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문제, 이젠 정말 위험상황이다

[사설] 주파수 문제, 이젠 정말 위험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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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C-15 준비단 발족

2015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WRC-15(국제전파통신회의)에 대비해 방송통신위원회가 ‘WRC-15 준비단’을 발족시켰다. 방통위 준비단(단장 양환정 전파기획관)은 ITU(국제전기통신연합)의 WRC-15 연구체계에 맞춰 운영위원회(의장 최준호 주파수정책과장)와 6개 의제연구반으로 구성되며 산학연 및 국방부·국토부 등 관련 부처 110여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또 방통위는 WRC에서 국제 주파수분배 및 국가 간 전파간섭방지를 위한 기술기준 등이 포함된 국제조약인 전파규칙(Radio Regulations)을 개정하며, 각국은 전파규칙에 자국에 유리한 입장을 반영하고 보다 많은 상업·공공용 주파수를 확보하기 위해 WRC 준비단을 구성하여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1년의 데자뷰

그런데 이번 방통위의 WRC-15 준비단의 면면을 살펴보면 뭔가 허전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그 이유는 바로 주파수 분야에 있어 커다란 역할축을 담당하는 방송 분야의 부재 때문이다. 모든 분과는 통신 분야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방송은 그 어디에도 없다. 이에 자연스럽게 2011년 모바일 광개토 플랜이 등장하던 시기와 상황이 오버랩 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리라. 당시 방통위는 모바일 광개토 플랜을 내세우며 디지털 전환 이후 난시청 해소 및 뉴미디어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700MHz 대역 주파수를 통신에 할당하려 노골적인 친통신 정책을 펼쳤다. 그런데 이런 중대한 문제를 두고 방통위는 정책적 결정을 내리기 전 철저하게 방송 분야의 목소리를 무시하다가 내부적으로 친통신 정책을 완성한 다음 명목상의 방송진영 목소리를 듣겠다고 나선바 있다. 이는 지금도 다르지 않다. WRC-15 준비단에 방송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방통위는 통신에 편향된 목소리만 모아 국제적 인증을 받겠다는 생각을 숨기지 않고있는 것이다.

 

주파수 약탈

명백한 위기상황이다. 무료보편의 공공 서비스를 추구하는 방송의 원자재를 자본주의의 논리로만 움직이는 통신에 몰아주는것을 넘어, 이제는 이를 위한 본격적인 정지작업에 돌입한 것은 안타까움을 넘어 긴박함을 느끼게 할 정도다. 게다가 최근 방통위는 UWB 대역을 방송이동중계용 주파수에 할당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미디어의 근간인 방송의 기본 존재이유조차 부정하겠다는 뜻이다. 명백한 위기상황이며, 약탈이다.

최근 전세계 통신 LTE 기술의 대세는 700MHz 대역 주파수가 아니라 1.8GHz 대역 주파수라는 것이 정설이다. 심지어 국내 LTE 활용 주파수도 대부분 1.8GHz 대역에 머물러있다. 그런데도 방통위는 700MHz 대역 주파수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고 이제는 방송이동중계 주파수도 통신의 영역에 몰아주려고 한다. 어의가 없는 일이다. 이제라도 방통위는 무조건적인 통신 주파수 몰아주기에서 벗어나 방송의 무료보편적 가치를 인정하는 적법한 주파수 로드맵을 구성해야 한다. 그것이 유일한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