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동등 접근권’ 방송환경에 미칠 영향 우려

‘콘텐츠 동등 접근권’ 방송환경에 미칠 영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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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동등 접근권’ 방송환경에 미칠 영향 우려
“IPTV사업자만을 위한 것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고찬수/KBS PD

‘콘텐츠 동등 접근권’이라…?
IPTV법으로 알려진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의 국회 통과로 그동안 들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용어가 나타났다. 콘텐츠라는건 알겠는데 ‘동등접근권’이라니 무슨 의미일까? 우선 이런 용어가 나타난 배경을 살펴보자.

IPTV법안은 그 논의가 시작된 것이 꽤 오래되었다.
그런데 그 때마다 관련 사업자들의 의견이 너무 달라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였고 지난 해에 더 이상 IPTV법안을 이대로 방치하는 것은 국익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대부분이 공유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너무도 급하게 일사천리로 IPTV법안이 탄생하게 되었다.
갑자기 나타난 IPTV법안에 이해가 걸린 사업자들이 찬반을 주장하며 활발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가지 부분이 쟁점으로 논의가 되었고 그 중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바로 ‘망 동등 접근권’이라는 것이었다.

이 ‘망 동등 접근권’은 인터넷 사업자와 네트워크 사업자간의 분쟁에서 나타난 용어로 미국에서는 ‘망 중립성’이라는 용어로 논의가 여러 차례 되어왔었던 문제였다.
미국도 사실 이 망중립성에 대해서는 아직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망이 가진 사회공공재로서의 성격은 인정하지만 이 망을 설치하는데 돈을 투자한 사업자들이 민간 사업자이므로 이들의 사유재산에 규제를 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점점 망에 대한 사유재산으로서의 성격보다는 강조하는 주장보다는 망개방이콘텐츠의 발전에 중요하고 모든 사용자에게 가져다주는 효용성이 너무나 크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망 개방을 중요시 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이런 분위기의 반영으로 이번 IPTV법안에는 망 개방의 정신을 담은 ‘망 동등 접근권’조항이 포함되어져 있다.
IPTV망을 소유한 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다른 사업자의 망사용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하였고 또한 ‘부당하게 차별적인 대가와 조건으로 제공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을 근거로 포털‘다음’과 같이 망을 소유하지 못한 업체도 현재 IPTV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망 개방이라는 이슈에 사업자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 슬쩍 나타난 용어가 바로 ‘콘텐츠 동등 접근권’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 용어는 미국의 ‘프로그램접근규칙(PAR : Program Access Rule)’이라는 것에서 파생된 것으로 케이블이 발달한 미국에서 방송사간의 공정경쟁을 위해 도입이 된 정책이다. 케이블의 SO와 PP를 겸하고 있는 거대 MSP가 자신의 SO에만 시청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경우가 있었고 이런 것은 공정한 경쟁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여 어떤 SO와 수직적 결합관계에 있는 전국채널사업자(PP)가 타 사업자(SO)의 공급계약요구에 대해 부당하게 거절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런 PAR 제도가 IPTV법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콘텐츠 동등 접근권’이다.

IPTV법의 관련 조항의 내용을 살펴보면 “시행령으로 정하는 ‘주요방송프로그램’을 IPTV를 통해 시청할 수 있도록 다른 IPTV사업자에게도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차별 없이 제공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주요 프로그램이란 대부분이 공중파 방송의 프로그램을 뜻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 조항으로 인해 IPTV에는 일정 조건의 공중파 프로그램이 무조건 공급되어져야 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처럼 우리의 ‘콘텐츠 동등 접근권’은 이 제도가 처음 시작된 미국에서와는 다르게 IPTV 사업자만의 경쟁력을 높여주기 위한 제도로 변질이 되어버렸다.
이 제도가 단순히 IPTV만이 아니라 우리의 방송환경 전반에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문제에 대한 고려는 적어보인다.

이런 이유에서 ‘망 동등 접근권’이 장기적인 IPTV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콘텐츠 동등 접근권’은 단시안적이고 IPTV 사업자만을 위한 것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뒤집어 생각해보면 불합리한 무리수를 두는 것과도 같은 이런 변종에 가까운 ‘콘텐츠 동등 접근권’을 법안에 담은 이유는 그만큼 IPTV의 성공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방법을 통해서라도 IPTV를 조기에 정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할만큼 IPTV가 가진 연관 산업에의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정부부처는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논쟁이 끝나고 새로운 방송의 시대를 여는 IPTV의 실험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IPTV에서의 ‘망’ 과 ‘콘텐츠’의 동등 접근권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지가 앞으로 우리 방송산업의 모습을 크게 좌우하게 될 것이다.
미래의 방송은 지금 우리가 만들어가는 하나하나의 몸짓으로 결정이 되어질 것이며 그 중요한 시기에 우리가 서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