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드 세대는 콘텐츠 생산자

[칼럼] 욜드 세대는 콘텐츠 생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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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성환 EBS 정보보호단 단장] 2020년 ‘욜드 세대’가 떴다. 욜드(Yold)는 ‘젊은 노인(Young Old)’의 줄임말이다. ‘욜드’의 등장은 영국의 경제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에서 ‘욜드의 힘이 세지고 있다’는 것을 다룬 “2020 세계 경제 대전망”부터 이다. 이들은 ‘인생은 오직 한 번뿐’이라며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를 외치던 2030 세대보다 강한 힘이 있다. 욜드 세대, 그들은 누구인가? 건강하고 부유하여 은퇴 후에도 사회적, 경제적으로 활동을 계속하면서 사회 변화를 주도하는 세대이다. 경제력과 교육 수준을 바탕으로 젊은 세대에 짐이 되는 것을 싫어한다. 개성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노후를 즐기고 싶어 한다. 세계적으로는 만 65~79세의 시니어 세대를 칭하지만, 한국에서는 “베이비붐 세대가 주도하는 젊은 노인층”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 세대는 사회 변화의 중심이 되고 있고, 주도적 소비와 자신만의 콘텐츠 생산으로 올해의 대표 세대로 떠올랐다. 1인 미디어 플랫폼의 주요 콘텐츠 생산자인 것이다. 욜드 세대를 팩트체크 해 보자.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 5월 기준으로 욜드(65세~79세) 인구는 596만 명이다. 이 중에서 41%에 해당하는 245만 명이 경제 활동 중이다. 노령 인구의 증가는 2030년이면 천만 명, 2050년에는 우리나라 인구 24% 이상이 욜드 세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욜드 세대가 경제 활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냥 쉬기에는 너무 젊어서일까?

첫 번째 이유는 ‘생활비 보탬(60.2%)’이라는 경제적인 도움으로, 두 번째 이유는 ‘일하는 즐거움(32.8%)’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이 세대는 경제 성장기를 통해서 부를 축적했고, 부동산 자산을 기반으로 오히려 자식 세대를 부양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온 용어가 ‘욜디락스(Yoldilocks)’이다. 이상적인 경제 상황을 의미하는 골디락스(Goldilocks)와 욜드의 합성어이다. 욜드 세대가 미래 소비시장의 주류라는 것이다. 매일경제신문사에서 출간한 『욜드 이코노미』라는 책의 내용을 인용해 보자. 빅데이터 분석 기업인 타파크로스라는 회사의 자료가 눈에 띈다. 이들은 노인이나 어르신, 실버 세대라는 단어를 싫어한다. 노년층에 어울리는 용어로 ‘오팔 세대’, ‘액티브 시니어’를 꼽았다. 오팔 세대는 한국에만 있는 특수한 용어이다. 오팔이라는 보석이 먼저 떠오르지만, ‘오팔년 개띠’의 아름다운 표현이다. 김난도 교수의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는 ‘활기찬 인생을 살아가는 노년층(OPAL, Old People with Active Lives)으로 표현했다.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생) 중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1958년생을 의미한다. 어쩌면 욜드 세대의 중심이 될 수도 있겠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블로그, 카페, 트위터 등 소셜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이들의 취미와 여가 활동은 큰 변화를 보여준다. 2016년 ‘실버 세대’의 주요 여가 활동이 독서, 노래, 미술, 영화 감상 등의 콘텐츠 소비 중심이었다면, 2019년 ‘액티브 시니어 세대’의 여가 활동은 음악, 독서, 연기, 미술, 사진 등으로 달라지고 있다. 자신만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활동이 늘어나는 것이다. 건강 증진을 위한 운동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조용하고 비용 지출이 적은 ‘걷기와 등산’ 중심에서 ‘필라테스’, ‘복싱’ 등으로 비용이 들더라도 제대로 매력 발산하는 운동을 선호한다. 그래서 이들의 일상은 ‘나는 퇴직하고 이렇게 산다’라는 콘텐츠로 다시 태어난다. 소셜 플랫폼에 공유하면서 소박한 자랑으로 즐거움도 얻는다. 이런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욜드 문화가 되고 1인 미디어 대표 콘텐츠가 되고, 소셜 플랫폼의 대중화에 기여한다. 2019년의 여가 활동에는 3년 전보다 친구(45%), 가족(29%)의 등장이 8~11% 줄어들고, 대신 반려동물이 21%로 증가했다. 이런 연구 결과는 콘텐츠 제작자에게 ‘데이터 기반, 세대별 콘텐츠’ 기획에 ‘딱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욜드 세대는 소비의 주체인 동시에 1인 미디어 콘텐츠 생산자로 부상하고 있다. 적극적인 소셜미디어 활동가처럼, 콘텐츠 소비자인 동시에 콘텐츠 생산자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관심, 성향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고 소셜 플랫폼에 공유한다. 이들이 생산하는 콘텐츠는 먼저 비슷한 연령대의 공감을 얻는다. 이어서 ‘레트로(복고)’ 열풍을 타고 세대를 연결하며 젊은 층들의 사랑도 받는다. 요즘 트로트의 부활 현상과 비슷하다. 취미 활동에서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이들의 콘텐츠는 ‘1인 미디어’ 플랫폼을 넘어서 온라인에서 폭넓게 사랑받는다. 추천 서비스와 만나면 여러 플랫폼에서 소비되는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할 수도 있다.

이미 성공한 욜드 세대 사례도 다양하다. 73세 박막례 할머니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무려 130만 명 이상이다. 셀러브리티(Celebrity) 유튜버인 박막례 씨는 2019년 ‘박씨네 미장원’ 프로그램으로 베트남에 진출하기도 했다. UHD 전용 채널인 UMAX로 방송되었다. ‘윤식당’과 유사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베트남에서 ‘유튜브 스타’의 인기를 보여준 경우이다. 이외에도 36만 구독자를 가진 93세 김동길 박사의 ‘김동길 TV’ 채널이나, 먹방 채널을 운영하는 83세 ‘영원씨’도 구독자 33만 명 이상으로 사랑받고 있다. 또한, 순댓국집을 운영하다가 65세에 모델로 데뷔하여 유명해진 김칠두 씨 사례도 있다. 이들의 활동 영역은 플랫폼을 가리지 않는다. 이처럼 ‘욜드 세대’의 변신은 어디서 어떤 콘텐츠로 방송계에 새바람을 일으킬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