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유통과 저작권 침해

[기고] 콘텐츠 유통과 저작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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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들어가는 말

인터넷의 발달은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방송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장점도 주었지만, 한편으로는 불법 온라인 유통을 가능케 해 저작권자들에게 큰 피해를 안겨주고 있다. 웹하드에 이어 최근에는 토렌트(Bit torrent)가 콘텐츠 불법 유통의 온상이 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모바일을 통한 불법 콘텐츠 유통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TVPad’라고 하는 불법 기기가 세계적으로 유통되면서 해외에서 한류 콘텐츠 합법시장에 큰 손해를 끼치고 있다.

본고에서는 TVPad 사례를 중심으로 콘텐츠의 불법 유통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Ⅱ. TVPad 불법 유통 현황 및 발생 피해

TVPad는 중국에서 제조한 일종의 인터넷 TV 셋톱박스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TVPad를 구매한 후 TV나 모니터 등 영상출력장치에 인터넷을 접속하면 특정 서버를 거쳐 세계 각국 방송 콘텐츠 100여 개 이상의 채널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다수의 콘텐츠도 VOD 형태로 시청할 수 있다. TVPad가 단기간 내에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배경에는 한번 기기를 구매하기만 하면 평생 시청료 한 푼 안 내고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1. TVPad 구성 및 작동원리

TVPad의 구성은 간단해서 HDMI 케이블을 통해 기기 본체와 텔레비전을 연결해 방송 신호를 출력하고 그밖에 AV 전원케이블과 리모컨으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작동 방식은 기존의 IPTV 셋톱박스와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셋톱박스 하나로 인터넷 기반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때 TVPad는 송신된 신호를 튜너를 통해 수신하고 각각의 신호를 압축 해제, 분리해 각 사용자에게 영상 및 음성데이터 신호를 출력하는 역할을 한다. 기기 본체와 내장된 HDMI 케이블을 TV와 연결하고 LAN 또는 무선인터넷으로 연결하게 되면, 기기 고유의 메뉴 화면과 애플리케이션이 TV 화면에 표시된다. 이후 각 애플리케이션을 클릭해 실행하면 해당 영상자료를 시청할 수 있는 매우 간단한 방식으로 작동된다.

더 자세하게 동작 구조를 살펴보면 우선 애플리케이션을 실행시키면, 연결된 인터넷망을 통해 기기를 인증할 수 있는 서버 즉, 기기 제조 또는 판매업체가 기기를 관리하는 서버를 거치게 되며, 이 인증서버에서 연결된 기기의 해당 지역 IP가 확인되면 방송 콘텐츠 서버로 연결돼 스트리밍 형식으로 콘텐츠를 전송한다. 이 방송 콘텐츠 서버에는 각국의 방송프로그램을 실시간 또는 VOD 형식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영상자료가 업로드되고, 기기 구매자들이 TVPad 내에 Solive와 같은 한국의 실시간 방송 프로그램을 불법으로 전송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인증서버는 해당 기기를 인증한 후 이 애플리케이션과 연결된 방송 콘텐츠 서버를 연결해 불법적인 영상들이 제공되게 하는 것이다.

2. TVPad 불법 유통 현황과 발생 피해

TVPad는 중국에서 연간 20만 개 이상이 생산돼 전 세계로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TVPad 제조 및 판매사가 인터넷에 게시한 자료에 따르면 월간 판매량이 2만 개 이상이고 전 세계 27개 국가에 72개 이상의 대리점이 존재한다고 한다. 대당 판매가격이 300~400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제조사의 연간 판매수입이 수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셋톱박스 하나면 한국 TV 방송 실시간 무료 시청!’ TVPad가 전면에 내세운 광고 문구이다. 하루에도 수백 편의 콘텐츠가 TVPad로 유통되는데 한 편의 방송 콘텐츠가 수개월의 노력을 거쳐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이 제작에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방송사들과 아무런 계약 없이 판매되고 있는 해적방송용 불법 기기가 입힌 피해액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공짜 앞에서는 아무리 좋은 콘텐츠 유통전략도 버틸 수가 없는 상황에서, 이대로 TVPad 불법 유통이 계속된다면 합법적인 해외 콘텐츠 유통시장 자체가 붕괴될 우려가 있다.

Ⅲ. TVPad 단속 및 대응 실태

TVPad가 국내외에서 확산되기 시작하자 방송사들도 대응방안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해외에서는 KBS World 채널과 재외공관을 통해 교민들에게 한국 채널 불법수신 관행과 저작권 침해용으로 판매되고 있는 TVPad와 같은 셋톱박스 구매를 자제해 줄 것을 홍보하기도 하고, 교민신문에도 불법시청 방법을 안내하거나 광고하는 것을 근절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TVPad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이를 통한 불법 콘텐츠 유통으로 인해 한류 콘텐츠 제값 받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돌자 결국 법적인 대응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국내에서 방송 3사는 소송을 통해 올해 지상파 방송사 동의 없이 콘텐츠를 복제, 생중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돼 TVPad 제품의 판매를 금지한다는 가처분 결정 판결을 이끌어냈으며, 현재 가처분 소송 이외에 저작권 침해에 대한 민·형사 소송이 별도로 진행 중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G마켓, 옥션, 11번가 등 국내 대표 온라인 쇼핑몰들도 TVPad 판매를 이미 중단한 상태다.

한편, 지난해 미국에서 시작한 소송도 최근 방송사들이 승소해 TVPad가 저작권을 침해하는 불법 기기라는 사실이 법원의 판결로 확인됐다. TVPad 측에서 자신들의 사업이 합법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로 내세웠던 Aereo 사건을 연방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불법으로 판결하자, TVPad 측의 대응논리도 이미 설득력을 잃었기 때문에 방송사들의 승소는 당연한 결과였다. 올해 들어서는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서는 DishNet, 중국 CCTV, CICC(중국 국제통신공사), TVB USA가 공동으로 TVPad 홍콩 본사와 유통업체들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이 현재 진행 중에 있다. 방송사들 사이에서 TVPad가 불법 콘텐츠의 유통창구라는 인식이 퍼져 나가고 있어 해외에서 유사한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Ⅳ. 문제점

우리나라는 지난 10여 년간 정부 차원의 지속적이고 강력한 저작권 보호정책을 집행해왔다. 2012년 웹하드 등록제 시행과 토렌트 불법업체에 대한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온라인을 통한 불법 콘텐츠 유통을 차단했고, 건전한 저작물 이용질서 확립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OSP업체들에게 불법 콘텐츠의 삭제, 이용자에 대한 경고, 계정 정지, 게시판 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시정명령제도도 도입했다. 이러한 국내에서의 저작권 보호 노력이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 향상과 한류 콘텐츠의 세계적인 확산에도 크게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드라마나 영화, K-POP을 중심으로 한 한류 콘텐츠가 일본, 중국, 동남아를 넘어 남미나 유럽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한류 콘텐츠의 인기에 비해 수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서의 불법 복제가 그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는 증거다. 따라서 이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우리 콘텐츠 저작권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보다 다양한 형태로 한류 콘텐츠가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TVPad의 경우에는 기기가 유통 되고 있는 세계 각지에서 산발적으로 단속하는 것보다는 제조·판매 거점인 중국에서 강력한 단속을 통해 TVPad의 제조와 서비스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데, 아직까지는 중국 당국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방송사들의 힘만으로 권리를 구제받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Ⅴ. 대응 방안

방송 콘텐츠 시장의 추세는 이미 온라인을 통한 시청으로 바뀌고 있고, 이는 우리 콘텐츠의 저변을 쉽게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기도 하다. 이러한 중요한 시점에 TVPad, MaigeTV, TVzoa, KOVI TV 등과 같은 유사 셋톱박스형 불법 수신기기가 확산되는 것을 방치할 경우 나중에는 한류 콘텐츠의 합법 유통 기반이 붕괴되는 상황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전 세계 교민 사회의 한국 콘텐츠 시청 패턴 역시 비디오 소매점에서 방송으로, 그리고 현재는 온라인으로 변화 중이다. 그동안 국내 인터넷 기반 TV(OTT) 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웹하드 업체들에 대한 불법 판결과 당국의 단속이 있었기 때문인 점을 고려하면, 해외에서 한류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민·관이 힘을 합쳐 TVPad와 같은 서비스가 한류 콘텐츠 불법 유통의 온상이 되지 않도록 더욱 체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TVPad가 아니더라도 인터넷 기반의 새로운 방송서비스 제공 기술 발전을 배경으로 시간, 장소 및 단말기 제한을 무력화할 또 다른 사업자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고, 그에 따라 사업자 간 저작권 침해 분쟁도 계속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이러한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신속하게 해결함으로써 콘텐츠 저작권자들이 불법 콘텐츠와 힘겨운 경쟁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법률적 환경을 미리 조성하거나 관련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각국이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본고는 방송협회 계간지 ‘방송문화 2015년 여름호’에 기고한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