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김지완 방송기술저널 편집주간]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23일 올해 주요 업무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①지속성장 가능한 방송통신 생태계 조성, ②미디어융합시대 적합한 규제 정립 및 서비스 제공, ③방송통신 이용자 권익 증진을 추진 과제로 삼았다. 세부 내용을 보면 ‘규제 체계 정비’, ‘공공성 제고’, ‘지상파 UHD 활성화’ 등 4년간 매번 비슷한 내용의 판박이 정책 주장만 나열되고 구체적인 정책 수단 및 대안이 없다.
특히 지상파 UHD 활성화를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해 보았는지 묻고 싶다. 거대 자본의 힘으로 무장한 초국가적 OTT의 파상 공세에 온라인 플랫폼의 활성화에 대한 산업 진흥 논리에만 빠져 허우적대고 있음에 개탄할 수밖에 없다.
2017년 세계 최초로 야심차게 준비한 대한민국 ATSC 3.0 UHD 서비스는 ‘진흥’과 ‘활성화’라는 화려한 수사만 가득했으나, 그 뒷면에는 각종 규제로 지상파 방송사의 손발을 묶어 놓았다. 차세대 방송 서비스 지원은 거의 없고 연도별 UHD 의무 편성 비율만이 나부끼고 있다.
우리가 주춤하는 사이에 2020년에 서비스를 시작한 미국은 직접 수신율이 최대 30%에 육박하며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를 현재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 통신사는 미국 지상파 회사와 합작 회사를 만들고 미국 본토에서 5G-ATSC 3.0 융합 서비스를 하려고 준비 중이다. 대한민국 지상파 방송사는 각종 규제로 인한 ATSC 3.0 투자 여력이 점점 줄어 차세대 방송 서비스 활성화에 힘을 잃어가고 있는 반면에 미국은 똑같은 서비스로 날개를 활짝 펴는 모양새다.
지상파 방송사가 ATSC 3.0 차세대 서비스로 이익을 창출하고 UHD 콘텐츠 및 인프라에 재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정부는 구체적인 진흥 정책으로 생태계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ATSC 3.0 서비스를 단순히 HD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취급해서는 안 되고, 새로운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국가 중요 인프라로 정의해야 한다.
작년 ATSC 3.0 기술을 기반으로 한 다채널방송, 재난경보, 지상파 VoD, 타깃광고, 고화질 업스케일, 모바일 방송, 고정밀 위치 정보 서비스 등 방송과 통신이 융합된 서비스를 시연했다. 시기적으로 늦었지만, 상용 서비스를 위한 기초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방송 서비스 시연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차세대 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한 방통위 차원의 과감한 규제 혁파와 진흥 정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대한민국 시청자 및 미디어 산업을 위해 구체적인 실행 각론 없이 뜬구름 잡는 탁상공론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는 정책 불신만 키울 뿐이다.
방통위는 지상파 ATSC 3.0 UHD 방송 진흥의 활성화에 얼마 안 남은 시간을 허송해선 안 된다. 더 적극적인 법·제도 개선, 인프라 구축 및 기반조성을 위해 발 벗고 방송 현장을 찾고 시청자들이 무엇이 필요한지 직접 보고 느낀 후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책은 말 잔치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방통위는 명심하길 바란다. 2022년이 ATSC 3.0 기술을 방송 그 이상으로 확장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