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라디오

진화하는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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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라는 매체는 참 쉽다. 걸어가면서도 듣고, 차를 타고 가면서도 듣고, 주부들이 부엌에서 일하면서도 듣고, 시장에서 상인들이 장사하면서도 듣고, 학생들이 공부하면서도 듣는다. 아니 그냥 들리니까 들을 뿐 아무런 애를 쓰지 않아도 된다. 무엇을 하면서 들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물이나 공기처럼 존재감을 느끼지 못 할 때도 있으며, 요즘같이 복잡해지고 자꾸 스마트해지기를 강요하는 세상에는 어울리지 않는 매체로 인식 돼가는 것 또한 사실이다.

<라디오의 성장과 쇄락 >
인류가 전파를 발견한 이래 최초로 방송(broadcasting)1)을 한 매체가 라디오 방송이다. 1916년 뉴욕에서 라디오 정규방송을 처음으로 시작하였다고 하니 그 역사가 100년이 다 되간다.2)

   
 

 

 

 

 

SOURCE : French, Herbert E., photographer. "Atwater Kent, Standing By Radio, and Seven Other People Listening to the Radio." National Photo Company, between 1920 and 1930. Prints and Photographs Division, Library of Congress.

 세계1차 대전은 전자산업 및 무선통신 산업을 급 성장시켰으며 신문을 압도하는 속보성으로 라디오 방송은 성장을 거듭하게 된다. 20세기 중반을 넘어 70년대까지도 전성기를 구가 하였으나, 영상매체의 발달 특히 컬러TV의 출현이후 사양길로 접어들게 된다.
매체로써의 존재감을 잃어가던 라디오에 변화가 좀 생겼다. 90년대 접어들면서 100%에 가까운 라디오 보급율, 1천만대를 돌파한 자동차 문화, 소리에 민감한 신세대에 워크맨과 mp3p의 보급, 개인주의적 성향증가에 따른 청취형태의 변화, 등이 라디오가 새롭게 모바일 매체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
또 근래 들어 인터넷이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인터랙티비티면에서 라디오는 한번  더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2005,6년경에 나온 인터넷라디오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오디오와 비디오 그리고 게시판을 통한 양방향성까지 더해 라디오가 이제 더 이상 오디오 매체가 아닌 비디오와 데이터를 같이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멀티미디어 기기로의 확대를 가져오게 되었다. 그리고 인터넷 라디오는 청취자와 제작자 사이의 인터랙티비티면에서도 많은 발전을 가져오게 하였으며 이어 나온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Social Network Service)가 라디오와 결합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게 되었다.

<라디오와 SNS의 만남>
프로그램 제작측면에서 살펴보면, 라디오의 기본적인 속성이나, 역할이라 할 수 있는 빈 시간을 부담 없이 잠깐 채워주는 일방향적 역할 외에 라디오를 이용하는 청취자들이 다양한 형태로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옛날 인터넷이 발달되기 전에는 엽서를 이용해 사연을 보내고 며칠이 지나 도착한 엽서를 선별하여 방송하려면 번거럽고 시간이 많이 걸린 반면,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은 언제어디서나 제작에 참여하여 사연을 다양한 문자 형태(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 핸드폰 문자 메시지, 인터넷라디오 게시판, 트위터 등)나 사진 같은 영상형태로 올려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제작자들도 이러한 매체변화에 부응하여 청취자와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예를 들면 생방송 진행 중 상황에 맞는 음악을 들려주고 보이는 라디오를 통해 그림을 올려 준다든지,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주제를 올려 참가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묻기도 한다. 라디오는 방송시간의 상당부분을 여러 경로로 방송에 참가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을 중계함으로써 청취자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방송으로,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방송으로 성장하고 있다. 오디오를 중심으로 한 가벼운 매체인 라디오가 SNS를 만남으로써 다양하고 완전하게 인터랙티비티를 구현하고 풍성해졌다고 볼 수 있다.

트위터
– 140자 내의 단문 텍스트
– 휴대전화로 올릴 수 있어 장소에 구애 받지 않음
– 일상생활 및 생각의 공유

홈페이지 게시판
– 무료, 장문
– 반응의 지연(delayed)

핸드폰 문자 메시지
– 실시간, 유료
– 장소를 구애 받지 않음

편지, 엽서
– 아날로그 방식
– 사연 중심, 시의성이 낮음

라디오에 사용되는 소셜 네트워킹 별 특성

 

   
 

 

 

 

EBS FM “세계음악 기행” 트위터 화면

<자전거의 부활처럼>
이렇듯 라디오는 끈질긴 생명력으로 이어오다가 디지털 전환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아직까지 새로운 서비스 모델이나 전환에 따른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진바 없지만 각 지상파 라디오 방송사는 어떻게 전환을 해야 차별화된 서비스로 유리하게 판을 끌어갈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라디오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써 한가지 바램이 있다. 지상파TV가 디지털 전환에 따른 혜택을(이를테면, MMS, K-view등 다채널 서비스, 데이터 방송 같은 양방향 서비스) 전파의 주인인 국민들에게 충분히 돌려주지 못하고 지상파의  부족한 부분을 케이블TV(다채널)나 IPTV(양방향), DMB(모바일) 등 다른 쪽에서 보완하게 만든 정책적 오류를 범했다.  하지만 라디오는 그렇지 말았으면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인터랙티브티가 충분히 구현되고 다른 보완재가 없어도 그 자체로 충분하고 완전했으면 한다.
자전거가 최근 고유가와 화석연료에 따른 지구 온난화, 건강이라는 웰빙 트랜드와 맞물려 다시 뜨는 것처럼, 라디오 방송도 소나기처럼 화려하게는 아니라도 복잡한 세상에 우리의 마음을 적셔주는 보슬비처럼 은은하게 인식되는 미디어로 우리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각주)—————–
1) 원래는 농경사회에서 씨를 뿌린다는 개념에서 나왔다고 한다.
2) 최초의 방송국은 1920년 11월2일 미국 피츠버그 KDKA 라디오이고, 우리나라는 1927년 서울의 경성방송국(JODK)가 1Kw의 전파출력으로 개시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