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미디어 ‘공룡’이 아니라 ‘메기’ 될 것 ...

넷플릭스, 미디어 ‘공룡’이 아니라 ‘메기’ 될 것
“우려할 것은 시장 잠식이 아니라 앞으로의 대응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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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ver-the-top, 이하 OTT) 사업자인 넷플릭스가 범인은 바로 너>, <미스터 션샤인>, <킹덤> 등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에 적극 투자하면서 업계에서는 우려와 긴장이 감도는 가운데, 이를 통한 ‘메기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한국미디어경영학회가 주최한 ‘글로벌 미디어 환경에서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의 콘텐츠 유통 전략과 과제’ 세미나에서 넷플릭스가 우리 미디어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참석자들은 “시장 잠식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확히는 단기적으로 시장 잠식은 없을 것이며 우리나라 기업의 대응에 따라 이후 상황이 변화할 거라는 것이다.

법무법인 세종의 이종관 박사는 넷플릭스가 영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영국과 우리나라 VOD 시장은 환경이 아주 다르다”며 이를 근거로 시장 잠식을 우려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영국은 높은 직접수신율을 기록하며 지상파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VOD 시장이 성숙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는 인터넷TV(IPTV)를 중심으로 VOD 시장이 강력하게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박민수 성균관대 교수 역시 “우리나라는 사업자들이 선발자 우위를 가지고 있고 콘텐츠라는 것이 로컬리티를 같는 분야”라며 넷플릭스가 독점적 위치에서 시장 지배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황유선 박사는 “넷플릭스가 바이어로 역할 하며 콘텐츠 수요가 증가했고, 유통망으로 역할 하며 글로벌 시장으로 파이가 커졌다”며 “그에 따른 파생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고 종사자에게 돌아가는 몫도 늘 수밖에 없어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발제자로 나선 곽규태 순천향대 교수도 “넷플릭스의 공격적 투자가 국내 기업의 투자와 혁신을 촉발하는 활력소로 작용할 것”이라며 긍정적 기대를 내놓았다. 더불어, “시장 포식자로 군림해온 국내 방송사업자가 건강한 생태계를 우려하는 상황이 이해하기 힘들다”며 “과연 그동안 시장 포식자가 누구였느냐”고 반문했다. 방송사업자들이 넷플릭스의 투자로 국내 시장이 하청기지화되는 걸 우려하고 있지만, 기존에 외주 제작 시장에서 관행처럼 불공정 거래가 계속돼 온 것을 꼬집은 것이다.

걱정할 것은 시장 잠식이 아니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게 토론자들의 의견이다. 이종관 박사는 “오리지널 콘텐츠 비즈니스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생산해야 하는 고비용의 리스크가 큰 구조”라면서 넷플릭스가 가입자 수에 비해 영업이익이 낮은 점을 지적하며 지상파 방송사 또한 태생적으로 동일한 비즈니스 구조를 가진 주목했다. 수입을 올릴 수 있는 플랫폼은 제약을 두고 공격적 투자를 벌이고 있는 넷플릭스의 미래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는 가운데, 넷플릭스처럼 드라마 회당 15억 원 가량의 막대한 자본을 투입할 수도 없는 것이 지상파의 현실이다. 이 박사는 “지상파가 어떻게 규모의 경제를 찾아가느냐 이에 대한 고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대호 성균관대 교수도 콘텐츠 투자는 시장 규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면서 “사실 투자 비용 구조를 깰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지만 놓쳤던 것”이라며 한류를 예로 들었다. 한류 열풍을 타고 국내 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졌지만 방송사업자들이 장기적 관점으로 구조 개선에 투자하기보다는 해외 로케같은 단편적 방식으로 투자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곽규태 교수는 “적도 동지도 없는 시장이지만 신뢰는 보였으면 좋겠다”며 그 신뢰는 외주제작사에 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시장 진출로 소외 받는 한국 외주 제작 시장의 문제가 노출된 것은 분명하며, 산업 생태계에서 가장 약자에 있으나 가장 중요한 개체라는 인식 개선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메기 효과는 강한 경쟁자로 인해 활동 수준이 높아져 전체 분위기가 활성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가혹한 환경에서 오히려 원동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최세정 고려대 교수는 “외주 제작 환경의 개선과 더불어 위기의식이 있을 때 시스템의 개선이나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다”며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 개선에 방점을 두고 질 좋은 콘텐츠로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를 비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