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조 “다시 모였다. 한 번만 더 믿어 달라” ...

MBC 노조 “다시 모였다. 한 번만 더 믿어 달라”
‘MBC 방송 정상화를 위한 조합원 결의대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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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결의대회[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10월 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MBC 기자들이 쫓겨났다. 촛불집회 상황을 보도하려 했던 MBC 기자들을 향해 시민들은 야유를 보냈다. 시민들은 MBC 기자들을 향해 “여기에 왜 왔느냐”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고 하는가 하며 욕설까지 내뱉었다. 결국 MBC 기자들은 현장을 떠났고, 당시 상황을 촬영한 시민은 해당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시민들이 ‘비정상적인’ MBC에 등을 돌리자 MBC 내부 구성원들이 다시 일어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11월 10일 저녁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MBC 방송 정상화를 위한 전국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고 “공영방송 MBC를 다시 살리기 위해 싸우겠다”며 “염치없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믿고 성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MBC 노조는 “지난 10월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으로 최순실이란 이름을 언급할 때까지 한 달간, (이미 종합편성채널에서는 최순실에 대해 온갖 얘기를 다 하고 있었는데도) MBC 뉴스데스크에서 최순실은 언급해서는 안 되는 ‘신성한’ 그 어떤 것이었다”며 “‘황우석 논문 조작’을 폭로하고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안전성’을 공박했던 MBC가 이렇게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MBC 기자들, 카메라기자들, 중계차 요원들은 시민들이 운집한 현장에서 욕설을 듣고 내쫓김을 당했다”며 “5년 전에 똑같은 일이 벌어져 제작 거부와 파업에 들어가 170일간 싸웠지만 이기지 못해 지금까지 서울에서만 200명에 달하는 MBC 구성원들이 해고되고, 정직되고, 부당 전보돼 자기 자리에서 모두 쫓겨났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MBC 뉴스데스크가 살아 있었더라면, PD수첩이 살아 있었더라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같은 국정농단은 결코 없었을 것”이라며 “저희 탓이고, 너무 부끄럽고 죄송해서 가슴을 치지 않을 수 없다”고 말을 이었다.

조능희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MBC가 촛불 현장에서 배척을 받은 것이 처음”이라며 “MBC를 정상화하는 방법은 지금 당장 바른말 하고 쫓겨난 조합원, 취재 잘하고 국민과 시청자를 위한 방송을 하던 기자‧PD‧아나운서‧엔지니어‧전문 경영인 등을 모두 제자리에 돌려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창호 언론노조 MBC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시청자들이 없으면 방송사도 없다”며 “MBC 현 경영진들이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MBC 노조는 “MBC 보도를 이렇게 만드는 데 앞장선 안광한 사장, 김장겸 보도본부장, 최기화 보도국장, PD수첩을 말살한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 김현종 편성제작본부장. 지역사를 망가뜨리는 안광한 경영진의 꼭두각시 사장들이 하는 짓을 두고 보지 않겠다”며 “MBC가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 반드시 책임을 물어 쫓아내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18개 지역 MBC에서 올라온 조합원들과 언론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의 개탄의 발언도 이어졌다.

도건협 대구MBC 지부장은 “쪽팔린다고 이야기하지만 이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렇게 가다간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MBC에 필요한 건 영양제가 아니라 제초제”라며 “정권의 부역자들을 심판해야만 MBC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호찬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는 “이명박 정부부터 시작된 폭압적인 상황에 얼굴을 내밀고 저항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기 때문에 그동안 참아왔다”며 “하지만 가만히 자리에 앉아서 목소리를 죽이고 있기에 너무나 큰일이기 때문에 다시 모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간사는 “국정원 해킹부터 세월호 논란, 총선, 국정 교과서 문제, 백남기 농민 문제 그리고 최순실까지 MBC는 그 모든 사안을 청와대 시각에서 뉴스화했다”며 “안광한 사장, 김장겸 보도본부장, 최기화 보도국장은 MBC가 아닌 청와대로 가서 청와대 방송을 하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결의대회는 당초 MBC 경영센터 1층 로비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사측이 불허하면서 건물 출입구를 모두 봉쇄해 결국 18개 MBC 지역사에서 올라온 조합원들은 MBC 밖 길바닥에 자리를 폈다.

MBC 사측은 “회사의 정상적이고 정당한 각종 정책과 경영 행위에 대해서 왜곡과 음해를 가하고, 보도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편향된 관점으로 자학성 비난을 일삼다가 이제 다시 회사를 정치 투쟁의 장, 극단적인 갈등 상황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며 “1노조는 MBC를 정치 투쟁의 장으로 만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어 “1노조가 외부 정치 세력과 연대해 자신들의 정치 활동을 선전, 선동하거나 열심히 일하는 사원들에게 불안감을 주는 사규 위반 사례가 발생한다면 어느 누가 되더라도 사규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방송사로서 이와 같은 보편적인 원칙을 어기고 회사를 정치 투쟁의 장으로 만들려는 일체의 시도에 대해서 단호히 맞서고 엄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