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UHD 본방송 D-90…풀어야 할 숙제 ‘산더미’ ...

지상파 UHD 본방송 D-90…풀어야 할 숙제 ‘산더미’
“장비 개발 미비부터 재원 부족, 안테나 장착 논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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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UHD 토론회[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지상파 초고화질(UHD) 본방송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히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미비한 장비 개발부터 재원 부족, 편성 비율 문제, 안테나 장착 논란까지 지상파 UHD 본방송 전에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세계 최초’라는 담론에 매몰돼 있는 정부는 예정된 일정대로 강행하고 있고, 지상파 방송사도 정부에서 정해놓은 일정에 맞춰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어 졸속 추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상운 남서울대 교수는 11월 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온전한 지상파 UHD 서비스 도입을 위한 추진 사항 진단 및 정책적 제언’ 세미나에서 “지상파 UHD 본방송이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에 집착해서 성급하게 진행되고 있는 면이 있다”며 “시장이 미성숙한 상태에서 조기 상용화를 서두르는 것 보다는 일정을 유연하게 조정하면서 세심하게 준비해 안정적인 서비스를 하는 것이 지상파 UHD 방송 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UHD 본방송 일정 조정 문제는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UHD 방송 제작 및 송신 환경이 아직까지 불완전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지상파 UHD 본방송을 위해선 일정 자체를 연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본방송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지만 아직까지 지상파 방송사에 관련 장비 납품이 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상진 SBS UHD 추진팀 매니저는 “각 방송사별로 카메라, 편집시설 등 최소한의 시설로 준비 중이고, 장비는 시장 미성숙으로 대부분이 프로토타입 수준”이라고 말했다. 송신 시설도 별반 다르지 않다. KBS는 올해 말까지 3개소, MBC와 SBS는 각각 5개소를 구축할 예정인데 미국에서 ATSC 3.0 표준 확정이 지연되면서 관련 제품 출시 시기도 지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유홍식 중앙대 교수는 “정부가 지상파 UHD 방송에 대한 정책적 목표 없이 ‘세계 최초’라는 담론만 가지고 서두르는 것 같다”며 “잘 준비하면서 천천히 가야 하지 않나 싶다”고 우려를 표했다.

고민수 강릉원주대 교수도 정부의 정책 목표 부재를 꼬집었다. 고 교수는 “디지털 전환 당시와 비교해보면 정부가 구체적으로 지상파 UHD 본방송을 통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아날로그 방송 종료 시에는 디지털전환특별법 등을 제정해 디지털 전환의 목적과 일정 등을 담았는데 지금은 법률 제정 논의조차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디지털 전환 때도 정부가 ‘시청자 지원’이라는 단어를 많이 썼는데 여전히 지원의 개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의 정책 변경으로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에는 ‘지원’이 아니라 ‘보상’이라는 단어를 써 ‘시청자 보상’으로 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간 광고 허용은 필수 요소”
이날 세미나에서는 지상파 중간 광고 허용 등 규제 완화 문제도 논의됐다. 이상진 SBS UHD 추진팀 매니저는 “향후 12년간 약 7조 원이 필요한데 제작비는 증가하고 광고 매출은 감소하고 있어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이 역전되지 않는 한 재원 고갈은 불 보듯 뻔한데 같은 미디어 사업을 하고 있는 CJ나 종합편성채널의 상황은 지상파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콘텐츠 수출의 90%를 지상파가, 나머지 10%를 비지상파가 하고 있는데 수익은 비지상파가 90%를 지상파가 10%를 가져가는 형국”이라며 중간 광고 여부가 광고 매출의 큰 부분을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지상파 중간 광고 허용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상황이다. 지상파뿐 아니라 광고계 등 주요 단체에서도 정부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지상파 중간 광고 허용을 직‧간접적으로 건의하고 있고, 한국광고학회 등 관련 학계에서도 지상파에 대한 중간 광고 허용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편은 여론전으로,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책당국은 종편 눈치 보기로 지상파 중간 광고 허용에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고 교수는 “지상파가 재원 고갈 부분의 해법으로 중간 광고 허용을 제시하고 있는데 중간 광고만 풀어서는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며 “중간 광고 허용을 필수 요소로 하고, 수입이 아닌 지출 부분 다시 말하면 제작비 증가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유 교수도 “중간 광고 허용이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중간 광고만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며 “지상파가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