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UHD 본방송, 고려해야 할 것들

[칼럼] 지상파 UHD 본방송, 고려해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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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UHD 방송을 위해 제한적이지만 주파수 배정이 이뤄진 이후, 정부는 내년(2017년) 2월에 본방송을 실시하고 2017년 12월에는 5대 광역시와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지역까지 UHD 방송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지상파 UHD 방송의 시작은 불과 10개월 정도 남은 셈이다. 그러나 예정대로 지상파 UHD 방송이 시작될 수 있을지는 다소 회의적이다.

먼저, 시청자 혹은 소비자 입장에서 UHD 방송의 필요성을 얼마나 느끼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그 동의 수준이 매우 미미할 것으로 짐작된다. DTV 전환에 이어 또다시 UHD 방송으로의 변화는 시청자 입장에서 긍정적일 수만은 없다. DTV 전환 때도 그랬지만 전환을 추진하는 정부, 방송 사업자, 가전사 등 주체들의 전환 준비가 능동적 행위인 반면, 시청자들에 의한 UHD 방송 시대의 준비 행위는 수동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준비가 텔레비전 시청 형태의 변화와 재정적 부담을 요구한다면, 그에 대해 유보적인 마음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결국 정부, 방송 사업자, 가전사들의 필요에 의해 주도되는 것 같아 아쉬운 대목이다. 물론, 지상파 UHD 방송의 시작을 반대할 생각은 없다. UHD 방송의 혜택은 모든 시청자들이 고루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보편적으로 시청할 수 있는 지상파방송을 중심으로 진행돼야 하며, 방송 산업이나 콘텐츠 측면에서도 지상파방송을 배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변화에 보수적이고 재정 부담에 소극적인 시청자들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보상’이다.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수용하고 소비하는 텔레비전 시청 행태를 바꾸고, 기기의 교체와 개선에 투자하는 비용이 더 큰 보상을 가져다주거나 그러리라는 믿음이 있을 때, 시청자들은 UHD 방송으로의 진입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UHD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욕구가 창출되고 확대돼야 한다. 욕구의 계발과 창출은 UHD 방송이 가져다주는 장점과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제공될 때 가능하다. 변화와 투자에 대해 시청자들이 갖는 자세와 의지는 향후 미래 방송의 성공에 결정적일 뿐 아니라, 본격적인 UHD 방송 시대 자체의 성공 여부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소비 형태와 내용의 측면에서 기존 텔레비전과 다르지 않다면, UHD 기술이 담고 있는 텔레비전 방송의 다양한 장점과 가능성은 무의미해지고 축소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UHD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욕구를 창출하고 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투자를 기꺼이 부담하게 하는, 가능한 콘텐츠와 서비스, 즉 시청자에 대한 보상은 무엇일까? 대표적으로 수신 환경 개선을 통한 직접 수신 복원과 MMS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직접 수신의 복원을 통해 시청자들이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고도 지상파 UHD 방송을 즐길 수 있고 게다가 그것이 다채널이라면, 시청자들은 UHD 방송으로의 전환을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이는 DTV 전환 과정에서도 빈번히 제기됐던 문제이긴 하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못했다. 정부에서는 UHD 본방송 계획뿐만 아니라 공공주택의 공시청 개선에 관한 법률도 정비하고, 가전사들이 TV에 안테나를 내장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시청자들의 이런 경제적 부담 경감을 위해서는 현재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도 무임승차하면서 단말기 판매 증가라는 혜택만 누렸던 국내 가전사들의 비용 분담 원칙이 명확하게 설정돼야 한다. 가전사 UHD TV 판매 수익의 일부를 환수하고 이를 시청자의 경제적 부담 경감을 위해 사용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상파 방송사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정책 당국의 의지와 계획이 수반돼야 한다. 그러나 방통위 등 정책 당국의 이와 관련한 태도는 답보 상태에 있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또한 정책 당국의 졸속 추진도 경계해야 한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기술 표준에 대한 입장도 정리되지 않았다. 일각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는 미국 방식인 ATSC 3.0으로 기울어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미국식 ATSC 3.0 표준은 2017년 2월이나 돼서야 완성될 예정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2017년 2월에 본방송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세계적인 표준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송을 시작한다고 발표한 것은 정부의 성과주의에 입각한 졸속 계획이 아닌지 우려된다.

한편, 지상파방송의 입장에서는 시청자들의 텔레비전 형태의 변화와 재정적 부담이라는 이중 삼중의 부담 문제가 불거질 경우, 그 비난의 화살이 고스란히 본인들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10%대의 낮은 직접수신율에 시달리고 있는 지상파방송들은 본의 아니게도 디지털 전환이나 UHD 방송 도입 과정에서 시청자들에게 이중 삼중의 부담을 지게 한 장본인으로 낙인찍히는 ‘희생양’이 될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따라서 지상파방송은 주파수 문제만이 아니라 시청자 부담이 가중되는 지금의 UHD 도입 과정의 난맥상까지 포괄해 지금부터라도 청사진을 제시하고 정책 방향의 일대 선회를 이루기 위한 치열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물론 이는 정부의 역할이기도 하지만 정부에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방송의 계획과 난맥상을 밝히고, 정부 계획에 대한 문제점까지 지적해야 한다. 시청자와 실제로 만나는 대상은 지상파 방송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지상파방송은 UHD 방송의 도입에서 심각한 브랜드 이미지 훼손 및 시청자 신뢰의 상실을 겪는 치명적인 위험에 드러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