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진주 MBC 합병과 방통위의 속셈

[사설]창원-진주 MBC 합병과 방통위의 속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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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진주 MBC 합병 의결
방통위가 창원-진주 MBC 합병을 결국 의결했다. 지난해 9월 20일 두 방송국이 합병 허가를 신청한 지 약 1년 만이다. 그동안 방통위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모아 합당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 노력했고 이제 실행에 옮겼다고 한다.
‘의견 수렴과 합당한 결론을 위한 노력.’ 우선 이 부분부터 짚어보자.
지난달 20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는 창원-진주 MBC 합병을 위한 전체회의를 열었으나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의결을 보류했었다. 이는 단지 ‘보류’였을 뿐이지만 지역 미디어의 필요성과 공공성을 살리기 위한 실낱같은 불씨가 살아남듯 했다. 바로 그때, 김재철 MBC 사장의 사퇴 쇼가 시작되었다.

 

김재철 MBC 사장의 노림수가 적중했다?
김 사장은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의결이 보류된 8일 뒤 전격적으로 사표를 던졌다. 사의 표명 이유는 ‘승인보류에 대한 책임’이었다. 아마 이 순간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던 많은 언론인의 심경은 복잡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김 사장은 사퇴이유를 슬그머니 ‘항의의 표시’라고 바꾸더니 묘하게 말을 흐리기 시작했다. 추상적이다. 너무 추상적이어서 그 의미가 희석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아니나다를까, 당장 비상이 걸린 방문진은 김 사장의 사표를 반려하고 여당추천 이사들은 재선임이라는 편법까지 동원해 김 사장을 보호했다. 앞서 김 사장은 “사임은 의사표현의 도구였다.”며 아예 발을 빼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덕에 김 사장은 전무후무한 MBC 3선 사장이 될 수 있었고 압박을 느낀 방통위는 창원-진주 MBC 합병을 파행 의결했다. 화룡점정이다.

 

방통위는 산타클로스가 아니다
이번 창원-진주 MBC 합병 의결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파행에 파행을 거듭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는 방통위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합병을 의결하는 상임위원회 전체회의를 보자. 야당 측 위원들이 격렬하게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수적으로 유리한 여당 측 위원들은 머릿수로 밀어붙여 합병의결을 이끌어냈고 그 덕에 대통령 직속기구인 방통위는 균열이 쩍쩍 가고 있다. 이쯤에서 방통위는 생각을 해봐야 한다. 종편 사업자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안달이 나 있는 것도 모자라 업무 파행까지 각오하며 김재철 사장의 다소 어설픈 노림수에 놀아난 이유는 무엇인가? 모든 비난을 감수하면서 그렇게 선물들을 안겨주고 싶은 건가? 하지만 아쉽게도 방통위는 산타클로스가 아니다. 대통령 직속 정부기관이다.

 

방통위의 속셈은 따로 있다.
방통위는 이번 합병을 통해 ‘경쟁력 강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이라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그 취지는 아주 좋다. 그리고 실제로 1997년 IMF 이후에 긍정적인 광역화 논의가 있기도 했었다. 물론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광역화 논의가 현 김재철 사장이 처음 꺼낸 이야기는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왜 많은 이들이 창원-진주 MBC 합병 의결에 반대하고 방통위의 정책에 반발하는 것일까. 답은 하나다. 의도가 불순하기 때문이다. 현 정권은 방송계에 친정권 인사를 곳곳에 심어두고 방송장악을 시도한다는 의심을 꾸준히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MBC 사영화와 종편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바로 지역 방송국 광역화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김우룡 전 이사장의 방문진 취임 일성이 지역 MBC의 매각이었다는 것을 기억해보라. 김 사장의 창원-진주 MBC 통합도 역시 이와 맥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방통위의 속셈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방통위의 창원-진주 MBC 통합은 의결 단계부터 거센 비난을 불러왔고 김재철 MBC 사장에게 놀아난 것은 물론 해당 지역 주민들까지 통합에 대해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통위는 통합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보다 전면적으로 계획을 재검토하여 합당한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