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참가단체에 대한 치졸한 보복행위

촛불 참가단체에 대한 치졸한 보복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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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단체에 대한 정부의 탄압은 점입가경

  이명박 정부의 촛불단체에 대한 탄압이 점입가경이다. 경찰과 정부는 작년 촛불시위에 참여한 단체와 개인에 대해 수십 명을 구속하고 수백 명을 불구속 기소하였다. 나아가 관변단체를 동원해 수십 억원의 손배소송을 걸더니 이제는 아예 불법폭력관련단체로 낙인을 찍었다.

민주당 조영택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2008년 불법 폭력시위 관련 단체 현황’ 자료에 따르면 경찰청이 지난 해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 참가한 1840개 단체를 모두 불법폭력시위 관련 단체에 포함시켰다고 한다. 촛불시위에 참여해 정부정책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그 많은 단체를 불법폭력시위 관련 단체로 낙인찍은 것이다.

  실제로 얼마 전 행정안전부는 사회단체보조금을 지급하며 지난해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 참여한 한글문화연대 등 6개 단체를 불법폭력시위 관련 단체라면서 지급대상에서 제외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 참여했다는 것이 ‘한글 무늬옷 개발 및 보급’사업과 같은 공익사업에 국가 보조금을 지급하지 아니할 근거가 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행정안전부는 ‘4대강 살리기’와 같은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관변단체와 보수단체에 주는 보조금을 대폭 늘렸다고 한다. 그런데 이 와중에 실제 불법시위 전력이 있는 보수단체는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하지 않았다고 한다. 선정 기준이 제멋대로인 것이다.

  정부는 정부 정책에 찬성하는 단체에게는 보조금을 주고 정부정책에 반대하면 폭력시위단체로 분류하여 지속적인 불이익을 주고 있다. 정부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보조금으로 통제해보겠다는 노골적인 속셈이다. 이런 일련의 정부의 행태는 촛불시위 참여단체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단체에 대한 치졸한 보복행위이자 졸렬한 복수극이 아닐 수 없다.

자의적이고 무원칙한 분류 기준

  경찰의 불법폭력시위 관련단체 지정은 자의적이고 원칙이 없다. 불법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와 단체 회원이 불법행위로 구속되었다는 이유로 그 단체를 불법폭력시위 관련단체로 분류하는 것은 구성원의 잘못을 단체에 귀속시키는 신종 연좌제이다. 경찰의 분류법대로라면 행정관들이 성접대를 받은 청와대는 ‘불법성매매 관련 단체’이고 소속 경찰관이 살인과 강도행위를 한 경찰은 ‘살인?강도 관련 단체’로 분류된다. 소속의원이 성추행을 했던 한나라당은 ‘성추행 관련 단체’인 셈이다.

  한겨레신문의 얼마 전 보도에 따르면 경찰 관계자는 “집회로 구속된 회원이 있는 단체들을 목록에 포함시켰을 뿐 단체들을 선별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지난해 7월 <문화방송> 앞에서 과격 시위를 벌인 ‘대한민국 고엽제전우회’와 정당 사무실에 무단 침입해 당직자들을 폭행하고 기물을 부순 특수임무수행자회(HID) 등 보수단체의 경우 단체 회원이 기소되고 징역형을 받았음에도 이 목록에서 빠져있다. 경찰이 일관된 기준이 아니라 촛불시위에 참가한 단체들을 표적으로 목록으로 작성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불법폭력시위 관련 단체 명단에 못 들어간 것이 오히려 부끄러운 명단

  경찰청이 분류한 불법 시위 단체에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정당과 민주당 천정배의원실, 창조한국당 문국현의원실을 포함시켰다고 한다. 공당인 원내정당과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실 마저 불법시위 관련 단체로 분류한 것은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다.

  또한 참여연대와 민변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한국YMCA 등 종교단체,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와 한국기자협회 같은 직능단체도 불법폭력시위 관련 단체로 분류했다고 한다. 다양한 시민단체와 직능단체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으로 민주주의의 산물이다. 단지 촛불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대다수 시민사회단체와 종교단체, 직능단체까지 불법시위관련 단체로 분류하고 정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은 민주주의와 다양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한시적 단체인 부산 및 부천, 전주국제영화제까지 이 명단에 포함시킨 것은 이 분류가 마구잡이로 이뤄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폭력시위관련 단체 분류를 코미디로 만들었다. 오히려 대한민국의 멀쩡한 시민사회단체가 여기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부끄러워해야 할 노릇이다.

부당한 불법폭력시위관련 단체 분류 취소해야

  시민사회단체가 불법폭력시위를 벌인다면, 공권력은 그 행위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으면 되는 것이다. 작년에는 25개 단체를, 올해에는 무려 1,840여개의 단체를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예비검속 하듯 불법폭력 단체로 낙인찍는 것은 정상적 법집행을 넘어선 명백한 과잉 행정이 아닐 수 없다.

 경찰이 집회금지를 남발해 집회시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것으로도 모자라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여했다고 모든 단체를 불법폭력시위 관련단체로 모는 것은 더 큰 갈등을 초래할 뿐이다. 더 나아가 정권이 나서 기업을 압박해 시민단체에 지원되는 돈줄을 죄고 정부보조금을 무기로 시민단체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촛불에 참여한 단체들에 대한 치졸한 복수극을 이제 그만둬야 한다. 경찰과 정부는 부당한 불법폭력시위 관련 단체 분류와 보조금 제한 조치를 취소해야 할 것이다.

참여연대 행정감시팀장 이재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