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UHD 본방송 개시 문제없나

[사설] 지상파 UHD 본방송 개시 문제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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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유주열 방송기술저널 편집주간] 지난 9월 12일 경주에서 강진이 발생해 전 국민이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그 후 수백 차례 이어진 여진으로 인해 지진에 대한 공포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는 실정이다. 안타깝게도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닌 것이 판명되는 사건이었다. 또한 이번 지진을 계기로 재난 방송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가 한층 높아지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지상파 UHD 본방송 개시 일정이 3개월도 남지 않았다. 초고화질은 물론이고 다양한 부가 서비스가 가능한 지상파 UHD 본방송을 세계 최초로 시작한다는 것 자체에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는 하다. 본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개시한다면 세계 무대에서 우리나라 방송기술의 위상을 높이고 국가 경제적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청자들은 직접 수신만으로도 유료방송에서 누리던 다양한 부가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기에 지상파 UHD 본방송은 시청자 복지 측면에서도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상파에서는 전송방식이 확정되기 몇 년 전부터 잠정 표준방식으로 UHD 방송을 준비해 왔다. 몇 년 동안 잠정 표준으로만 준비해오다가 지난 7월에야 이르러 지상파 UHD 전송방식이 미국식으로 결정됐다. 그 동안 잠정 표준으로 준비해왔다고는 하나 표준방식이 다르기에 방송사 내부에서는 내년 2월 본방송 일정을 맞추기 위해 불철주야로 뛰고 있는 상황이다. 럼에도 불구하고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본방송 일정을 맞추기가 쉬워 보이지 않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장비 수급이다. 갑작스럽게 변경된 전송 방식으로 방송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장비 업체에서는 방송사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노력하고 있지만, 누구도 해 보지 않는 방식의 장비를 당장 뚝딱 만들어 낼 수는 없는 노릇일 것이다. 개발이 완료되지도 않았고 온전한 테스트도 거치지 않은 장비로 본방송을 한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방송에서 장비의 안정성 및 신뢰성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성과에 급급해서 무리하게 팡파르를 터뜨렸다가는 자칫 세계의 웃음거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로는 TV 수신기 보급 문제가 있다. UHD 본방송은 시청자를 위한 무료 보편 서비스라는데 의미가 크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콘텐츠와 서비스로 전파를 쏘아도 시청 가능한 수상기가 없다면 공허한 전파 낭비일 따름이다. 가전사에서는 수신 환경 개선에 절대적인 안테나 내장에 난색을 표하고 있고, 미국 방식의 수상기 판매는 빨라야 내년 2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즉 내년 2월에 본방송을 시작해도 당장 수신 가능한 가구 수는 극히 일부에 국한된다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또한 유럽 방식의 수상기를 이미 구매하여 사용 중인 시청자에게 미국 방식의 수신이 가능한 셋톱박스를 공급하는 문제도 주최가 불분명한 채의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마지막으로는 콘텐츠 수급의 문제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4K 중계차를 구매하는 등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는 있지만 방송 광고 경기의 급격한 하락으로 인해 재원 마련에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UHD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시설 투자비가 소요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의 경제 상황 및 경제 전망을 보면 최소한의 투자마저도 가능할지 미지수이다. 정부에서 정한 UHD 최소 편성 비율을 맞출 수 있을지 마저 의문이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중간 광고 허용 등 재원 마련 지원책에 미온적인 입장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과 마찬가지로 현재 지상파 UHD 본방송을 앞두고 TV 수상기 보급 문제, 콘텐츠 수급, 재원 마련의 어려움, 방송 장비 수급 문제 등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상파 UHD 본방송 일정을 조정하는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목표로 UHD 방송을 세계에 알리는 게 하나의 목표라면 6개월 정도 연기해 제대로 UHD 방송을 시작하는 것이 한 방법일 것이다. 정해진 기한에 쫓겨서 외부에 보여주기 식으로 무리하게 본방송을 강행한다면, 시청자를 볼모로 하는 쇼잉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