위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왜 이러한 카테고리가 제시되었는지 잘 생각해보자. 이 5개 카테고리가 결국 오늘날 트래픽 점유율 상위에 랭크된 서비스 카테고리이기 때문이다.

카테고리별 앱 서비스 순위
카테고리별 앱 서비스 순위

트래픽을 결정짓는 요소들은 명확하다. ‘소통’과 ‘연결’이다.

동영상을 단순히 향유할 때에도, 미션을 수행하는 게임을 즐길 때도, 자신의 소식을 알릴 때도, 단순히 메시지를 전달할 때에도, 회의할 때에도. ‘소셜’이라는 서비스 요소를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시점에서 타인과 소통할 수 없고 연결되기도 힘들다면 그 서비스는 무용지물이다. 서비스 이용자는 서비스에서 제공되는 콘텐츠를 향유함과 동시에 콘텐츠에 대한 감상과 평가도 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방송영역도 깨달아야 한다. 장시간 제작단계를 거쳐 세상에 ‘짠’하고 등장하는 방송 프로그램은 이제 위험부담만 증가시킬 뿐이다.

어떻게 하면 방송 프로그램의 제작 기간을 줄이고, 어떻게 실시간으로 시청자들의 의견을 반영할지 이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현재 방송가에서 이뤄지는 고민만으로는 부족하다. 더욱 적극적으로 파일럿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다양한 플랫폼에서 검증하고, 시청자들의 실시간 채팅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빠르게 프로그램 내용에 반영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또한, 어떻게 하면 시청자를 이슈의 확산자로 거듭나게 할 수 있을지 그 방법에 대해서 고심해봐야 한다.

※ 이 글에 인용된 보고서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