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정부가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 기술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민관 합동 연구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차세대 방송 표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0월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럽식 표준인 DVB-T2 보다는 미국식 표준인 ATSC 3.0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인터넷 프로토콜(IP) 데이터 전송이 상대적으로 유연한 ATSC 3.0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과거에는 지상파 방송사에서 DVB-T2에만 관심을 보였는데 최근에는 삼성전자나 LG전자뿐 아니라 지상파 방송사에서도 ATSC 3.0을 적용한 실험 방송을 진행하고 있어 ATSC 3.0이 더 유력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MBC와 SBS는 UHD 콘텐츠를 ATSC 3.0 규격의 방송신호로 송수신하는 실험 방송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먼저 SBS는 9월 1일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LG전자, 북미 방송 장비 업체 게이츠에어와 공동으로 ATSC 3.0 기반의 UHD 실험 방송 송수신을 공개 시연했으며 700MHz 주파수 대역 지상파 채널 하나(6MHz 폭)로 지상파 UHD 방송과 고해상도 모바일 방송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데 성공했다.
MBC도 9월 3일부터 이틀간 관악산 송신소에서 HDR(High Dynamic Range) 기술을 적용한 UHD(4K) 방송 프로그램을 송출해 상암동 등 서울 시내에서 삼성전자의 65인치 SUHD TV로 수신하는데 성공했다. MBC 관계자는 “현재까지 국내에서 진행된 지상파 UHD TV 실험 방송은 DVB-T2 기반이었으나 이번에 ASTC 3.0을 이용한 송수신 실험 성공으로 차세대 지상파 방송 표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며 “향후 IP 기반 전송 기술 등 ATSC 3.0의 주요 기술을 실험으로 검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개발 중인 ATSC 3.0은 전송 효율이 높고 모든 데이터가 IP 기반으로 전달돼 방송과 인터넷 서비스 융합에 적합한 기술이라는 게 업계 전반의 분석이다. 최근 개발되고 있는 만큼 전반적으로 유럽식 표준인 DVB-T2 보다는 앞서 있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아직 표준으로 제정되지 않았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물리계층 규격, 전송계층 규격, 코덱 등 응용계층 규격이 추가로 잠정 표준 승인이 날 예정이며 이후 각각의 잠정 표준을 통합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최종 표준 규격이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술 완성도 차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DVB-T2 채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DVB-T2는 이미 6년 전에 완성 단계로 접어들었으며 현재 유럽을 중심으로 거대한 시장이 형성돼 있는 상태다. 빠른 기술 적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다만 지난 2009년 표준으로 제정된 만큼 ATSC 3.0보다는 기술적으로 뒤쳐져 있다는 평을 받고 있어 차세대 방송 표준 선정을 둘러싼 힘겨루기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