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유감

[칼럼] 방송사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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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오건식 SBS 전 국장] 지난 6월은 역사적인 일이 많은 달로 기억될 것이다. 우선 큰 결격사유는 없다고 자부하기에 금배지 출마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 필자가 보기에는 가장 큰 역사적 일은 역시 DMZ에서 가진 남북미 정상의 번개 모임일 것이다. 사실 번개라고 하지만 진짜 인싸끼리가 아니면 그 전날 요청에 다음 날 바로 만나기 어려울 것이다. 3국 정상이 인싸라서 만난 것인지, 번개 모임에 응해서 인싸가 됐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준비 기간이 전혀 없었기에 방송사를 포함한 모든 언론사의 혼란은 안 봐도 비디오다. 그러한 면에서 각본 없는 드라마를 시청자들께 전달해준 모든 언론사 분들, 특히 방송기술 스태프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에 버금가는 역사적인 일로는 U-20 월드컵 축구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결승에 오른 일일 것이다. 첫 경기에서 포르투갈에 졌을 때만 해도 ‘그 형님에 그 아우’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점 부끄럽게 생각한다. 쏴리.

새벽 1시의 결승전 경기를 어쩔 수 없이 폰으로 시청할 수밖에 없게 된 필자는 평소 자주 찾던 인터넷 포털로 가서 느긋하게 시청할 준비를 했으나, 허걱~ 인터넷을 통해서는 방송 3사만 라이브 중계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얼른 옛정을 생각해서 S본부 홈피에 Wi-Fi로 접속했다. 버뜨 접속 시 뜨는 동영상 광고를 시청하기 위한 대기에만 5분 이상이 소요됐고, 접속 후의 경기 자체 영상은 대부분이 랙 상태여서 그야말로 56K 모뎀 시대 이전으로 역사를 후퇴시켜 버렸다. K와 M본부로 갈아탔으나 상태는 S본부와 삐까삐까했다. 그나마 M본부가 조금 나아 보였으나 도긴개긴으로 분노 게이지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IPTV를 방송으로 볼 것인가, 통신으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상당수가 통신망을 통해서 방송을 시청하는 시대다. 방송사에서 포털에 라이브 동영상을 제공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지상파와 인터넷망으로만 제공하는 것 자체는 전략적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에 거론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하지만 FIFA 주관 대회에 대한민국이 최초로 결승에 올랐는데, 인터넷망으로는 어느 정도의 동시 접속이 이뤄질까 하는 정도는 예측이 가능한 일일 것이다. 평상시의 동시 접속량을 생각하면 일회성 이벤트를 위해 접속 용량 증설에 크게 투자하기 어렵다는 점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방송사의 업종이 ‘방송 서비스’라는 점을 생각하면 최소한 다른 매체로 유도하기 위한 안내 정도의 서비스는 해줘야 하지 않았을까? DMB나 스마트 DMB와 같이 Fancy한 대체 미디어를 가진 방송사에서는 당연한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도입부 광고 전에 DMB나 스마트 DMB로의 시청을 언급하는 자막 하나 넣는 일이 어려워진 것은 순전히 필자가 방송사를 떠났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하긴 풍문에는 DMB라는 자식을 낳아 놓고도 부모라고 부르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분위기도 있다고들 하더라는 카더라 통신이 있다고 한다.

그렇게 전반전을 안타깝게 날려버린 필자는 스마트 DMB에 접속해 후반전을 즐감했다. 사실 준우승만 해도 너무나 자랑스러운 것이어서 경기 종료 후 경기에 패배한 것에 대해 아주 잠깐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으나, 방송사가 인터넷을 통한 중계를 너무나 안이하게 대처한 것은 두고두고 안타까운 생각이 가시지를 않는다.

지난 5월의 KOBA에서 가장 크게 다뤄진 테마는 ‘1인 방송 미디어’였다. 그래서 가장 많이 전시된 분야도 1인 방송 미디어 솔루션이었다. 전문 BJ들이 활동하던 시절을 지나서 일반인 누구나 BJ가 되는 시대가 도래했으니 당연히 KOBA에서는 크게 다뤄야 할 부분이었다고 본다. 일부는 기존 미디어를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안 좋은 쪽으로도 이슈가 되기도 한다. 가끔 BJ의 비속어나 행동 등이 뉴스에 언급되는 것 자체가 그만큼 영향력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이렇게 영향력이 커진 1인 미디어도 방송 3사 U-20 결승전 인터넷 중계 같은 심각한 랙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필자와 같은 안타까운 경험을 한 시청자들은 많았겠지만 컴플레인은 상대적으로 적어서인지 별로 이슈화되지 않는 것을 방송사들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악플도 가치가 없어서 무플로 돌아버린 그들은, 다음에는 꼭 유료방송이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다른 솔루션으로 시청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다 필자가 방송사에 없어서 벌어진 일들이라 안타깝다. 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