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규제, 이제는 고민해야 할 때

[칼럼] 카카오 규제, 이제는 고민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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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모정훈 연세대학교 교수] 10월 15일 오후 3시 30분경 SK C&C의 판교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했다. 이곳에 입점한 카카오와 네이버의 서비스에 장애가 생겼고 많은 국민이 불편을 겪었다. 네이버의 경우 한 시간 남짓한 오후 4시경 서비스가 복구되었지만, 국민 App인 카카오톡을 비롯한 카카오의 다양한 서비스는 복구에 수일을 소요했다. 전원 복구 후 2시간이면 서비스 재개가 가능하다고 장담하던 카카오의 말과는 달리 메신저의 일부 기능만 다음 날 오전에 복구되고 카카오의 모든 서비스가 복구되기까지는 6일이 걸렸다. 우리의 생활이 얼마나 카카오에 의존적인지를 알 수 있었다.

카카오는 180개의 자회사를 가지고 있는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의 독점 사업자이다. 체류 시간 기준 카카오톡의 시장 점유율은 98%에 달한다. 네이버의 라인, 보안이 뛰어난 텔레그램, 페북 메신저 등이 존재하지만, 카카오에 비하면 존재감이 없다. 카카오는 이러한 독점 사업을 기반으로 모빌리티, 은행 등 다양한 연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콜택시와 대리기사 등의 카카오T, 온라인 은행인 카카오뱅크 등에서는 이미 1위 사업자이다. 3분기 기업실적보고서에 의하면 카카오의 계열사는 총 180개로 카카오를 포함한 5개의 상장사와 175개의 국내외 비상장사를 소유하고 있는 거대 기업집단이다. 2022년 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의하면 카카오는 32조의 자산으로 국내 15위에 위치한다.

카카오의 시장점유율이 98%에 이를 수 있는 이유는 네트워크효과(Network Effect) 때문이다. 사용자 수가 증가하면 서비스의 가치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사용자는 1위 사업자에게 선택하고 그 결과 쏠림이 발생하게 된다. 전화 산업 등의 많은 IT 산업이 이러한 네트워크 효과가 지배하는 산업이고 쏠림이 나타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국내의 이동통신 산업을 살펴보면 독점과는 거리가 있다. 네트워크 효과가 존재하지만, SKT, KT, LGU+ 3사가 과점 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쟁하고 있다. 이동통신 산업에서 카카오처럼 높은 90% 이상의 점유율을 볼 수 없는 이유는 전기통신사업법의 상호접속 규제이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는 망을 타 사업자에게 반드시 개방해서 접속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SKT의 KT 등에 망을 연결해 KT 사용자가 SKT 사용자에게 통신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규제가 없다면 현재의 3사 기반의 경쟁 체제가 만들어지는 것이 불가능하다.

전화 산업의 상호접속 규제도 사업 초기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고 역사의 산물이다. 미국에서 1885년에 시작되어 130년이 넘은 전화 산업도 50년의 독점시대를 지난 후 경쟁 체제가 되었다. 초기 경쟁에서 승리한 AT&T사는 1930년부터 1982년까지 50여 년 동안 전화 사업을 독점하였다. 통신 사업자에게 황금시대였던 이 기간 많은 투자를 받은 벨연구소는 세계적인 혁신을 선도하였다. 반도체의 시작인 트랜지스터의 개발, C/C++ 언어 등의 혁신이 벨연구소의 업적이다.

이러한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독점 가격 등의 폐해가 오랫동안 누적되면서 미국의 반독점 당국인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가 행동에 나섰다. 1982년 미국 법무부는 AT&T를 7개의 지역 사업자와 지역 사업자를 연결해주는 장거리 사업자로 분리하였다. 미국을 7개의 지역으로 나누고 각 지역을 각각의 지역 사업자가 담당하게 하였다. 예를 들어, 서부 지역은 Pacific Bell사가 담당하게 하고 각 지역 사업자의 연결은 장거리 사업자인 AT&T사가 담당하게 한 것이다. 또, 장거리 사업과 지역 사업에 후발 사업자가 진입할 수 있도록 반드시 연결시켜야 한다는 상호접속 규제를 적용하였다.

1982년의 분리 이후 장거리 통신의 경우 Sprint, MCI 등의 경쟁 사업자들이 등장하여 경쟁 체제를 유지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KT의 독점시대를 끝내기 위해서 1997년부터 하나로텔레콤이 시외전화 시장에 진입한 것과 비슷하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10개 정도의 법안이 발의되었다. 미국은 올해 초 구글 등의 온라인 공룡기업의 지배력 남용을 규제하는 ‘미국혁신 및 선택 온라인법(American Innovation and Choice Online Act)를 가결하였다. 플랫폼 사업자가 자사 제품 및 서비스를 우대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다. EU도 다양한 플랫폼 규제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는 이미 유선전화, 이동통신보다 더 빈번히 사용하는 앱이 되었다. 이동전화가 끊기는 것보다 모바일 메신저가 끊기는 경우 더 많은 불편함을 호소하는 세상으로 바뀐 것이다. 모바일 메신저의 상호접속 규제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