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와 구독 사이에 징검다리를 놓아라

[칼럼] 광고와 구독 사이에 징검다리를 놓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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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성환 박사, EBS 수석연구위원] 구독경제 대세론이 부각되면서, 전 산업으로 확산 추세다. 재택근무와 비대면 일상에서 라이프 스타일 전반에 구독 서비스가 파고들고 있다. 콘텐츠 구독, 쇼핑, 생활용품, 자동차, 헬스클럽, 보험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일부 시도 중이긴 하지만 방송사는 수익형 구독 서비스의 ‘안전한 진입’ 방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그래서 방법론으로 산업별 구독 서비스 적용을 둘러보며, 콘텐츠 구독 서비스 시장을 생각해 본다.

구독 서비스의 새로운 토양은 디지털 전환이다. 대표적 성공 참고 모델은 ‘팬더’의 사례일 것이다. 아날로그 감성을 그대로 가지고, 디지털 플랫폼으로 환승에 성공했다. 한마디로 기타 팔다가 서비스 파는 기업이 됐다. 팬더는 70년 이상 된 세계적인 기타 판매 회사다. 2000년대 전기기타 판매가 4분의 1가량 줄어드는 위기가 왔을 때, 펜더가 찾아낸 해결 방안은 디지털 플랫폼 구축이었다. 고객 데이터를 모으고, 니즈를 읽어내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데이터 기반 디지털 서비스 멤버십을 판매하면서 새롭게 성장 중이다. 제품은 바뀐 게 없어도, 전통 아날로그 기업의 허물을 벗고, 디지털 서비스로 옷을 갈아입은 것이다.

‘펜더 플레이’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자신의 기타를 등록하고, 배우고 싶은 스타일을 고르고 나면, 고객 맞춤형 레슨 영상을 펜더가 알아서 골라 준다. 락이건, 팝이건, 블루스건 어떤 장르든 초보자가 기타를 즐기도록 안내한다. 이 앱의 핵심은 초보자의 90%가 처음 석 달 안에 연주를 그만둔다는 ‘3개월 고개’를 넘겨준다. 고객과의 관계 기술을 모바일 시대에 적용하며 독보적 존재가 됐다.

자동차 업계에는 월 2,000달러로 6가지 자동차를 풀 서비스로 이용하게 하는 ‘포르쉐 패스포트’라는 구독 서비스가 있다. 1년에 18번 차를 바꿔 탈 수 있게 한 캐딜락 모델도 비슷하다. 지난 7월 테슬라는 완전 자율주행(FSD) 기능을 월 199달러에 구독경제로 제공한다며 합류했다. 1만 달러 이상의 옵션 구매 유형을 저렴한 구독 서비스로 전환한 것이다. 자동차 업계의 구독경제는 ‘고객 프라이드’ 업그레이드에 있다. 고급 옵션을 ‘고객 경험’으로 확장하는 ‘윈윈’ 모델이다.

구독경제는 미국 기업 주오라(Zuora)의 창업자인 티엔 추오(Tien Tzuo)가 처음 사용한 용어이다. “기존 제품 판매와는 달리 서비스를 통해 반복적인 매출을 창출할 수 있게 고객을 구매자에서 구독자로 전환하는 산업 환경”이라고 정의했다. 서비스 유형이 콘텐츠 구독처럼 무제한형이거나, 면도기 배송처럼 정기 배송형이거나, 자동차처럼 렌탈형이거나, 공통점은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 ‘고객 경험’ 중심이다.

카카오는 위닉스, 아모레퍼시픽, 한샘 등 상품의 렌탈·정기 배송과 같은 생활 인프라부터 ‘구독’ 모델을 노크했다. 이모티콘을 무제한 사용하는 ‘이모티콘 플러스’, 클라우드 서비스인 ‘톡서랍 서비스’ 등의 미디어 기술 기반 서비스로 확장 중이다. 카카오톡 기반 정기구독 플랫폼인 ‘구독 온(ON)’ 친구는 3,70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이용하면 청소·세탁·배달 같은 지역형 무형 서비스 진입도 쉽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생필품·식품·키즈·뷰티·디지털·건강·꽃 배달 상품 등을 대상으로 정기구독 서비스를 지원한다. 고객의 상품 소비 주기를 파악한 판매자는 ‘맞춤형’ 정기배송이 가능하다. 결국 유료 멤버십 연계로 공유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물론 우리의 관심사는 네이버의 ‘프리미엄 콘텐츠’ 서비스 움직임이다.

실패 사례로는 오프라인의 넷플릭스라 불리던 ‘무비패스’의 파산이 있다. 월 9.95달러로 영화관에서 매일 1편을 볼 수 있는 저가형 전략으로 30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지만, 너무 낮은 구독료 정책, 데이터 판매의 실패, 경영진의 무능한 대응으로 문을 닫았다. ‘땅 짚고 헤엄치려다가 물에 빠진 격’이다.

미디어 업계의 사례를 살펴보자. 콘텐츠 구독경제의 황제는 여전히 넷플릭스이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2위 아마존 프라임의 1억5천만 구독자를 따돌리고 2억 900만 고객과 소통 중이다. 이들은 고객의 시청 습관을 분석하는 빅 데이터 기법으로 ‘추천 콘텐츠’를 찾아내는 ‘맞춤형 서비스’로 성공했다.

그렇다면 방송계의 구독 서비스 진입은 언제, 어떤 내용으로 들어가야 할까? 11월 12일 ‘디즈니 플러스’의 국내 서비스 시작, 애플TV+, 아이치이 등의 진입 대기는 국내 ‘콘텐츠 구독’ 시장의 경쟁 2라운드를 예고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대응도 궁금하다. 방송사는 영상과 단행본 중심의 콘텐츠로 광고 이상의 수익형 구독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까?

가장 큰 의심의 돌다리는 “방송 서비스의 수익 모델도 구독 서비스에 올인해야 할까?”이다. 방송사의 오랜 고민은 광고와 구독 서비스의 양립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디지털 광고 시장의 3분의 2를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3개 기업이 가져간다. 한국의 온라인 광고는 네이버와 구글(알파벳) 소유의 유튜브 중심으로 몰려 있다. 과연 국내 방송사는 대세를 거스르며 한 손에는 광고, 한 손에는 구독 서비스로 무장할 수 있을까? 미디어 시장의 변화는 속도 제한이 없고, 방송사의 구독 서비스 진입 타이밍과 차선 변경도 어렵기만 하다. 국내 구독 시장은 2025년 1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SK텔레콤은 예상한다. 지금 방송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아마도 광고와 구독 서비스 사이에 징검다리를 놓는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