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7일, 폭우로 서울은 완전히 물에 잠겨 버렸다. 하루 동안 서울시 전역에 내린 비는 301.5mm에 육박했으며 도시의 기능은 마비되고 지하철이 침수되었으며 우면산 일대의 산사태로 인명 피해가 난 것은 물론 EBS 방송센터가 침수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게다가 이번 폭우로 전국에서 34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되었으며 춘천 산사태로 아까운 대학생 13명이 숨진 것은 물론 특히 서울 서초구 일대에서만 16명이 목숨을 잃었다. 재산 피해도 심각했다. 전국적으로 401세대 620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가운데 66,093호가 정전피해를 입고 서울 199동을 포함한 주택 720동이 침수되는 등 하루 사이 내린 비로 수도권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하지만 이런 위기 속에서도 가장 필요한 정보를 발 빠르게 제공하는 재난방송이 있기에 국민들은 비교적 신속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피해규모를 집계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우리의 재난방송 시스템이 100% 완벽한 것은 아니다. 그 현실을 직시하여 외국의 재난방송을 참고하고 우리의 재난방송 시스템을 비교 분석하여 냉정하게 진단해 보자.
1. 일본 지진·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통해 본 NHK의 재난방송
옛날부터 심각한 재해재난에 시달려온 일본답게 그들의 재난방송 시스템도 수준급이다. 일본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인 NHK는 재난이 일어났을 때 즉시 활용 가능한 비상헬기가 14대에 이르는 것은 물론 재난지역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원격조정 카메라는 460여 개. 24시간 감시망을 확보할 수 있는 CCTV는 4,000여 곳에 구축하고 있다. 게다가 학계에 따르면 NHK의 경우 전체 예산의 3%인 3천억 원의 비용을 재난방송에 투입하고 있으며 10여 명 내외의 전문가 집단이 1년 365일 방송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이처럼 강력한 장비 인프라를 구축한 NHK는 국가적인 재난에 직면했을 때 그 역할을 다한다.
지난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동일본 일대를 강타한 지진으로 대형 쓰나미가 몰려와 후쿠시마, 미야기 현 등 많은 지역이 초토화되고 수많은 인명 피해를 입은 것은 물론 원전사고까지 일어나는 참사가 발생했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으로 이 비극 속에서도 NHK의 재난방송 시스템은 빛을 발했다. 우선 NHK는 강진이 발생하자 놀랍게도 2초 후인 오후 2시 46분 48초에 강진 발생 속보 자막을 내보냈고 뉴스특보는 채 2분도 안 걸린 오후 2시 48분 19초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한 시간 뒤에 센다이(仙臺) 상공에 헬리콥터를 띄워 도로 · 주택 · 비닐하우스 등이 쓰나미에 삼켜지는 모습을 생중계했다. 여기에 후속보도로 실시간 재난지역의 위치와 피해 정도를 속보로 내보내며 미리 구축한 ‘지진 등 재난에 대비한 사전 매뉴얼’을 활용해 위기 상황을 세심하게 전달했다. 게다가 단순 정보 전달에 치우치지 않고 일본 동북부 지방의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하여 빠른 대피지역 안내와 추후 피해 예상을 분석하여 정보를 제공해 2차 인명 피해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당시 최초 지진이 발생했을 때 일본의 간 나오토 총리는 국회에서 참의원 회의에 참석해 어린이 수당관련 질문을 받고 있었는데 이 회의를 생중계하던 NHK가 의사당의 샹들리에가 흔들리는 순간 재난방송 체제로 전환했다는 일화는 지금도 회자되는 이야기다. 물론, 감정적이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는 방송보도 태도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NHK는 끊임없이 발생하는 일본의 자연재해를 보도하면서 자연스럽게 보도 시스템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해왔다. 그 연장 선상에서 NHK는 재해 정보를 더욱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하여 2007년부터 진도 6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버튼 하나만 누르면 간단하게 속보가 방송될 수 있는 조기경보시스템(EWBS: Emergency Warning Broadcasting System and Early Warning System)을 운용했다. 원래 2분 정도는 소요되어야 내보낼 수 있는 재해정보를 이제는 3초 만에 TV 화면에 내보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진 발생 10초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VTR을 녹화해주는 텔롭(Telop)이란 장치를 전국에 배치해 더 생생한 뉴스 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2. 대한민국 재난방송 시스템의 현주소
방송통신위원회규칙 제26호(재난방송 실시에 관한 기준)는 현재 국가재난이나 비상사태에서 의무적으로 재난방송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7월 27일 서울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우리나라의 방송사들도 재난방송을 시작했다. 이 가운데 재난주관 방송사인 KBS가 지상파 방송 가운데 가장 먼저 오전 5시를 기해 기상특보를 시작했고 뒤를 이어 SBS와 MBC도 긴급 재난방송을 시작했다. 특히 재난방송 주관기관인 KBS는 기상청 자료를 실시간으로 수신해 기상 방송에 필요한 그래픽 화면을 제작하는 기상 그래픽 전용 시스템, CCTV를 KBS 뉴스센터에 연결해 활용할 수 있는 재난 모니터링 센터를 가동했으며 이 외에도 재난방송 긴급 자막 표출시스템을 통해 본격적인 재난방송을 진행했다. 하지만 일본 NHK가 비상헬기를 14대를 구축하고 있는 반면 KBS는 1대에 불과할 정도로 인프라가 열악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재난방송을 위해서는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물론 KBS의 경우 6월 27일 디지털 재난방송시스템을 구축하고 ‘KBS 재난방송 정보센터’를 개소해 소방방재청이 운영하는 전국 각지의 CCTV 2,000대의 영상을 수신하게 되었고 DMB 재난정보 시스템도 갖추었다. 또 과학재난부까지 신설해 재난방송의 질적인 향상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헬기도 현재 1대뿐인 것을 2015년까지 연차적으로 3대로 확충시킬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수도권, 영남권, 호남권으로 권역별 헬기를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재 32곳에 설치한 원격조정 HD급 카메라를 86개소로 확대시킬 예정이다. 여기에 MBC 기술연구소는 방송사 최초로 스마트폰 제보/중계 시스템을 도입해 2010년 11월 30일부터 서비스를 시작, 재해재난 발생 시 방송 카메라가 채 담지 못한 생생한 영상 및 뉴스를 재난방송에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또 SBS를 비롯한 각 방송사은 소방방재청과 방송망을 형성해 통신망을 구축해 시청자들에게 발 빠른 정보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초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이 국내 재난방송의 열악함을 지적했듯이 개선의 여지는 많다.
3. 우리의 재난방송, 더 나아진 미래를 확신해야 한다.
이번 서울 폭우 사태로 알 수 있듯이 재난방송은 철저한 인프라 구축과 투자, 그리고 지속적인 관심이 있어야 제대로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특히 성공적인 지상파 재난방송으로 평가받은 일본의 NHK처럼 최첨단 장비와 보도 가이드 라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의 재난방송 시스템이 강화되어야 한다. 또 전적으로 송출망에 의지하고 있는 케이블 TV 가입자의 경우 그 망이 유실되었을 때 발 빠르게 지상파 재난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되어야 한다. 현재 20세대 이상이 사는 다세대 주택이나 아파트에서는 절체스위치를 달거나 중계용 소출력 무전기를 구비해 재난방송을 수신할 수 있지만 이 시스템은 완벽하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효과적인 재난방송 시스템을 더욱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방송사들의 노력이 소중해지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KBS는 ‘KBS 재난방송 정보센터’와 ‘과학재난부’를 신설했으며 행정안전부 · 소방방재청 · 기상청과 중앙단위 재난방송 업무협약을 맺고 각 지역자치단체와도 재난방송 협약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또 ‘재난방송 알리미’ 112명을 적극 가동해 재난 시 정보전달은 물론 대응능력을 높혀간다는 복안이며 단말기 보급대수가 4,000만 대에 달하는 DMB를 적극 활용해 재난경보 데이터 방송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가장 확실한 재해재난 정보전달과 분석 및 파악을 위해 지상파 방송사들은 본격적인 재난방송 시스템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다양한 장비 및 기계들을 활용한 방안은 물론 심각한 재난 시 송출망이 끊어져 방송이 끊겨버리는 케이블 시청자들을 위한 재난방송 시스템도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사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재해재난의 특성상 한전주가 무너지고 송출선이 끊기면 케이블 방송은 당연히 중지되며 시청자들은 정보에 소외되어 버리고 만다. 지상파 방송사의 재난방송 중요도가 높아지는 것에는 이런 이유도 있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정부기관과의 협약을 통한 재난 방송 시스템의 강력한 인프라 구축이 더해진다면 지상파는 명실공히 ‘한국형 재난방송 시스템’의 성공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