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노조 “윤석민 방송 장악 거부‧독립 경영 사수” 사측에 최후통첩

SBS 노조 “윤석민 방송 장악 거부‧독립 경영 사수” 사측에 최후통첩

2623

“비상계단까지 봉쇄하고 강행된 SBS 이사회”
“태영건설 윤석민 회장 체제 전환”…“노사 합의 파기 움직임 노골화”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SBS의 소유‧경영 분리를 놓고 노사 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이하 SBS 노조)는 4월 4일 낮 12시 SBS 로비에서 ‘범SBS 비대위 결의대회’를 갖고 △박정훈 SBS 사장과 이동희 경영본부장 사퇴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의 공개 사과와 재발방지책 마련 △대주주 직할 이사회 구성 후 진행된 조직개편 및 인사 원상복구 △대주주가 부당하게 선임한 이사진 전원 해임 및 신뢰 가능한 이사회 재구성 등을 요구하며 최후통첩을 날렸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약 300여 명의 SBS 구성원이 참여했다.

윤창현 SBS 노조위원장은 “더욱 신뢰받는 방송을 만들기 위한 우리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땀과 눈물, 희생, 젊음 등을 갈아 넣어 만든 조직이 SBS다. 불과 얼마 전 동료였던 한 사람이 사랑하는 가정을 두고 먼저 생을 마감했고, 그런 사람들의 인생이 이 조직에 녹아 있는데 도대체 무슨 권리로 SBS를 장악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무리 창업주의 아들이라도 해도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인생을 모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박정훈 사장을 향해 “이미 구성원들의 믿음과 신뢰를 상실했다”며 “임명동의를 통해 부여한 권한을 이 자리에서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노사갈등의 시작은 10여 년 전인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BS 노조에 따르면 2008년 미디어홀딩스 체제 전환 당시 사측은 ▲소유‧경영 분리의 제도화 ▲SBS와 계열사 간 내부거래 투명성 증대 ▲콘텐츠 경쟁력 강화 및 사업 경쟁력 제고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 SBS에 남은 것은 콘텐츠 경쟁력 약화와 수익구조 악화라는 위기뿐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SBS와 미디어홀딩스 계열사 간 부당한 콘텐츠 거래 구조를 통해 빠져나간 SBS의 수익은 3,700억 원대다. SBS 노조는 “미디어홀딩스와 SBS플러스, SBS콘텐츠허브에는 막대한 유보금이 쌓이게 됐지만 콘텐츠를 생산하는 SBS는 신규 사업 기회까지 미디어홀딩스에 뺏기면서 장기 적자의 지속 싸이클에 진입하게 됐고, 생존 가능성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결국 SBS 노조는 ‘지주회사의 체제의 완전한 해체’ 즉 ‘SBS와 미디어홀딩스 합병’을 사측과 대주주에 제안했고, 사측과 대주주는 이를 받아들였다.

박정훈 SBS 사장과 신경렬 SBS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 윤창현 SBS노조위원장은 2019년 2월 20일 ▲SBS 중심의 수직계열화 추진 ▲수직계열화 추진 과정에서 SBS 자산과 현금의 순유출 금지 ▲(합의 이행을 위한) 노사 참여 위원회 설치 및 운영 ▲노사 참여 위원회 산하에 실무추진위원회 구성 등을 골자로 하는 합의문에 서명했다. 그리고 이를 위한 1단계 조치로 SBS 콘텐츠허브의 경영권을 SBS로 넘기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10년 간 갈등의 종지부를 찍는 것 같았던 노와 사, 대주주 간 대승적 합의는 한 달도 채 안 돼 물거품이 됐다. 먼저 윤석민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 측은 SBS 자회사인 콘텐츠허브 이사회를 장악했다. SBS 노조는 “콘텐츠허브의 경영권을 넘겨받은 SBS 경영진에 콘텐츠허브 이사진 구성에 대한 권한이 있었지만 경영진은 그 권한을 대주주에게 넘겨줬고, 결국 콘텐츠허브 이사진은 윤석민 회장의 측근들로 구성됐다”고 말했다.

콘텐츠허브를 장악한 대주주 측은 이제 SBS를 겨냥했다. SBS는 3월 28일 목동 SBS방송센터 20층에서 모든 길을 원천 봉쇄한 채 이사회를 강행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최상재 전략기획실장의 보직을 박탈하고, SBS의 핵심 전략 등을 이동희 경영본부장 산하로 배치하는 조직개편안을 통과시켰다.

SBS 노조는 “윤석민 회장 비서실 출신으로 소유‧경영 분리 폐기와 노사합의 파기 시도에 첨병 노릇을 해온 대주주의 수하에게 SBS의 조직과 전략 기능이 통째로 넘어간 것”이라며 “소유‧경영 분리 대국민 약속과 SBS 경영불개입, 독립경영 원칙을 원천적으로 파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SBS가 경영권을 인수한 콘텐츠허브 이사회에서 SBS 인사를 완전히 배제하라고 지시한 것은 윤석민 회장이고, 최상재 전 SBS 전략기획실장이 문제제기를 하자 일부 SBS 인사를 이사진에 포함시키기는 했으나 여전히 윤석민 회장 측근들이 계속 장악하는 체제로 유지하기로 윤석민 회장과 박정훈 사장이 거래했다”면서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은 SBS로부터 돈도 받아 챙기고, 이사회 장악을 통해 경영권도 직접 행사하겠다는 초법적 발상으로 소유‧경영 분리 원칙을 대놓고 무너뜨린 장본인”이라고 꼬집었다.

SBS 노조는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의 SBS 사유화 저지와 독립경영 사수를 위한 범 SBS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고,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도 힘을 보탰다. 언론노도 중앙집행위원 일동은 28일 △SBS 노조의 ‘윤석민 회장의 SBS 사유화 저지와 방송독립 사수’ 투쟁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끝까지 함께 할 것 △태영건설 윤석민 회장의 SBS 사유화 시도를 방송독립 파괴행위로 규정하며 이에 대한 적극적인 취재와 보도 투쟁에 나설 것 △태영건설을 포함한 민영방송 대주주들이 방송 경영을 맡아도 될 충분한 도덕성과 경영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철저히 검증할 것 △민영방송 대주주들의 횡포와 방송독립, 공공성 저해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법‧제도적 개선과 규제기구 혁신에 나설 것 등을 결의했다.

오정훈 언론노조위원장은 “KBS와 MBC, YTN, 부산일보 등의 투쟁에서 언론노조는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언론노조 불패 신화를 여기 SBS에서 이어갈 것이다. 싸움은 시작됐다”면서 “이길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