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 없는 자율주행 기술개발이 본격 시작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하 ETRI)은 6월 9일 국내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무인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해 연구원을 순환하는 시범 셔틀버스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현재 상용화된 자율주행 기술은 아직 차에 운전대가 남아있거나 필요할 때 운전자의 개입이 이뤄지는 2~3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이번에 시범 서비스 되는 운전석 없는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되면 자율주행 4단계 시대로 넘어갈 수 있다.
ETRI가 개발한 자율주행차의 이름은 오토비(AutoVe)다. 자율주행을 뜻하는(Autonomous Driving)에 이동체(Vehicle)를 합성한 이름으로 운전자가 없는 진정한 자율주행 기술을 상징한다.
셔틀 서비스는 주차된 오토비를 모바일 기기로 호출하면서 시작된다. 다가온 오토비에 탑승을 하고 “하이 오토비 7연구동으로 가자”라고 말하면 음성을 인식해 목적지로 나아간다. 탑승자는 운전할 필요가 없어 자유롭게 원하는 활동이 가능하다. 오토비는 연구원 안에서 안전규정에 따라 25km 제한 속도를 준수하며 이동한다. 탑승 예약은 방문동 키오스크로 가능하며 QR코드로 오토비의 실시간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운행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주요 연구동을 지나는 노선으로 이뤄진다.
연구진이 오토비에 적용한 고성능 AI 알고리즘은 카메라와 라이다 센서에서 얻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처리해 환경과 주변 환경, 객체를 인식하고 스스로 주행 경로를 만들어낸다. 센서 정보를 원격지와 통신하며 처리하는 기존 방식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사용자 편의를 위해 AI 기반 음성 대화 인터페이스 기술도 탑재했다. 탑승자는 오토비에게 AI 비서에게 말하듯 차를 호출하거나 탑승한 뒤 “목적지로 가자”, “정지”, “회피” 등 원하는 명령을 내려 쉽게 제어가 가능하다.
오토비는 주변과 끊임없이 대화를 하면서 나아간다. 연구진은 데이터 분배 인프라 기술을 활용해 여러 센서를 원내 곳곳에 설치해 오토비에게 사각지대 및 공사 구간 등 실시간 안전 정보를 원격 전송한다. 자체 정보와 더불어 확장된 상황 인식으로 더욱 안전하게 자율주행을 수행하는 셈이다.
또한, 오토비 내부 창가에 설치한 투명 OLED 디스플레이에는 ETRI가 개발한 증강현실(AR) 실감가이드 기술과 8K 가상현실(VR) 방송 기술을 탑재했다. 덕분에 탑승자는 실시간으로 차량 정보와 3차원 공간과 연동되는 콘텐츠를 받거나 8K급 고화질 360도 VR 방송을 즐기며 지루하지 않게 이동할 수 있다.
ETRI는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은 차가 없거나 운전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편안하게 목적지까지 이동하면서 실시간 초실감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 서비스로 많은 활용이 이뤄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TRI는 지난해 5월부터 분야별 자체 기술을 융합하는 연구를 통해 기능과 완성도를 더했으며 올해 2월에는 국내 최초로 자율주행임시운행허가를 획득했다.
ETRI 관계자는 “외산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ETRI가 개발한 AI, 5G 통신, 미디어 콘텐츠 등 기술력을 종합해 자율주행 서비스를 개발해 더욱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최정단 ETRI 지능로보틱스연구본부장은 “ETRI ICT 기술을 융합해 국내 최초로 미래지향형 자율주행 내부순환셔틀을 개발했다”며 “오토비가 ETRI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물류, 치안,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 자율주행 기술을 보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