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공공 플랫폼을 복원하자 ...

[칼럼] 지상파 공공 플랫폼을 복원하자
미디어 규제 철학의 재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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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종원 전 KBS춘천방송총국장, 정책학 박사] 2008년 설립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체제를 마감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이하 방미통위)가 새롭게 출범했다. 방미통위는 방송3법 후속 조치로서 공영방송 이사회 임명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해야 하는 과제와 함께, 방송·미디어·통신 분야의 정책을 조정해야 하는 현안을 안고 있다. 그동안 방송 영역은 정책이 통하지 않는, 정책과 너무 동떨어진 현장이었다. 대통령 추천으로 구성된 방통위 2인 체제 운영과 관련하여, YTN 민영화 추진과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의 위법성이 지적되었다. 아울러 방통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국가기관에 의한 방송의 자유 침해 문제도 함께 제기되었다. 또한 공영방송의 재원을 보장해야 할 방통위가 수신료 분리징수를 주도하여 공영방송을 심각한 재원 위기로 몰아 넣기도 했다.

지상파 플랫폼이 처한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미디어 환경의 급변으로 지상파 공공 플랫폼은 몰락했고, 미디어 기업의 플랫폼 영향력이 절대적인 수준에 이르렀다. 종합편성채널 4사의 허용 이후, 지상파방송 광고 시장은 급격히 축소되었다. 대형 통신 대기업들이 IPTV로 진출하면서 유료방송 중심으로 콘텐츠 및 플랫폼 시장의 재편이 가속화되었다. 특히 넷플릭스 등 OTT와 유튜브가 급성장하면서 그동안 지상파방송이 담당해 온 공적 미디어의 콘텐츠 생산 영역은 상대적으로 위축되었다. 지상파방송은 글로벌 미디어 기업과의 경쟁 속에서 플랫폼으로서 위상을 상실했고, 종편과 OTT의 등장으로 콘텐츠 공급자로서 지위마저 격하되었다. 공영방송, 지역방송 등 공적 책무를 수행해야 하는 공공미디어 영역은 만성적인 재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모든 방송 콘텐츠가 스마트폰을 통해 소비되는 환경에서 지상파방송(주파수)이 과연 필요한가 하는 무용론이 등장하기도 한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콘텐츠 제작 재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서비스 매력이 크지 않은 UHDTV에 투자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UHD 방송의 향후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지역방송 등 현장에서는 UHD 서비스에 대한 추가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지상파 플랫폼이 처한 현실이다.

지상파방송의 독과점 해소라는 낡은 규제 프레임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동안,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나 지상파 UHD와 같은 혁신적 서비스는 제대로 도입되지 못했다. 지상파 공공 플랫폼은 쇠퇴한 반면,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은 급속히 성장해 왔다. 지상파 공공 플랫폼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이제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 이번 칼럼에서는 미디어 규제 철학의 기본원칙에 기초해, 지상파 공공 플랫폼을 복원해야 하는 정당성과 정책적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지상파 디지털 플랫폼의 정부 정책 실패
지상파 플랫폼이란 시청자들이 유료방송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최소의 비용으로 지상파방송을 시청하는 환경을 의미한다. 2012년 아날로그 방송 종료와 함께 지상파방송이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지상파 공공 플랫폼은 급속히 쇠퇴하기 시작했다. 지상파 플랫폼 쇠퇴의 핵심 원인은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데 있다. 디지털 전환 정책은 주로 화질 개선, 즉 고화질(HD) 구현에만 집중되었고, 다채널과 양방향 서비스와 같은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 도입은 사실상 배제되었다. 그 결과, 채널의 기술적 전환은 이루어졌지만, 시청자에게 제공되는 다양한 서비스는 확대되지 못했다. 무엇보다 디지털 서비스가 창출할 수 있는 사회·문화·경제적 가치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고, 새로운 공공 플랫폼을 도입하면서 국민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철학과 문제의식이 부재했다. 그 결과 디지털 환경에서 지상파 공공 플랫폼의 역할에 대한 명확한 비전 역시 제시되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 정책과 규제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일정 비율 이상의 고화질 편성 의무를 강제하는 데 집중되었다.

반면 유료방송 영역에서는 종편 4사의 허용과 기술 발전에 따른 IPTV 도입 등 미디어 산업의 외연을 확대하려는 정책이 추진되었다. 방송 정책의 중심은 공적 미디어 영역의 보호나 보편적 서비스 확대보다는, 시장 활성화와 산업 진흥에 맞춰져 있었다. 디지털케이블방송과 IPTV 등 유료방송 사업이 확대되고,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 플랫폼이 급속히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지상파 공공 플랫폼을 보호하거나 활성화하려는 규제 철학은 부재했다. 지상파방송의 독점 문제를 해소한다는 명분 아래, 오랫동안 매체 균형발전이라는 시장 논리를 규제기관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 결과 지상파방송은 유료방송 플랫폼 간 경쟁에서 밀려나며 플랫폼으로서 기능을 점차 상실했고, 콘텐츠 경쟁력과 사회적 영향력 또한 점진적으로 약화되기 시작했다. 물론 이러한 콘텐츠 경쟁력과 사회적 영향력의 감소는 공영방송의 정파성과 신뢰도 상실, 콘텐츠 제작 재원의 부족, 지상파방송 경쟁력의 약화 등 복합적인 요인에 기인한다. 결국 공영방송과 지역방송은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으며, 재원이 고갈된 지상파방송의 콘텐츠 경쟁력은 빠르게 하락했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디지털 전환 정책은 지상파 공적 플랫폼의 혁신을 이끌어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 기반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했다는 점에서 명백한 정책 실패로 평가할 수 있다.

UHD 플랫폼이 처한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2017년 세계 최초로 UHDTV를 도입했지만, 이후 지상파 방송사를 둘러싼 투자 환경은 지속적으로 악화되었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서비스 혁신보다는 화질 중심 정책이 강조되면서, UHD 방송(화질 중심의 정책을 답습)을 통해 제공될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기대는 낮아졌다. 방통위마저 UHD 방송 정책을 방치하면서 UHD 방송 서비스는 장기간 교착 상태에 이르렀다. 방통위는 그동안 ‘UHD 방송은 지상파 방송사의 요구로 주파수가 허용된 것이며, 따라서 UHD 방송 투자도 지상파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감당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 결과 정부가 지상파 공공 플랫폼을 활성화 전략을 고민하기보다는, 유튜브와 인터넷 시대에 지상파방송이 과연 필요한가라는 문제 제기까지 등장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지상파 플랫폼은 서비스 인허가와 규제 전반에서 규제기관의 강력한 규제를 받는 영역이다. 디지털 전환 정책 이후 정부 규제에 절대적 영향을 받는 지상파 공공 플랫폼이 급속히 쇠퇴했다는 사실은, 정부의 공공 플랫폼 정책이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향후 규제와 정책을 통해 지상파 공공 플랫폼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 논의하기 위해서도, 먼저 정부 규제의 실패를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물론 공공 미디어 영역에서의 정책 실패에는 지상파방송 자체의 책임도 포함된다. 지상파방송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고, 공영방송은 정치에 종속된 지배구조로 편파성 논란이 제기되었으며, 공적 재원이 한계에 이르러 광고 등 상업적 수익에 의존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뉴스와 프로그램 품질 및 제작의 방향은 지상파방송에 자율적으로 맡겨진 영역인 반면, 플랫폼 정책은 정부 규제와 정책 결정에 의해 전적으로 좌우되는 영역이다. 아날로그 방송 시대에 지상파방송은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안정적인 성장 국면을 경험했다. 이 시기 지상파방송은 거실에서 가족이 함께 시청하는 매체로서, 사회적 유대와 통합을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미디어 채널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시청자의 선택은 급속히 다변화되었다. 이후 모바일 미디어와 OTT 플랫폼의 성장으로 미디어 이용은 더욱 개인화·파편화되었다. 그 결과, 공적이든 민영이든 한 사회의 공통된 경험과 기억을 형성하던 레거시 미디어로서의 지상파방송은, 이제 개인적 소비와 취향의 대상 중 하나로 전락했다.

지상파 공공 플랫폼의 필요성
과거 지상파방송의 독점 시기에는 뉴스와 프로그램 대부분이 지상파 매체를 통해서만 소비되었다. 그러나 미디어 환경이 다변화되고,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오늘날에는 지상파 공공 플랫폼이 여전히 필요한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지상파 공공 플랫폼을 복원해야 하는 이유는 공영방송을 포함한 지상파방송을 국민들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미디어를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유지·강화하는 데 있다. 공공 플랫폼 정책의 목표는 유료 미디어 이용의 의존도를 완화하고, 누구나 보편적 미디어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정부는 유료 미디어를 이용하기 어려운 국민에게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유지하고 강화해야 할 책임이 있다. 또한 재난 발생 시 신속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재난방송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지상파방송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핵심 인프라로서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지역방송은 중앙과 지역을 연결하는 재난 대응 체계의 기반으로서, 핵심적인 공적 기능을 수행한다. 아울러 지역 소멸의 위기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지상파 공공 플랫폼은 지역문화를 전달하고 지역 공동체를 유지하는 핵심 기반으로서 그 역할과 위상 다시 정립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넷플릭스, 유튜브, IPTV 등 거대 유료 플랫폼이 주도하는 환경에서, 지상파 공공 플랫폼 정책은 오히려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정부는 보편적 접근성을 보장하는 플랫폼으로서 역할과 함께, 재난 대응 기능과 지역성을 적극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상파 공공 플랫폼의 위상을 재정의해야 한다. 이러한 공적 서비스를 공공 플랫폼을 통해 원활히 제공함으로써 방송 미디어 복지를 증진하는 것은 정부와 규제기관의 본질적인 책무다. 지상파방송 무용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규제 철학을 확립하고, 공공 플랫폼의 역할을 확장할 수 있는 정책적 상상력이 결합되어야 한다. 지상파 공공 플랫폼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사회적 안전망을 유지하면서 지역문화를 활성화할 수 있는 인프라기 때문이다.

공공 플랫폼의 규제 원리
공영방송(지상파방송)은 공적인 지배구조를 갖추고 수신료와 같은 공적 재원을 바탕으로 공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정부가 지상파방송을 규제하는 이유는 지상파방송이 민주사회에서 수행하는 공적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방송은 국민의 일상에 직접적으로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며, 국가의 사회적 통합과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는 공적 제도로 기능해 왔다. 방송을 전적으로 시장에 맡질 경우, 자극적이고 상업적인 콘텐츠로 편중될 위험이 크다. 또한 시장 논리만으로는 다양성을 보장하는 지역 뉴스나, 공공성을 중시하는 문화(어린이, 교육, 다큐 등) 콘텐츠처럼 반드시 제공되어야 할 서비스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방송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공적 가치를 지닌 재화이며, 시장에서 충분히 공급되기 어려운 양질의 공공 콘텐츠는 공적 재원의 투입을 통해 보완되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공영방송과 지상파방송은 자유시장 원리에만 맡겨질 수 없으며, 규제라는 공적 개입과 보호를 통해 공익성이 실현된다. 지상파방송은 서비스 인·허가, 편성, 기술 기준 등 전반에 걸쳐 정부 규제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구조에 놓여 있다. 따라서 정부 규제의 역할은 지상파방송이 시장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공적 기능과 역할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하는 데 있다.

방송 미디어 정책에서 정부 규제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민에게 필요한 양질의 공적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지원하는 데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지상파방송 플랫폼의 붕괴는 단순한 미디어 산업 구조 변화가 아니라 정부 규제 정책의 실패를 의미한다. 방송 규제를 총괄하는 방통위 역시, 공영방송(지상파방송)에 대한 플랫폼 규제를 어느 수준까지 유지하고 보호해야 할지를 두고 지속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공공 플랫폼에 대한 명확한 규제 원칙이 부재한 상황에서, 공공 플랫폼 규제는 정치적 환경 변화나 시장 논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방송 규제의 정당성은 민주주의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다양성·지역성·공정성·보편적 서비스라는 공익적 가치를 보호하는 데 있다. 궁극적으로 지상파방송의 공공성을 확장하는 규제와 정책은, 공영방송이나 방송 사업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미디어 복지를 증진하기 위한 것이다.

공공 플랫폼 규제 패러다임의 전환
모든 정부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규제를 통해 국민의 편익과 복지를 증진하는 것이다. 방송 규제 역시 더 많은 국민이 쉽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 발전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구현함으로써 국민이 방송 서비스를 편리하게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지상파방송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공적 편익을 확대하기보다는,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수용·장려하기보다 방치하거나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동해 왔다. 방송(지상파방송)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가 아니라, 방송의 공공성을 제약하는 규제가 반복되면서 지상파방송의 공공성은 약화되었고, 그 공간은 상업적 세력이 차지하게 되었다. 지상파의 공공 플랫폼 정책이 장기간 소홀히 다뤄진 반면, 유료방송 사업자의 산업적 이익을 보장하는 규제는 지속적으로 완화되었다. 그 결과 지상파방송의 새로운 서비스 도입은 구조적으로 제약이 있었고, 유료 영역에서는 기술 발전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서비스가 혁신과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확산되었다.

특히 양방향·모바일·다채널과 같은 지상파방송의 새로운 플랫폼 서비스는 제약되었고, 화질 중심의 편성 비율 정책에만 집착한 결과 지상파 플랫폼의 경쟁력은 약화되었고, 공공 플랫폼으로서의 위상 또한 외면받게 되었다. 이는 마치 인공지능 기반 자율주행 시대에 마차나 오토바이의 교통 규칙을 고집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기술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과거의 규제 틀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공공성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저해하는 결과를 낳는다. 공공정책의 방향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미디어 복지를 증진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지상파 공공 플랫폼 서비스의 품질과 범위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는 시대에 뒤처진 지상파 플랫폼 규제를 과감히 혁신해야 한다. 정책 당국은 가능한 한 많은 국민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방송 미디어에 접근할 수 있도록, 공공 플랫폼으로서의 지상파방송의 목표를 다시 정의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정책은 과거 지상파방송이 누렸던 독점적이고 안정적인 시기를 전제로 하는 접근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늘날의 인터넷 중심 미디어 소비 환경에서는 그러한 접근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현재 지상파 플랫폼이 직면한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보편적 접근권의 보장하고 재난 상황에서의 신속한 정보 제공, 그리고 지역문화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공공미디어 기반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다.

지상파 ATSC 3.0(UHD방송) 매체를 공공 플랫폼으로
우리나라는 2017년 세계 최초로 ATSC 3.0(UHD 방송)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이후 공공 플랫폼으로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 반면 한국보다 늦게 ATSC 3.0 서비스를 도입한 국가들은 이 기술의 목표와 활용 방향을 분명히 설정하고, 상용화와 플랫폼 확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ATSC 3.0을 단순한 지상파방송 기술이 아니라, 지상파방송과 인터넷을 결합한 다목적 공공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인도 역시 지상파 전송망을 활용해 ATSC 3.0 직접 수신이 가능한 스마트폰(피처폰 포함)을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공공 접근성을 중심에 둔 플랫폼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보다 더 적극적인 사례는 브라질 정부다. 브라질은 최근 일본·중국·유럽·미국 방식과 함께 한국형 UHD 플랫폼 방식을 국가 표준으로 채택했다. 이 방식은 미국의 ATSC 3.0을 기반으로, ETRI와 KBS 등 국내 기관과 기업이 참여해 발전시킨 기술이다. 브라질 정부는 DTV+’라는 차세대 지상파 공적 플랫폼 구축을 국가 주도로 추진하고 있다. 브라질은 새로운 지상파 플랫폼을 도입하면서, 단순히 새로운 방식의 기술을 채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디지털 플랫폼이 국민에게 어떤 공공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책 검토를 우선했다. 이러한 검토를 바탕으로 ATSC 3.0 기반 서비스와 필수적인 인터넷 기능을 결합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을 채택하고 법제화했다. DTV+는 UHD 화질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을 통한 지상파방송 수신을 가능하게 하고, 재난 상황에서는 맞춤형 정보 제공과 경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와 함께 가정에서 쉽게 수신할 수 있고, 양방향 서비스 및 위치 기반 정보 제공 등 다양한 공공·상호작용 서비스도 구현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는 지상파방송이 거실 중심의 매체를 넘어, 스마트폰 기반의 이동형·상호작용형 공공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디지털 전환 이후 플랫폼 경쟁에서 밀려나 레거시 미디어로 전락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상파 플랫폼의 역할을 공공정책 차원에서 다시 정의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공공 플랫폼 정책을 체계적으로 설계하고 집행하기 위한 정부의 규제 철학과 정책적 비전이 아직 충분히 정립되어 있지 않다. 지상파방송을 필수적인 공공 플랫폼으로 재정립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공공 플랫폼에 대한 규제 철학을 명확히 하고, 지상파 공공 플랫폼을 왜,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확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책적 비전이 있어야 한다. 규제 원칙과 정책 목표가 명확히 설정되어야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제도적 장치와 정책 수단이 체계적으로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할은 방송 미디어 정책을 총괄하는 방미통위가 국민의 미디어 복지 증진을 중심에 두고 수행해야 할 핵심 책무다. 이제 방송 미디어 규제는 이념적 논쟁을 넘어 시장과 산업 중심의 논리에서 벗어나,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공공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지상파 공공 플랫폼의 복원은 이러한 규제 및 정책 패러다임 전환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