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OTT 도전, 한국형 아마존 될까?

[칼럼] 쿠팡의 OTT 도전, 한국형 아마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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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성환 박사, EBS 연구위원] 쿠팡이 OTT ‘쿠팡 플레이’ 서비스를 오픈했다. 이를 두고 “적자를 감수한 무모한 도전이다.”, “빈약한 콘텐츠로 넷플릭스에 도전한다고?”, “오리지널 콘텐츠 자체 제작으로 정면승부 한다면 결국 머니게임이 될 것이다.”와 같은 반응이다. 하지만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라고 생각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라는 큰 비전을 고려하면 그들의 도전은 ‘다 전략이’ 있을 것이다. 쿠팡은 연속 적자 속에서도 작년 매출은 13조 2400억 원으로 7년 만에 275배 성장했다. 국내 온라인 시장 점유율 10% 중반을 차지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가 30억 달러를 투자해서 주목받기도 했다. 쿠팡은 이미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 신고서를 제출했다. 해외 진출을 먼저 노크하는 이유로는 국내 규정은 연속 적자 기업의 상장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누적 손실액이 4조 2천억 원 이지만 상장 시 기업 가치는 55조 원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쿠팡은 2021년에 손익 분기점을 넘어설까? 아니면 OTT 사업 진출로 더 큰 적자의 늪으로 빠져들까? 온라인 쇼핑에 이어서 콘텐츠 서비스 시장에서도 아마존처럼 될까? 국내 OTT 서비스 전쟁터에 나온 ‘쿠팡 플레이’의 도전을 미디어 관점에서 살펴본다.

쿠팡은 ‘한국형 아마존’을 꿈꾸며 ‘쿠팡 플레이’도 아마존 동영상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처럼 가입자를 확보한다. 월 2,900원 정액제 멤버십인 ‘쿠팡 와우’ 회원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1개의 계정으로 최대 5개의 프로필(키즈 모드 포함) 등록이 가능하고, 동시 접속자도 최대 4명까지 지원한다. 넷플릭스 프리미엄 회원이 월 14,500원으로 동시접속 4명을 지원하지만, 쿠팡은 그냥 ‘덤’ 서비스인 것이다. 2020년 말 기준 넷플릭스 국내 가입자 수는 758만 명(프리미엄 회원 360만 명 추정), 쿠팡의 유료 회원이 500만 명이니 해 볼 만한 경쟁이다.

물론 결정적인 경쟁 요소는 콘텐츠 수급이다. ‘쿠팡 플레이’는 콘텐츠의 다양성 측면에서 아직은 불리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같은 스포츠 중계권 관련 협상을 진행 중”이라거나 “해외 제작사가 만든 시리즈물 콘텐츠 수급”이 진행 중이라는 소식도 있다. 이 점에서 콘텐츠의 자체 제작이냐? 콘텐츠 유통 중심이냐? 하는 부분은 쿠팡 플레이 성패의 주요 포인트이다. 지금까지 쿠팡의 도전은 무모하고 공격적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OTT 서비스도 해외 진출을 위한 아이템으로 장착한다는 예측이다. 작년 7월 ‘훅(Hooq)’의 인수는 OTT 플랫폼에 대한 글로벌 진출 포석이라는 것이다. ‘훅(Hooq)’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동남아시아 최대 비디오 스트리밍업체다. 동남아시아의 핵심 콘텐츠는 한류 콘텐츠이며 이용률 20% 이상이다.

한편, 국내 OTT 이용률은 2020년 66.3%로 전년 대비 14.3% 증가했고, 2021년은 사상 최고의 경쟁이 될 것이다. 월트 디즈니의 디즈니+는 6월 서비스 예정이고, 중국의 3대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아이치이, 유쿠, 텐센트 중에서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아이치이도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인력 채용 중이다. 애플 TV+의 진출도 기대된다. 이 점에서 쿠팡의 OTT 사업 진입은 국내의 제한된 시장을 겨냥한 목표보다는 동남아시아 쇼핑몰 비즈니스 진출 전략으로 해석해 본다. 물론 사실 여부는 1~2년여 시간이 지나야 사업 방향을 알 수 있으므로 어디까지나 예측이다.

‘쿠팡’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는 무엇인가? 단연 ‘로켓배송’이다. 그래서 쿠팡의 핵심 역량은 기승전-이커머스를 위한 비즈니스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쿠팡의 동영상 서비스 진입은 OTT 자체보다 미래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 대한 영상 채널의 교두보 역할도 한다. 국내 라이브 커머스 시장은 2020년 3조 원에서 2023년 8조 원으로 전망한다. 네이버의 라이브 커머스인 ‘쇼핑 라이브’가 정식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시청 횟수 1억 회 달성, 카카오쇼핑 라이브는 1월 13일 기준 누적 시청 횟수 2,000만 회를 돌파하며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4,537만 명 이었다. 쿠팡은 이커머스를 소셜 미디어 접근법으로 풀어내는 힘이 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처럼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되는 커머스와 ‘팔로우’ 기능, ‘인플루언서’ 마케팅 등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래서 쿠팡의 도전은 글로벌 SNS 서비스 플랫폼인 GAFA(Google, Amazon, Facebook, Apple) 그룹과 경쟁 체제를 갖추는 모양새다.

글로벌 SNS 플랫폼 기업들의 비즈니스 목표는 무엇일까? ‘쇼핑 천국’의 승자가 되는 것이다. 이들 기업은 확보한 고객 데이터도, 인공지능 기술도, 이미지 검색도, 광고도 모두 쇼핑 서비스에 활용한다. 그래서 영상 콘텐츠 서비스도 그 목표를 돕는 정책 중 하나가 된다. 아마존과 쿠팡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최적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온라인 네트워크와 오프라인 배송 시스템으로 그들의 꿈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확장해보면 온라인 콘텐츠 공급에서도 별도의 특별한 생존 전략을 보여줄 가능성도 있다. 이제 쿠팡이 미국 온라인 시장 점유율 50% 이상인 아마존처럼 글로벌 ‘소셜 커머스’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동시에 미디어 기업에는 ‘더 큰 위기’의 공포가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온라인 시대의 ‘전자상거래’ 시장을 상위 몇 개 기업이 독차지하는 것처럼 ‘콘텐츠 서비스’도 ‘승자독식’으로 재편돼 간다는 우려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