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금러 그리고 무과금러

[칼럼] 과금러 그리고 무과금러

2504

[방송기술저널=박재성 싱타 대표] 과금러, 무과금러라는 말이 있다. 생긴 지 오래된 것 같지만 사실은 근래의 신조어라면 신조어인데, 오픈 마켓의 규칙을 따르는 모바일 게임의 독특한 수익 구조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수많은 게임 개발사들은 개발 단계 또는 사업 단계에서 대상 고객을 세분화하기 전 이 두 부류의 사람들을 어떻게 만족시킬 것이며 각 부류 중 어느 쪽에 더 주안점을 둔 사업을 해야 할까를 고민하게 된다.

근래의 모바일 게임은 대부분 무료로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돼 있고, 이것은 주된 제작과 사업의 흐름이다. 오픈 마켓 회사들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앱이라고 불리는 인게임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고, Free2Play 라고 불리는 흐름을 주도해 모바일 시장 규모를 확장했다. 해당 흐름은 대형 회사들도 모바일 게임 제작을 전략적으로 선택하게 했고, 대형 회사들이 하나둘 대형 게임을 모바일 시장에 내놓으면서 해당 구조는 더욱 당연한 것이 돼버렸다. 유료로 플레이하는 게임은 오히려 니치마켓이 돼버렸고, 유저들이 무료로 플레이할 수 없는 게임은 사업적 성공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은 게임을 제작하는 개발사 또는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퍼블리셔가 모두 오픈마켓이 만들어 놓은 해당 구조를 당연시하며 제작 또는 사업을 시작한다. 그 출발에 있는 것이 과금러와 무과금러의 구분이다. 과금러는 말 그대로 돈을 쓰는 사람이다. 무료로 플레이하는 게임에서 좀 더 나은 위치나 좀 더 빠른 성장을 위해 돈을 써서 플레이를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무과금러는 돈을 쓰지 않고 플레이하는 사람이다. 시간을 더 많이 쓰거나 전략을 잘 짜서 같은 게임 내에서 만족할만한 성장을 하려고 한다. 여기에서 콘텐츠로서 모바일 게임의 한계가 만들어진다.

결국 게임을 제작하는 회사도 돈을 벌려고 게임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궁극적 목적은 과금러가 돈을 많이 쓰도록 하는 것이 된다. 하지만 과금러의 만족은 무과금러를 이기고 그 위에 위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과금러의 이탈은 게임의 실패를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무과금러 역시 주요 고객으로 간주해 만족시켜야만 한다. Free2Play의 흐름이 나오고부터 이 모순된 두 가지 부류의 집단을 모두 만족시켜야만 하는 것이 콘텐츠 제작자 또는 사업자의 당연한 과제가 됐다. 드라마를 만들거나 예능을 만들거나 영화를 만들거나 모두 대상 고객을 일원화해서 그 고객이 원하는 것을 분석해 최상의 재미를 끌어내는 것이 당연한 과제일 것이다. 대상 고객이 느낄 감동 또는 재미만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은 출발부터 두 가지 모순된 집단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한다는 핸디캡을 안고 제작에 들어가야만 한다. 어떤 재미를 주고 싶으냐와 동시에 과금러와 무과금러를 어떻게 만족시킬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으면 게임 자체의 밸런스가 붕괴되고 게임은 실패하게 된다.

과연, 이러한 핸디캡 속에서 유저들이 감동하고 제작자가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메이저 콘텐츠가 아주 간혹이라도 나올 수 있을까? 제작 과정에서 본연의 재미에 모든 열정을 집중하기는 힘들어지고 어느 지점이 무과금러는 참을만하고 과금러는 만족할만한지를 찾는 것이 더 큰 과제가 돼버린다. 결국, 제작자의 창의성보다는 돈을 벌었던, 말하자면 성공했던 게임의 형식과 방식을 따를 수밖에 없게 된다. 모순된 두 집단을 만족시키는 것은 만족의 차원이 아닌 두 집단 각각의 용인의 차원이 돼 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전보다는 위험을 피하는 것이 더 중요한 목표가 돼 버린다. 현재 모바일 게임사가 점점 힘들어지는 근본적 이유 중 이런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다. 장르의 편중화, 형식의 정형화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업적 성공은 유저들의 감동과 무관하다. 유저들은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화려함으로 치장한 아무런 감동도 없는 콘텐츠를 플레이하며 돈을 쓸 수는 있으니까 말이다. 돈은 벌지 몰라도 모바일 게임의 콘텐츠적 위상은 나날이 낮아지고 있고 그렇게 될 것이다. 이런 흐름은 제작사와 마켓이 같이 만들고 있다. 게임 시장처럼 새로움을 원하는 유저들이 많은 시장도 없을 것이다. 새로움을 추구할 수 있는 중소 개발사들은 대형 제작사의 수익성에 기반을 둔 철학의 늪에서 벗어나 콘텐츠 본연의 감동에 다시 집중하기 시작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그 출발은 고객을 과금러와 무과금러로 나눠 판단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