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재난방송은 여전히 선정성이 강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7일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공동주최한 ‘재난관련방송의 올바른 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단국대 법학과 지성우 교수는 “최근 지진해일·원전사고가 일어난 일본에서 NHK는 피해지역 주민들의 질서정연한 모습을 주로 방영하는 등 국민단합과 재건의지에 초점을 맞춘 반면, 천안함·연평도 포격사건 등 국내 재난상황을 방송했던 국내방송사들은 재난의 사회·구조적 측면보다 개인의 희생과 죽음을 지나치게 부각시키고,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는 상황도 여과없이 보도하는 경향이 강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송사의 선정주의적 보도, 한건주의식 보도, 황색 저널리즘이 부정확한 정보를 양산함으로써 확대해석·오인·편의적 해석 등 불안요소를 키우고, 결과적으로 언론보도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킬 것”이라고 덧붙이며, 그 대안으로 재난보도의 가이드라인 재정립을 제안했다.
언론의 자율성을 인정하되 재난상황에서 공익성과 공공성을 준수할 수 있도록 △사회적 통합 가능성 제고 △객관성과 정확성 준수 △피해자에 대한 배려 △사생활의 존중 △제반 법규의 준수 등 5가지를 재난방송 가이드라인의 요건으로 제시했다.
이에 토론자로 나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기획팀 정호근 팀장은 “방송사들의 재난방송 가이드라인을 조사해본 결과 재난방송 시 방송 내용 구성과 관련해서는 가이드라인만 있을 뿐 실무에서 활용하고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매뉴얼은 미흡하다”고 말했다. 서울YWCA 전현숙 사무총장은 “일본 원전사고을 보도한 국내 방송사들의보도를 모니터링한 결과 ‘재난 쇼’로 불러야할 만큼 충격적인 장면들을 계속 내보내며 공포감을 조장했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시청자들이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재난정보를 얻는 상황에서 공영방송이 해야할 일은 상황을 냉철히 분석하고, 전문가를 동원해 심층적인 보도를 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방송사에서 직접 보도를 담당하는 이들은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공감하는 동시에 현장에서의 한계도 분명하다고 밝혔다.
KBS 보도국 이선재 취재주간은 “피해자들이 비탄에 잠긴 모습을 자주 보여주면서 사회통합보다 절망적인 감정이 더욱 도드라졌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이미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지만 현장 기자나 제작진에게 숙지되지 않은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취재주간은 반면에 “재난상황 취재현장에서는 항상 시청자들에게 어디까지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한다”며 “사회통합적이고 차분한 보도 이면에 알려지지 않는 진실도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원칙대로 보도하기 어려운 것이 딜레마"라고 밝혔다.
또, MBC 보도국 김상철 부국장은 “취재현장에서는 급박한 상황과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며 “절대적으로 부족한 재난방송 인력과 인프라를 정부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YTN 보도국 이귀영 취재부국장은 “재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유용한 매체인 DMB방송에 대한 정부차원의 중계망 등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방송통신위원회 김재영 과장은 “올해 말까지 재난 방송 가이드라인을 재정비할 예정이며, 각 방송사가 내부적으로 재난 관련 조직을 창설한다면 정부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