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과 협치는 미디어 정책부터

[사설] 통합과 협치는 미디어 정책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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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김지완 방송기술저널 편집주간] 차기 정부의 성공을 좌우할 밑그림을 그리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남녀갈등의 중심에 선 여성가족부 해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관한 논쟁 등 현 정부와의 기 싸움만 무성하고 시급한 국정과제 논의는 뒷전인듯하다. 인수위가 가장 중시해야 할 일은 주요 국정과제의 선정과 공표이다. 당선되기 위해서 날렸던 공수표는 국민에게 충분한 이해를 구한 후 거두어들이고, 통합과 협치를 기반으로 더욱 정교한 국정 계획을 세워야 한다.

미디어 정책은 중요한 논의 대상 중 하나이다. 인수위는 취임 전까지 미디어 정책에 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국민의 힘에서 발표한 10대 공약 중 미디어 관련 공약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고,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10대 공약에도 미디어 관련 공약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인수위의 과학기술교육분과 내 미디어 정책 인수위원은 미디어 관련 전문가가 아닌 국회의원이 맡았으며, 문화콘텐츠 정책은 과학기술교육분과가 아닌 사회복지문화분과에서 담당한다고 한다. 미디어 콘텐츠 시장에서는 빅뱅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초국가적 OTT가 안방을 휩쓸고 있는 마당에 차기 정부의 미디어 관련 정책은 우선순위에서 뒷전인듯하다. 몇 개 안 되는 K-콘텐츠의 대성공으로 이 정도면 괜찮다는 안일함에 빠진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차기 정부는 미디어 정책을 국민통합의 출발선으로 보아야 한다. 정당과 정부 부처, 미디어 전문가 간의 구체적인 방법론은 조금씩 다르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에 흩어져있던 미디어 기능을 하나로 모은 미디어 전문 부처 설립의 필요성과 미디어 관련 법 통합 및 합리적인 제도 재정립을 강조하고 있다. 작년 11월 국민의힘은 방송통신정책 토론회를 열고 미디어 및 콘텐츠 관련 조직을 독임제 부처 ‘디지털 미디어 혁신부(가칭)’로 통합한다는 미디어 거버넌스 방향성을 어느 정도 확인하였다. 더불어민주당 또한 지난 2월 미디어 영역 소관 업무를 통합 조정한 ‘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 신설을 제언했다. 미디어법 개정에 대한 큰 틀은 유사하고 통합 부처 설립에 이견이 없으니, 시민사회 단체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미디어 정책부터 협치하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법 개정과 부처 신설에 172석의 더불어민주당의 동의와 협치가 없다면 법 통과는 말할 것도 없고, 5년 동안 식물 정부가 될 수밖에 없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짜깁기를 통한 무분별한 부서의 기계적 통합을 하려거나 미디어에 전문성이 없는 정치인의 몇 마디에 언론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려는 속셈이 있다면 결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대통령 취임일까지 인수위의 미디어 정책을 끊임없이 예의주시할 것이다. 인수위는 미디어 관련 시민사회 단체들과 만나고 토론해서 모두가 만족하는 통합의 정책을 구상하길 바란다. 차기 대통령은 여기서 그려진 청사진을 가지고 비전을 실천하여 5년 뒤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