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권역 폐지 약(藥)될까 독(毒)될까

유료방송 권역 폐지 약(藥)될까 독(毒)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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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발전 방안_2차 공개 토론회[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정부가 케이블 권역 폐지, 동등 결합 제도 등을 골자로 하는 유료방송 발전 방안을 내놓았지만 업계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타협점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유료방송발전연구반이 10월 27일 1차 공개 토론회에서 공개한 ‘유료방송 발전 방안’의 내용을 대부분 수용해 11월 9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2차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방송‧법제‧경제‧경영‧기술‧소비자 부문 등 관련 전문가 12인으로 구성된 연구반은 산업적 성장 기반 조성, 공정 경쟁 환경 조성, 시청자 후생 제고라는 큰 틀에서 △케이블 권역 제한 폐지 △동등 결합 제도 도입 △로컬 초이스 및 요금 표시제 도입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가장 큰 논란은 케이블 권역 제한 폐지다. 현재 78개의 사업 권역으로 나눠져 있는 규제를 완화해 허가받은 구역의 범위 외에 구역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지역성에 바탕을 둔 케이블 산업은 전국을 78개 권역으로 나눠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이 각자의 권역에서만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해왔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는 가입자들은 서비스를 해지한 뒤 지역 SO로 다시 가입해야 했다.

손지윤 미래부 뉴미디어정책과 과장은 “이미 유료방송의 경쟁이 전국 단위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 시장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고자 추진하는 것”이라며 “지난해 케이블과 인터넷TV(IPTV) 등의 시장점유율을 합산해 적용하는 합산규제를 도입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권역 규제가 무의미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미래부는 “권역 폐지로 지역 사업자로서의 케이블의 정체성이 상실될 수도 있고 IPTV의 SO 인수합병 확대, 오버 빌딩(Over-Building)으로 인한 비효율도 발생할 수 있겠지만 실제 경쟁 상황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조성하는 것과 경쟁을 활성화한다는 기대 효과가 있다”며 권역 폐지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이에 대해 케이블 업계는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일준 티브로드 상무는 “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경쟁을 유도한다는 건 신규 가입자 창출이 아닌 기존 가입자를 뺏어오는 형태가 된다는 것인데 (산업 성장 기반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에) 의문이 든다”며 우려를 표했다. 또 “사업 권역이 폐지된다는 건 케이블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인수합병이 활성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데 권역이 폐지되면 결국 (케이블은) 헐값으로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CJ헬로비전과의 인수합병을 추진했던 SK브로드밴드는 권역 폐지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김성진 SK브로드밴드 실장은 “이미 권역별로 케이블, IPTV 3개 사업자, 위성방송 등 5개 사업자가 경쟁 중”이라면서 권역 폐지가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등 결합 제도를 놓고서도 사업자 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이어졌다. 이날 미래부는 동등 결합과 관련해 이달 안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미래부는 “동등 결합의 원활한 시행을 위한 조건이나 대가 등 준거틀이 되는 지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안을 만들고 있다”며 “의무 제공 사업자 이외 사업자의 참여 부분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블은 이동통신사와의 결합상품으로 가입자 이탈을 막겠다는 전략이기 때문에 동등 결합 제도를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의 입장이 각기 다르다는 것이다. 현재 이동통신 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동등 결합 의무 제공 사업자로, 최근 CJ헬로비전, 티브로드, 딜라이브, 현대 HCN, 울산중앙방송 등이 요청한 동등 결합 상품 판매 출시를 받아들였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케이블 업계는 SK텔레콤 온가족플랜 결합상품과 동일한 할인율로 가닥을 잡고 내년 1월 경 상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동등결합 의무 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굳이 케이블과 협상을 할 필요는 없지만 SK텔레콤과 케이블 간 결합상품이 나올 경우 SK텔레콤의 영향력 확대 우려와 가입자 추가 확보 때문에 동등 결합 제도 자체를 반대하거나 케이블과의 결합상품을 추진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날 KT와 LG유플러스는 등등 결합 제도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만 도입 이전에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IPTV 결합상품 재판매, 위탁판매 등이 먼저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성춘 KT경제경영연구소 상무는 “SK텔레콤은 지난 3분기 실적발표에서도 SK브로드밴드의 IPTV 순증 성과가 1위라고 발표했는데 이는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의 IPTV를 사실상 재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고, 박형일 LG유플러스 상무도 “유료방송 사업자도 아닌 방송 무면허 사업자가 이 자리에 왜 나온 건지 모르겠다”며 SK텔레콤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이상헌 SK텔레콤 CR전략실장은 “KT와 LG유플러스가 결합상품의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진실을 호도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라며 “KT는 유료방송과 초고속에서 1위 사업자이고, LG유플러스는 다단계 판매로 통신 시장을 혼탁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이날 토론회에서는 사사건건 충돌의 목소리만 나왔다. 미래부는 당초 오는 12월 초까지 ‘유료방송 발전 방안’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이해당사자 모두 각각의 사안에 대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의견 조율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