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기업, NFT 발행을 준비할 때

[칼럼] 미디어 기업, NFT 발행을 준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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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성환 박사, EBS 수석연구위원] 몇몇 방송사들이 NFT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SBS는 트레져스클럽과 NFT 사업 관련 상호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협약에 따라 자사 프로그램을 활용한 NFT 사업 구체화에 착수했다. ‘골 때리는 그녀들’, ‘런닝맨’, ‘TV 동물농장’ 등 핵심 IP의 NFT를 올 상반기 중 발행할 계획이라고 알려졌다. JTBC도 트레져스클럽과 NFT 사업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뉴스, 드라마, 예능 등 경쟁력 있는 IP를 NFT로 발행하는 일에 뛰어들었다. MBN도 자사 미디어 콘텐츠, 골프, 교육 등 다양한 IP 자산을 NFT 관련 비즈니스로 연결하면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용어 그대로 아직은 느슨한 관계인 양해각서 체결 수준이기는 하다. 하지만 왜 콘텐츠 기업들이 NFT 비즈니스 선점을 위한 행보를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기술의 변혁기 때마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기회를 선점했다. 콘텐츠 기업이라면, 디지털 콘텐츠 소유권에 대한 기회를 잡아야 할 때가 왔다.

메타콩즈 NFT의 3D 이미지 고릴라가 민팅(발행) 가격 대비 100배 이상 올라서 작은 승용차 한 대 값을 호가하는 현상을 쉽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NFT(Non Fungible Token)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을 말하고, 그래서 디지털 파일에 고유한 값을 부여하면서, ‘독자적인 소유권’을 가지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하나밖에 없거나, 최초이거나처럼 희소성과 고유성을 가지면서 가치가 올라간다는 개념이다. 도요타는 생산하는 자동차마다, 나이키는 만드는 신발마다 NFT 발행 계획인 것처럼, 산업계의 NFT 발행 시장이 열리고 있다. 자사의 기존 사업에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신세계’로의 변신으로 NFT 시장을 바라본다.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자동차 업계 최초로 커뮤니티 기반 NFT 시장에 진출하는 것처럼 말이다.

콘텐츠 기업으로 다시 눈길을 돌려보자. 낡은 관행으로 생각의 틀을 재빨리 바꾸지 못하던 방송사에서 NFT 발행을 시도한다는 것에 우선 찬사를 보내고 싶다. 방송사와 손잡은 트레져스클럽은 어떤 일을 해왔을까? 아트 컬렉터블 NFT 전문 브랜드로 알려진 곳이다. 카카오의 암호화폐인 클레이튼(Klaytn)을 기반으로 최근 영화 ‘특송’ NFT를 1초 만에 완판시키는 기록으로 주목받으면서 대표적인 NFT 제너러티브 아트 전문 프로젝트 성공 사례로 소개됐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3D 메타버스 갤러리 전시인 트레져스M을 론칭한 이력도 있다. 음악, 미술, 패션, 엔터테인먼트 등이 참여한 모델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지난 1월 웹툰 ‘빈껍데기 공작부인’의 주요 캐릭터와 아이템을 활용해 국내 최초 제너러티브 웹툰 NFT를 발행하고, 자사 IP의 새로운 확장성에 도전하면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트레져스클럽은 NFT 아트계의 유명 작가들인 LAYLAY, 김지현, 요요진 등과의 컬래버레이션을 넘어서 유명 브랜드, 대형 엔터테인먼트사 및 영화사 등과의 컬래버레이션을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

초기 프로세스는 전문 기업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콘텐츠 제작자의 NFT 발행 프로젝트를 ‘신기한 이벤트’로 풀어내기 위해서는 내부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다. 콘텐츠 제작의 경우, 외국 방송 프로그램을 모방하던 시기를 보내고, 기획 아이디어와 방송 포맷을 수출하는 수준에 올랐던 것도 내부 전문가를 키워낸 결과였기 때문이다. 콘텐츠 제작사라면 이제 NFT 발행을 통한 자사 IP의 가치 증대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NFT의 핵심은 ‘디지털 소유권’이다. 그동안의 디지털 영역은 ‘원본’과 ‘복사본’의 구분이 어려웠기에 오히려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실물의 미술 작품이 가지는 ‘원본의 가치’와는 달리, 동등한 품질을 가지는 디지털 파일에서는 ‘희소성’의 가치를 가지기 어려웠던 것이 현실이다. 이제 블록체인 기반 NFT 기술은 ‘디지털 원본’에 대한 증명을 통해서 희소성의 가치를 부여하도록 허락한다. 이에 어울리는 새로운 콘텐츠 시장을 여는 것은 콘텐츠 생산자의 몫이다.

콘텐츠 가치 찾기에 대한 시도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2021년 3월에 ‘슈퍼레어(SuperRare)’라는 NFT 마켓 플레이스에서 4개의 NFT를 경매로 내놓아 총 276이더(약 44만 6천 달러)에 거래된 것이다. 이후에도 ‘신은 죽었는가’, ‘진실은 죽었는가’, ‘법정화폐는 죽었는가’와 같은 NFT를 각각 발행해 판매에 성공했다. 잡지의 주요 표지들을 인쇄본으로 팔던 것을 NFT로 전환한 것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기술로 ’디지털 원본‘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은 의미가 있다. 항상 새로워야 하고, 짧은 유행 사이클을 가지는 영상 콘텐츠의 경우에 어떤 준비, 진행 과정, 가공을 통해서 IP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연구에 착수해야 한다.

디지털 소유권의 변혁은 콘텐츠 제작과 유통 시스템에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NFT가 바꾸는 디지털 소유권의 개념에서부터 유통, 거래를 위한 플랫폼의 등장을 예고한다. 그것은 NFT 거래소를 통한 거래와 더불어 ‘인터넷 세상의 정보=무료’라는 공식이 깨져야 한다. 그래서 창작자의 권리를 인정받는 ‘디지털문화 시장’의 탄생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가상 세계와 연결하거나, 가상 세계 비즈니스의 성장과 연결된 메타버스 생태계가 NFT를 만나면서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마켓에서 NFT는 효율적인 거래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콘텐츠 기업 앞에 놓인 NFT 시장은 아직 안개 속에 있다. 이제 미디어 기업은 NFT 공급자로서 콘텐츠의 디지털 자산화를 생각할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