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현실화’ 첫발 뗐다

[종합] KBS ‘수신료 현실화’ 첫발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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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연봉 논란·북한 퍼주기 등 야당·일부 보수 언론 비판 쏟아져
양승동 사장 “자구 노력·경영 효율화 방안 성심껏 답변하겠다”

[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KBS가 현재 월 2,500원인 수신료를 3,840원으로 조정하는 안을 1월 27일 KBS 이사회에 상정해 수신료 현실화를 위한 첫발을 뗐다. 그러나 일부 보수 언론과 야당의 비판이 쏟아지면서 갈 길이 쉽지 않아 보인다.

수신료는 TV 방송 시청에 부과되는 요금으로 1963년 100원으로 출발해 1981년 2,500원으로 오른 뒤 현재까지 41년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1980년대 후반 시청료 거부 파동 등을 거치면서 1994년부터는 전기요금과 함께 징수하고 있으며,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KBS와 EBS가 97:3의 비율로 나누고 있다. 1981년 당시 신문 월 구독료를 기준으로 책정된 수신료가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면서 여러 차례 수신료를 현실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정치권의 입장차와 신문‧종합편성채널 등 이해관계자의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다.

KBS는 이사회에서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3,840원으로 조정하는 안을 계산한 과정과 기대 효과, 후속 조치 등을 설명했다. KBS는 산정 기준에 대해 “중기수지전망을 통해 향후 5년간 재정수지를 분석했으며 공영방송 역량강화와 사업별 재원 수요, 중기 시장 영향을 따졌다”고 말했다.

KBS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5년까지 중기수지전망에서 KBS의 누적 적자 예상액은 3,679억 원이며, 새롭게 추진하는 공적 책무 확대 계획에 필요한 재원은 1,185억 원이다. KBS는 적자를 해소하고 공익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연평균 4,365억 원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수신료를 3,840원으로 조정하면 수신료 수입은 2019년 기준 6,705억 원에서 1조411억 원으로 증가해 KBS 전체 예산의 53.4%를 차지하게 된다. 이밖에 광고로 12.6%, 콘텐츠 판매 등으로 29%를 충당해 공영방송으로서 안정적 재원 구조를 갖추는 것이 KBS의 계획이다.

KBS는 수신료 현실화로 EBS에 대한 지원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징수한 수신료에서 수수료를 제외하고 3%를 EBS에 지원해 왔으나 비율을 5%로 확대해 500억 원 정도를 더 할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KBS는 공영방송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올해 12대 과제 57개 사업을 제시했다. △24시간 지역거점형 재난방송, △보도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공정성 강화 프로젝트, △대하사극 부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같은 대기획 편성, △디지털 콘텐츠 확대 등이다.

특히, 통일주관방송사를 자처하면서 조선중앙방송과 협력하고 ‘평양열린음악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광고 수입의 30%는 미디어 다양성 기금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수신료 조정안이 상정된 후 여야 추천 이사들 간에는 격론이 벌어졌다. 야당 추천 인사인 황우섭 이사는 “수신료 인상은 KBS가 40년간 염원해온 과제”라면서도 “김상근 이사장은 1987년 KBS 방송이 불공정하다는 이유로 시청료 거부 운동을 했고 그로 인해 시청료가 수신료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현재는 KBS 방송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느냐”며 지난해 있었던 이른바 검언유착 오보 등을 언급했다.

이에 여당 추천 인사들은 황 이사의 논리가 ‘정파 대결의 장’으로 만든다고 지적했다. 김영근 이사는 “한국의 정치 과잉 현상이 KBS에 투영돼 수신료 논의를 할 때도 ‘공정성’ 이야기로만 제약돼 있다”며 “왜 수신료가 필요한지 국민을 설득해야 하며 정파성에 갇힌 논의로 끌려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승동 KBS 사장은 수신료 조정안 상정 이후 “KBS는 오늘 41년째 월 2500원에 머물러 있는 방송 수신료를 인상하기 위한 수신료 조정안을 KBS 이사회에 제출한다”며 “국가기간방송에 부여된 ‘공익’ 책무를 다하며 미래에 더욱 필요한 공영방송으로 나아가기 위한 의지의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이어 “어떤 분께서는 ‘시청자는 KBS를 보지도 않는데 왜 수신료를 내느냐’고 물으시고, 어떤 분은 방송이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하신다. 어떤 분은 KBS가 어려우면 직원들 임금을 대폭 감소하라 하시고, KBS가 잘하면 그때 수신료를 올려주는 게 맞는다는 말씀도 하신다”며 수신료에 대한 여러 비판을 언급했다.

양 사장은 “이러한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성심껏 논의해 답변하겠다”며 “자구 노력과 함께 경영 효율화 방안에 대해서도 소상하게 국민께 말씀 드리겠다”고 말했다.

KBS는 2007년, 2011년, 2014년 세 차례에 걸쳐 수신료 조정안을 추진했으나 번번이 국회에서 좌초된 바 있으며, 이번 역시 갈 길이 쉽지 않아 보인다. KBS의 수신료 조정안 상정이 알려지자 야당과 일부 보수 언론의 공세가 쏟아진 것이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KBS 억대 연봉자가 60%이며 무보직자가 2,053명”이라고 비판했다. 수신료 현실화 전에 자구노력부터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KBS는 “1억 원 이상 연봉자는 전체 직원의 46.4%이고, 무보직자도 1,500여명”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KBS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가 “답답하다. 너희가 아무리 뭐라 해도 우리 회사 정년 보장되고, 수신료는 전기요금에 포함돼서 꼬박꼬박 내야 한다. 평균 연봉 1억이고 성과급 같은 거 없어서 직원 절반은 매년 1억 이상 받고 있다”는 글을 게시해 비판을 받았다.

이에 KBS는 2월 1일 사과문을 내고 “KBS 구성원의 상식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내용의 글이 게시돼 이를 읽는 분들에게 불쾌감을 드린 점에 대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대단히 유감스럽고 송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KBS는 이번 논란을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의 구성원인 직원들 개개인이 자신을 성찰하고 마음가짐을 가다듬는 계기로 삼겠다”면서 “또한 앞으로 임금체계 개선과 직무재설계 등을 통해 조직을 슬림화하고 경영을 효율화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임을 다시 한번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KBS 수신료 조정안 자료를 공개하면서 “평양지국 개설 연구용역 등에 28억 원, 북한 관련 취재시스템 강화에 26억 원이 책정됐다”며 “친북 코드에 맞춘 수신료 인상”이라고 비판했다.

KBS는 2일 입장을 내고 “방송법 제44조에는 KBS의 공적 책임 중 하나로 ‘국내외를 대상으로 민족문화를 창달하고 민족의 동질성을 확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방송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해당 사업의 근거를 설명하면서 “공영방송으로서의 공적 책무”라고 반박했다.

KBS는 “이 같은 법적 책임의 일환으로 급변하는 남북관계 속에서도 안정적인 남북교류를 통한 상호 신뢰 증진을 위해 평화 통일에 기여할 사업들을 수신료 조정안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각에서 거론하는 ‘북한 퍼주기’ 등 주장은 KBS에 부여된 공적책무를 고려하지 않은 내용이다. 방송법으로 부여된 공영방송 KBS의 책무, 한민족 평화·공존에 기여하기 위한 공적책무 설정의 배경과 내용을 자의적으로 곡해하지 말아달라”고 전했다.

한편, 수신료 현실화를 위해서는 이사회 상정 이후 공청회 개최, 여론조사, 이사회 심의, 방송통신위원회 의견 제출, 국회 제출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